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홀리는 '나도 스타 증후군'화려함에 가려진 이면 보지 못하고 너도나도 연예인 지망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로 방황·좌절, 철저한 준비 필요

환상 좇다 일회용품 신세된다
10대 홀리는 '나도 스타 증후군'
화려함에 가려진 이면 보지 못하고 너도나도 연예인 지망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로 방황·좌절, 철저한 준비 필요


곽지민, 윤소이, 동방신기(東方神起). 이들은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사마리아’의 여주인공, 곽지민(19)과 최근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사랑한다 말해 줘’에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연을 맡은 윤소이(19), 그리고 근래 들어 아이돌 가수의 침체 속에서 HOT의 옛 영광을 다시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김준수 등 고교생 5명의 그룹, 동방신기.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10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연예 기획사에 의해 발굴돼 교육을 받은 뒤 영화, 드라마 그리고 음반을 통해 데뷔한 기획형 연예인, 즉 만들어진 신인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브라운관, 스크린, 그리고 무대를 가로지르며 종횡무진 활동하는 10대 연예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대중문화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10대들의 연예계 진출은 지속적인 현상으로 나타났지만 10대들의 연예계 진출이 본격화 한 것은 연예 기획사의 등장과 연예인의 사회경제적 위상의 격상, 청소년들의 연예인 선호 추세가 맞물려 일어난 1990년대부터다.

- "뜨면 큰 돈" 무모한 데뷔

이전에는 10대들의 연예계 진입은 주로 아역 연기자 부문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1990년대부터는 10대의 어린 가수들이 부상해 가요의 흐름을 선도하기 시작했고 영화나 드라마들에서도 아역이 아닌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10대 연예인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근래 들어서는 연령이 더욱 더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고교생 시절부터 연기학원을 다니며 EBS 드라마 등에 출연을 해온 곽지민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가미해 다양한 삶과 얼굴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좋아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됐다”는 연예계 데뷔 동기를 밝혔다. 또한 휴대폰 CF 모델로 얼굴을 대중에게 알린 뒤 5월 개봉 예정인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되고 곧바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전형적인 연예인 입문 경로를 밟고 있는 윤소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해 대중의 이목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연기자가 됐다”는 겁없고 당당한 연기가 입문 이유를 말한다.

이처럼 10대 연예인이나 연예계 지망생들의 연예계 지원 동기는 개성을 살릴 수 있거나 아니면 대중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직업이라는 점, 그리고 일시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룬다. 철저히 상업적 논리로 움직이는 연예계의 내면은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연예인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숭배를 받으며 이목을 몰고 다니는 보아 같은 극히 일부 스타만을 보면서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충무로로, 여의도로 돌진하는 ‘나도 스타 증후군’이 대부분의 10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이로 인해 곽지민, 윤소이 그리고 동방신기처럼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10대들도 있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연예계 입문부터 적지 않은 문제로 연예인의 꿈을 접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연예인의 발굴이 알려지자 자신의 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가 기획사를 사칭해 계약을 하자는 제의를 받고 나갔다가 성폭행만 당한 조모양(19)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3학년 때부터 배우가 되려는 욕망으로 성형수술하고 무수한 오디션에 참가한 박모양(18)의 수기는 10대 연예인의 무조건적 열망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뮤직 비디오에 나올 여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서 유명 여배우 김모씨의 매니저를 만났다. 그 매니저는 한번 찾아오라며 명함을 건넸다. 사무실로 찾아가자 그 매니저는 나랑 한번 자면 기획사와 계약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성 관계를 한 후 치욕스러움에 몸을 떨었지만 며칠 후 계약과 관련해 전화하겠다는 말에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무?연락은 없었다. 그렇게 10여명의 매니저들과 성 관계를 가졌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다. 변변한 작품에 한번 출연도 못해보고 나의 배우의 꿈은 사라진 것이다”

- 대다수 단명, 자기관리 뒤따라야

이 같은 서글픈10대 연예인 지망생들이 쏟아지는 것은 스타의 이면에 숨겨진 장기간의 준비, 막대한 자본의 투자, 철저한 마케팅 및 홍보 전략 등은 보지 못하고 단순히 연예 기획사에 소속되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 잡힌 데 따른 것이다. MBC 가요 프로그램인 ‘음악캠프’ 등에 출연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동방신기에 대해 이들을 훈련하고 배출시킨 SM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길게는 5년 넘게 연습생으로 준비한 엘리트 뮤지션이 뭉친 그룹이 바로 동방신기”라고 밝힌다.

어려운 난관을 뚫고 윤소이나 곽지민, 동방신기처럼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입문했다 해도 연예인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들어 데뷔한 10대 어린 가수들의 평균 수명이 1~2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 출연으로 스타덤에 올랐다가 너무나 쉽게 사라져버린 연예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연예 기획사는 수익이 창출되는 연예인에 대해서만 관리를 한다. 10대들의 가능성을 보고 장기간 관리하는 체제로 움직이는 연예 기획사는 아주 드물다.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일회용품 처럼 버리는 것이 연예 기획사의 생리이다.

10대 연예인들의 단명의 또 하나의 이유는 연기자나 가수로서의 확고한 직업관의 부재와 자기관리의 소홀이다. 한 두편의 영화나 드라마 출연과 음반 발표로 대중의 시선을 받다가 인기가 사라지면 쉽게 좌절해 연예계를 떠나거나 문란한 사생활에 젖는 경우가 많다. 한 순간의 인기 급등으로 인한 엄청난 대중의 환호와 수입의 달콤함에 빠져 연기력이나 가창력 부분에 노력을 게을리 해 도태되는 10대 연예인들도 허다하다. “스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자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택했을 뿐이다”라고 곽지민은 말한다. 이 말에 진정성이 담보되고 실천된다면 10대 단명 연예인은 줄어 들 것이다.

10대들의 연예계 진출은 그 동안 연예 자원의 충원구조를 탄탄히 하고 새로운 이미지와 신선한 외모를 가진 어린 연기자, 가수로 인해 그만큼 대중문화 콘텐츠의 질과 양이 풍부해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먼저 10대 연예인 입문에서 활동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대중과 10대 연예인은 알아야 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03-11 15:02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