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광우병과 소고기 요리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은 1920년대에 처음 알려진 뇌에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다. 인구 100 만 명에 1명 꼴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매우 드문 질병이지만 걸렸을 경우에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으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이 생긴지 수개월 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주로 60세 이상의 노인에서 생기며, 병이 진행하면서 급작스러운 치매가 생긴다.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의 원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로는 외적인 요인 없이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저절로 일정 시점이 되면 병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반면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섭취하여 생기는 병이다. 일명 인간 광우병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으로 이름지어 졌지만 발병 양상의 차이가 있다. 인간 광우병은 젊은 연령에서 주로 생긴다. 지금까지 인간 광우병이 발생한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29세이다. 정신적인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정신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성격이 달라지고 기분의 극심한 변화가 생기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병이 진행하면 신경증상이 생겨서 균형을 잘 못 잡게 되어 걸어가다가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는 일이 많아진다.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과 같이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치매와 마비가 온 후 1년 내에 사망하게 된다.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사육하던 소들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결국은 사망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도무지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사망한 소를 부검한 결과 뇌에 마치 스폰지 같은 구멍이 숭숭 생겨있었다. 조사 결과1970년대 후반부터 소를 빨리 성장시키고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소의 사료에 양고기 찌꺼기, 팔다 남은 고기 찌꺼기를 갈아넣기 시작하였는데 이로 인해 양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인 프리온이 소에게로 옮아오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양 광우병에 걸린 양들이 많았지만 이는 양에만 걸리는 질병으로 생각하였고 이 병이 소에게 옮겨지고 더 나아가 소고기를 먹고사는 사람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시킨 것 자체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었기에 이틈을 타서 한 종의 병이 다른 종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를 두고 ‘자연의 재앙’이라고 까지 칭하는 사람도 있었다.

양과 소와 사람에게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은 프리온이다. 프리온이 알려지기 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작은 생명체는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프리온은 바이러스보다도 더 간단하고, 생명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단백질로 어쩌면 물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가열을 하고 방사선을 쪼고 화학처리를 해도 죽지 않는다.

인간 광우병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나 뼈를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소고기를 안 먹거나 덜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광우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고기 먹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평생을 소고기를 먹지 않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위험한 부위를 먹지 않는 것과 광우병이 있는 지역의 소를 먹지 않는 것이다.

관련 부처에서 육류의 수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고기는 비교적 안전하다. 수입된 소라고 해도 모든 소가 위험한 것은 아니고 감염된 소가 많은 곳에서 수입된 소고기가 위험하다. 하지만 실제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영국산 소를 먹는 다고 해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아서 100억 접시의 소고기 요리를 먹어야 한 명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계산되어 있다.

프리온은 소의 특정 부위에 더 많이 집중되어 있다. 뇌에서 64.1%, 척수에 25.6%, 척추 부분에 6.4%, 내장 부분에 3.6%, 눈에 0.04%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므로 이 부위의 고기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살코기나 우유는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공 처리된 육류인 소세지나 민스 소고기는 다른 부위보다 더 위험하다. 남은 고기로 만드는 피자 토핑용 고기, 동그랑땡, 포장된 미트볼, 핫도그 등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간 쇠고기가 필요한 경우는 살코기 덩어리를 사서 직접 갈아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유기농 소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곡식과 풀로만 사료를 써서 키운 소를 말한다고 한다. 소가 풀을 먹고 榮?것이 당연한데 여기에 ‘유기농’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 현실이 갑갑하다.

입력시간 : 2004-03-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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