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여성호르몬제의 효능과 편견


48세의 K 부인은 참한 가정주부이다. 생리가 불규칙해진다고 방문한 것은 3년 전이었다. 여성호르몬 수치와 난포자극호르몬 수치에서 K 부인이 폐경기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폐경이라는 결과를 듣고 K 부인은 여성호르몬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특별한 병력이 없고 유방암을 가진 가족도 없었으므로 기본 검사를 마치고 여성호르몬제를 이용한 폐경기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작하였다. 한달 뒤 방문한 K 부인은 페경 증상이 모두 없어지고 가슴도 커진 것 같다며 좋아했다.

폐경 증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거 10년 간 여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온 것이 여성호르몬을 사용한 호르몬 대체 요법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폐경 증상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심장병과 골다공증, 치매까지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폐경을 인위적으로 늦추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의학계 내에서도 여성호르몬은 뜨거운 감자였다. 여성호르몬을 옹호하는 의사로 있었지만 반대로 복용을 반대하는 의사도 있었다. 하지만 의하계의 꾸준한 연구 결과 여성호르몬제에 대한 진실들이 하나 둘 씩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유방암에 대한 위험성이었다. 여성호르몬제를 꺼려 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여성호르몬제가 가슴이 처지고 작아지는 것을 줄이는 반면 유방을 자극하기 때문에 호르몬제를 먹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을 더 많이 생기게 하고, 일단 생긴 암도 진단이 늦어지고, 기존에 유방암이 있는 여성에게는 재발을 촉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러한 위험성은 여성호르몬제를 많이, 더 오래 먹은 여성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여성호르몬제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작년 여름에 발표된 후 많은 환자들이 신문방송에서 이러한 사실을 접하고 여성호르몬제 복용을 중지하였다. K 부인도 약을 끊고 싶다고 했다. 여성호르몬제를 먹은 기간이 3년째로 접어드는 시점이어서 투약을 중지하고 운동과 건강한 식사패턴을 지시하였다. 다시 찾아온 K 씨는 약을 끊었지만 3년 전보다는 폐경 증상이 견딜만하다고 하였다.

또 한가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여성호르몬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는 여성호르몬이 기억력을 좋게 하지도 못하고 65세 이상의 노인에서는 오히려 치매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도 사실과 반대였다. 여성호르몬을 먹으면 먹지 않는 여성보다 심장병의 위험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여성호르몬을 먹은 여성에게 심장병이 적었던 이유는 심장병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는 건강한 사람들만이 선택적으로 여성호르몬을 먹었던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실제로는 심장병과 혈전증의 위험을 높이는 것을 알려졌다.

이로 인해 미국 FDA에서는 여성호르몬제에 설명서에 치매의 위험과 유방암 진단를 어렵게 한다는 문구를 넣을 것을 넣도록 권고하였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다면 여성호르몬의 판매를 금지시키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증명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여성호르몬제는 의사와 환자 모두가 쉽게 사용을 포기하지 못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을 먹는 여성들은 먹지 않는 같은 연령의 여성과 비교하여 너댓살은 젊어 보인다. 여성호르몬이 피부의 수분을 늘려서 피부를 팽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슴도 덜 처지게 한다. 게다가 폐경기 증상에 대해서는 여성호르몬보다 더 효과가 좋은 약은 없다. 가격 역시 매력적이다. 보험이 적용되면 한달 투약비용이 몇 천 원 수준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의 폐경 증상, 예를 들어 폐경기 홍조가 너무 심해 불면증이 생겼거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심한 질건조증으로 인해 성생활에 지장이 생긴 경우 등 선별적인 경우에는 여성호르몬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물론 의사와의 상의 하에 가능한 짧은 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여성호르몬제의 골다공증 예방 효과 역시 지금까지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게다가 여성호르몬제는 골다공증 치료제 가격의 1/3내지 1/4 수준이고, 부작용으로 인해 골다공증 치료제를 먹을 수 없는 여성도 있으므로 여성호르몬제는 한가지 선택이 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3-11 22:3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