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해설, 발레의 벽을 허문다

[문화가 산책] 국립발레단 <명작시리즈>
흥미로운 해설, 발레의 벽을 허문다

국립발레단이 ‘다시 보고 싶은 발레 명작의 시리즈’를 시작한다. 한국 관객이 가장보고 싶어 하는 발레 공연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해 선정된 작품들이다. 더욱이 ‘해설이 있는 발레’라는 부제답게, 자칫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기 십상인 발레 언어를 일반 관객의 눈높이로 전달하려 애썼다.

특히 발레 감상 초심자들을 위한 자리가 돋보인다. 우선 해설자가 기존처럼 말만이 아닌, 실제 동작을 통해 안무 의도를 확실하게 설명하는 대목이 돋보인다. 또, 안무가의 존재가 얼마나 결정적인 지를 보여주는 순서를 마련한 대목에서는 무대가 얼마나 눈높이를 낮추려 애썼는 지가 여실히 입증된다. 이와 함께 별도의 시간을 마련, 발레 동작을 관객들이 함께 따라 하는 기회도 갖게 한다.

발레를 대중화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다. 한국 무대에 낯선, 그러나 매력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고집쟁이 딸’, ‘심포니 인 C’, ‘도베 라 루나’ 등은 발레에 대한 상식을 깨는 신선한 무대 어법으로 발레의 매력을 전파하게 된다.

첫 작품은 코믹 발레 ‘고집쟁이 딸’.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코믹 발레다. 유머러스한 성격 묘사, 발랄한 군무 등 클래식 발레가 흥미와 손잡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3월 2~3일). 둘째 무대는 ‘마리우스 쁘띠빠의 밤’. 안무가가 발레에서 연극적 요소를 강조할 때 도출되는 무대를 보여 준다(4월 2~3일). 세번째는 ‘조지 발란신의 밤’. 20세기 발레의 신화를 창출한 발란신의 걸작들을 재현한다(6월 4~5일).

한여름에는 ‘현대 발레 작가전’. 21세기 유럽 발레의 총아,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와 국내 작가 2명의 세계를 탐구한다(7월 2~3일). 8월을 쉰 이 무대는 안무의 천재, 유리 그리가로비치로 넘어 가 그가 안무한 ‘백조의 호수’ 등을 펼쳐 보인다(9월 24~25일).

1997년부터 매년 이어 온 이 프로그램은 그 동안 ‘발레 사조 이야기’, ‘발레 작품 이야기’, ‘발레 안무가 이야기’, ‘발레 작곡가 이야기’ 등 색다른 형식과 흥미로운 해설로 발레의 벽을 허무는 데 기여해 왔다. 그처럼 발레의 대중화에 가장 큰 목적을 둔 이 무대는 어린 관객들에게 배려를 하고 있다. 하한선을 5세까지로 낮춰, 그때부터 초등학생까지는 어른 입장료의 절반인 1만원을 받는다. 매회 매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은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말해주는 일례이다. 호암아트홀 1544-1555.

<연극>

1997년 초연 이래,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등 주요 연극상에서 주목 받은 ‘남자 충동’을 악어컴퍼니가 다시 막 올린다. 페미니즘의 시대, 느와르적 분위기 아래 사나이 다움을 화두로 펼쳐지는 허위의식과 애환을 풍자한다. 연극적 재미란 무엇인지 만끽할 기회다. 광화 작ㆍ연출, 정진각 황정민 안석환 등 출연. 3월 12~4월 18일, 동숭아트센터 (02)764-8760

<콘서트>

국립창극단의 기악부는 전통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깊은 소리, 우리 소리 2004’를 올린다. 산조 합주, 대금 독주, 가야금 병창, 거문고 산조, 판소리, 대풍류 등의 다양한 기악 편성을 통해창작 국악과 퓨전 국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전통의 멋을 선사한다. 감상자와 연희자 모두가 안방이나 마당에 둘러 앉아 풍류에 빠져들던 옛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다(해설 최종민). 3월 6~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74-3507

<전시회>

울산 현대예술관은 전국의 신진ㆍ중견 작가 32명의 작품 120여점을 모아 선보이는제 4회 ‘우리집 그림 걸기’전을 개최한다. 김창렬ㆍ이우환ㆍ김종학 등 거장들에서 장이규ㆍ한젬마ㆍ금동원ㆍ김련중 등 중견들의 작품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 미술품의 대중화를 위해 작품 가격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후문. 3월 24~4월 7일까지 (052)235-2143

대안적 미술 공간 쌈지스페이스는 소속 작가 11명을 뽑아, 1년 동안 작업한 결과를 제 5회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에서 모두 공개한다. 설치, 오브제, 퍼포먼스, 비디오, 멀티 미디어 등 현재 예술이 취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전위적인 실험의 양상이 낱낱이 공개된다. 3월 18~26일까지 (02)338-4237

장병욱차장


입력시간 : 2004-03-03 21:41


장병욱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