한정식도 울다 갈 푸짐한 상차림

[맛이 있는 집] 광주 화필여로 오곡쌈밥
한정식도 울다 갈 푸짐한 상차림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 꼭 들르는 곳이 관광안내소다. 기본적인 정보를 미리 공부해서 간다거나, 여행 책자를 가지고 가는 경우에도 가능하면 관광안내소를 들르려고 애를 쓴다. 먼저 지도를 챙기고 명소나 맛집, 특산물 등이 빼곡하게 적힌 안내 책자도 얻는다. “요즘은 뭐가 맛있어요?”하며 계절 음식에 대한 조언도 듣는다. 들르지 못할 경우에는 전화라도 걸어본다. 미처 수집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 물어보고, 지금 이 도시에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 달라진 볼거리가 있는지, 맛집은 어딘지 등 얻어낼 정보는 무궁무진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관광안내소는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자를 위해 설치된 곳이다. 때문에 항상 친절하고,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가장 확실하게 꿰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때로는 미리 구해간 정보보다 그 당시의 느낌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몰랐기 때문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게 많을 때 선택의 폭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맛집의 경우 그저 운에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 고장의 특별한 음식이 무엇인지, 어느 집이 잘하는 지 알면 여행의 절반은 성공하는 거라고 봐도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곳 치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곳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라.

이번 여행지는 남쪽의 광주. 시간에 쫓겨 관광안내소에서 지도와 책자 두어 권만 받아 급히 나온 다음 전화로 맛집을 확인했다. 궁동 예술의 거리에 있는 쌈밥집 ‘화필여로’. 예술의 거리는 금남로에서 한 블록 옆에 있는데 도청 맞은편에서 시작된다.

화필여로에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일러준 대로 궁동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주차장에서 나오니 바로 건너편 골목에 간판이 보인다. 옛날 한옥을 내부만 개조한 아늑한 집이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앉으니 먼저 뜨거운 숭늉을 내준다. 추위를 달래라고.

메뉴 : 오곡쌈밥 5,000원, 그 외에 주류와 안주류 대여섯 가지. 062-222-7268

찾아가기 : 도청 건너편 전남예술회관앞에서 길게 뻗은 길이 궁동 예술의 거리다. 거리 입구에서 50여 미터, 차생원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화필여로가 보인다. 주차는 예술의 거리 중간에 있는 궁동주차장에 하면 된다.

주문한 메뉴는 고를 것도 없이 오곡쌈밥. 이것을 먹기 위해 온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사 메뉴가 달랑 하나 뿐이다. 나머지는 생선조림 같은 안주류. 두세 번에 걸쳐 반찬과 야채, 밥을 나른다. 쌈밥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다. 거의 한정식 수준이다. 그에 비하면 가격은 너무 저렴하다. 맨 나중에 가져온 것은 세 가지 색깔의 오곡밥. 노란 것은 기장, 붉은 것은 수수, 흰 것은 현미찹쌀, 쌀, 보리를 섞어 각각 밥을 지은 것이다. 밥 짓는 방법에 비결이 있다는데 유난히 차지고 맛이 좋다.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소한 배추속잎과 치커리, 상추 등 싱싱한 야채에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과 오곡밥, 제육볶음을 올려 한 입에 들어가기 힘들만큼 커다란 쌈을 싸서 먹는다. 푸짐하고 구수하고, 신선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다. 감칠맛 나는 젓갈이며 여러 가지 나물, 생선조림, 아욱을 넣어 끓인 된장국, 시원한 물김치, 잘 익은 김치까지 반찬 접시 어느 하나 옆으로 밀쳐 둘 일이 없다. 대바구니에 담아 나오는 밥은 보기 보다 양이 많다. 입맛 따라 먹다보면 나중에 일어서기가 곤란한 정도가 되므로 미리 조절을 할 것.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2-18 16:32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