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 개척에 '올인'한 선구자들줄리 M. 펜스터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북스 펴냄

[출판] 의학사의 이단자들
의학사 개척에 '올인'한 선구자들
줄리 M. 펜스터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북스 펴냄


심장을 진찰하면서 청진기를 사용하는 것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확신했을 때 베르너 포르스만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자신의 정맥 속으로 카테테르를 조금씩 밀어넣었다. 그리고 카테테르(의술에서 사용되는 고무 또는 금속제의 가는 관)의 끝이 심장 안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자, 엑스선으로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엑스선 촬영실로 내달렸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실험에 자신의 심장을 내맡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의 권위자들로부터 배척받아 직장을 잃었다.

메리 워틀리 몬태규는 천연두를 몰아내기 위해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할 수 있는 자식을 실험에 동원했다. 살아있는 천연두균을 아들의 혈관에 주입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 때문에 공공연하게 ‘교양없고 무식한 여자’라는 인신공격까지 받았다.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이 손만 제대로 씻어도 산욕열로 인한 임산부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산부인과 병동 창문 아래에서 이렇게 고함쳤다. “다들 손을 깨끗이 씻으세요.”그러나 다른 의사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을 했고, 철저히 따돌렸다.

책에는 이 들 외에도 인체 해부 실험을 통해 2세기 무렵 갈레노스로부터 이어져온 해부학적 지식의 오류를 바로 잡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결핵과 맞서 싸운 로베르트 코흐, 장티푸스의 공포를 극복한 조지 소퍼, 스트렙토마이신을 개발한 셀먼 왁스먼,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윌리엄 하비, 최초로 인체에 수혈을 시도했다가 살인죄로 기소됐던 장 밥티스트 드니, 복제양 돌리를 창조한 이언 윌머트 등 스무 명의 의학자가 등장한다.

지은이는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으로 의학사에 새 장을 였었던 이들의 삶과 업적을 다양한 일화를 곁들이면서 흥미롭게 펼쳐나간다. 이들은 자신이 이룬 업적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시도와 발견에 대해 무시와 멸시를 당했으며 끈질긴 저항을 받았다. 지은이가 굳이 이들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이들이 인류를 위한 자신의 믿음으로 그 모든 시련을 꿋꿋하게 버텨냈기 때문. “그들은 사람들이 미처 볼 수 없었던 진실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며, 또한 거기에 집착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입력시간 : 2004-03-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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