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베어물면 할매 손맛이 그득

[맛이 있는 집] 양수리 홍천면옥 메밀총떡
한 입 베어물면 할매 손맛이 그득

어렸을 적, 방학을 하면 외가에 일주일씩 다녀오곤 했다. 외할머니와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또래의 외사촌들을 보기 위해서 였다. 멀지 않은 곳이지만 평소에는 짬을 내기 힘드니 방학 마다 찾아뵙곤 했다.

메뉴 : 메밀전병 5,000원, 막국수 4,500원, 청국장 5,000원, 선지ㆍ황태 해장국 5,000원. 031-771-6615, 772-6146

찾아가기 : 강변북로가 구리까지 이어져 길이 편해졌다. 강변북로에서 동쪽 끝까지 달려 6번 국도로 따라간다. 진중 삼거리에서 양수대교를 건너자마자 왼편에 홍천면옥 간판이 보인다.

여름이면 마을 앞을 흐르던 냇가에서 미역을 감고, 겨울에는 그 위에서 얼음 썰매를 타곤 했다. 방학 때나 겨우 만나는 손녀를 위해 할머니는 주전부리를 마련해 주느라 늘 분주히 손을 놀리셨다. 외가는 시골에 있었는데 과자니 사탕이니 하는 것 대신에 아껴두었던 곶감이나 사과, 쌀 튀밥, 땅콩 것들을 마련해 주셨다. 찐빵이나 호떡 같은 걸 만들어 주실 때도 있었는데, 게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수수떡이다. 프라이팬에 도톰하게 부쳐낸 수수떡을 꿀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소를 넣어 수수부꾸미로 해먹어도 맛있었다.

양수리 일대로 드라이브 갈 때면 한번씩 들르는 홍천면옥이라는 집이 있다. 진중 삼거리에서 양수리로 들어가는 다리를 넘자마자 왼편에 있는 식당이다. 막국수와 청국장을 잘하는 곳인데 이 집의 별미가 메밀전병이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중전의 밤참으로 메밀총떡을 올린 뒤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메밀전병이나 메밀총떡이나 한가지다. 물론 궁에서 먹는 메밀총떡과는 차이가 있다. 일단 모양에서 훨씬 수수하고 맛도 담백하다.

홍천면옥에는 식당 한쪽에 메밀전병 만드는 자리가 따로 있어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내준다. 메밀 반죽을 얇게 부치고 그 안에 무채, 두부 등을 올린 다음 돌돌 말아 한 입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아 내온다. 출출한 오후 시간에 간식 삼아 먹거나 막국수나 해장국 등을 시키고 나서 밥을 기다리며 먹곤 한다.

메밀총떡이라고 하면 왠지 달콤한 것 같은데 사실 맛은 담백한 부침개와 비슷하다. 금방 부쳐낸 노릇노릇한 메밀 전병은 고소하고, 속에 넣은 무채는 아삭하게 씹는 질감이 좋다. 특별히 입맛을 사로잡는 맛은 아니다. 수수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아이들 입맛을 유혹하는 패스트푸드와는 반대로 건강함이 느껴진다. 패스트푸드가 성형미인이라면 이것은 화장기 없는 시골처녀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닮았다.

메밀총떡을 먹으며 문득 어린 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가 해주셨던 수수떡에도 이런 맛이 났었다. 손녀의 입맛 다실 것을 찾아 종종 걸음 쳤을 할머니의 정이 느껴지는 그런 맛….

메밀총떡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다. 메밀가루에 소금, 물을 넣어 너무 걸쭉하지 않게 반죽해 얇게 부친다. 소는 입맛 따라 무채, 김치, 숙주, 두부, 실파, 표고버섯 등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한다. 속에 넣을 것들은 살짝 데치거나 볶아 간을 조금 한다. 소를 길게 늘어놓고 김밥 말 듯이 돌돌 말아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담으면 완성.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2-26 13:50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