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꽃 물결이 봄을 얘기하듯…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피나물
황금빛 꽃 물결이 봄을 얘기하듯…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대개 볕을 좋아한다. 따사로운 햇살을 한껏 받을 수 있는 양지녘에 올망졸망 모여 피어나는 양지꽃이며 할미꽃 같은 봄꽃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피나물은 조금 깊은 숲에 들어가도, 키 큰 나무들이 머리꼭대기에 자리 잡고 다소 볕을 가려도 아무런 불평없이 군락을 이루어 꽃을 피워내 한 봄의 장관을 만들어 내는 장한 꽃이어서 더욱 사랑스럽다.

피나물은 양귀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산지에서 주로 자라고 이웃하는 만주, 일본 등지에도 분포한다. 다 자라면 그 키가 한 뼘에서 무릎 정도의 높이까지 자라는데 다복한 포기를 만드는데다가 꽃과 잎새가 모두 큼직하니 시원스러워 보기에 좋다.

꽃은 이른 봄에 핀다. 원줄기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에서 세 개정도의 긴 꽃자루가 나오고 그 끝에 진하디 진한 노란 빛깔을 가진 꽃이 한 개씩 달린다. 꽃받침 잎은 2장이고 윤기가 흘러 반질거리는 네 장의 꽃잎이 균형있게 달리는데 그 가운데로 역시 노란빛으로 소복하게 수술이 모여 있다. 이 피나물은 손가락 한 두 마디쯤 되는 제법 굵은 꽃들이 줄기마다 두 세 송이씩 달리고, 이러한 줄기 여러 송이가 모여 한 포기를 만드는 데다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니 한창 피어난 피나물 무리를 제대로 구경하면 마치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듯 아름답다.

피나물이란 이름은 말 그래도 '피'와 관련하여 붙은 이름이다. 양귀비과 식물들처럼 줄기를 자르면 유액이 나오는 것이 큰 특징중의 하나인데 그 빛이 붉은 색이다. 우리가 들판에서 흔히 보는 식물가운데 피나물과 아주 비슷한 애기똥풀이라는 식물과 비교하면 이 식물의 유액은 애기똥처럼 노란빛이어서 구분이 쉽다. 일부지방에선 피나물을 두고 노랑매미꽃, 봄매미꽃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하청화(荷靑花)라고 하고 영어로는 버날 세란딘(Vernal celandine)으로 부른다.

이름 끝에 나물이란 글자가 붙은 식물들은 대개 나물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피나무 역시 이른 봄 어린순을 잘라 나물로 먹고 있지만 이 식물 자체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어린 순 만을 따야 하며, 데쳐서 물에 한참 우려낸 다음 조리해야 독성도 사라지고 쓴 맛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한방에서는 하청화근(荷靑花根)이라고 하여 뿌리를 약재로 이용하고 있다. 진통, 거풍, 활혈, 소종 등에 효능이 있으므로 관절염, 신경통, 피로, 타박상, 습진, 종기 등에 두루 처방한다고 한다. 약으로 쓸 때에는 봄부터 가을 사이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려 두었다가는 물에 다려 마시거나 가루로 빻아 쓰고 종기나 습진의 증상에는 생 뿌리를 찧어 상처가 난 곳에 붙인다고 한다.

피나물 군락이 광릉 숲을 밝게 할 봄이 기다려진다.

입력시간 : 2004-03-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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