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을 키우지 않으면 교양이 없다?찰스 맥케이 지음/이윤섭 옮김/창해 펴냄

[출판] 대중의 미망과 광기
튤립을 키우지 않으면 교양이 없다?
찰스 맥케이 지음/이윤섭 옮김/창해 펴냄


혼자 있을 때는 분별력 있고 이성적인 사람도 군중 속에 있으면 달라질 때가 있다. 이성은 온데 간데 없고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을 곧잘 하게 된다. 집단의 광기에 자기도 모르게 사로 잡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은 군중의 광기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고전이다. 1841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오늘에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지은이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집단 광기 현상을 소개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책에는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수많은 대중 광기의 역사적 사례들이 등장한다. 많은 지식인들을 망친 연금술, 거품회사에 대한 영국인들의 미친 듯한 투기, 하찮은 일을 명예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살인을 합법화하던 결투 관습, 예수의 발톱과 성모의 젖이라는 희한한 물건을 거금을 주고 사게 만든 유물수집 열풍, 유럽 전역에서 자연사를 위장해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독약이 유행했던 일, 악마의 공포에 사로잡혀 수십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녀사냥 등등. 그 폭과 범위는 한없이 넓다.

책에 나오는 튤립에 얽힌 집단 광기의 한 사례. 1630년대 네덜란드를 비롯, 유럽 각국에서는 튤립 바람이 불었다. 튤립을 키우지 않으면 교양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1634년, 튤립을 소유하려는 네덜란드인의 열망은 도를 넘었다. 귀족, 도시민, 농장주, 기계공, 선원, 심지어 굴뚝 청소부까지 튤립 투기에 나섰다. 당연히 다른 산업은 내팽개쳐졌다. 튤립 가격은 계속 올라 한 송이가 황소 가격보다 더 비쌌다. 그러나 이 집단 광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모두가 짐작하듯 어느 순간 가격은 폭락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쪽박을 찼다.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때로는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과 행동을 하는지.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의 코스닥 광풍이 아직도 생생하다. 금방이라도 황금을 캐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너도 나도 그 광기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그 끝은 허망했다. 그리고 지금은 로또 열풍에 온 나라가 휩싸여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 또한 우리 모두의 이성을 사로잡고 있다. 욕망에의 집착, 인간이 이를 버리지 못한다면 집단 광기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그 힘을 떨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서글픈 진리를 이 책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2-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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