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검색어] 조인성 스타일


지난 주말에 종영한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은 마지막 순간에서 반전했다. 강인욱(소지섭 분)을 따라 발리로 간 수정이, 정작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재민임을 밝힌 것. 생의 마지막 순간에 수정은 ‘사랑해’라고 고백하지만 이미 뒤늦은 때다. 사랑은 그렇게 떠난 후에야 알 수 있다지만, 결국 ‘발리에서 생긴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그 자신도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이 장면이 나간 7일 시청률은 36.%(TNS 미디어 코리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발리…’지만, 엠파스 인기 검색어 순위에는 ‘조인성 스타일’이 325,699단계 상승, 7위를 차지한 ‘발리…’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2위를 차지했다. 정작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등장 인물 조인성의 ‘스타일’이었다는 얘기.

이 같은 ‘조인성 스타일’의 인기를 반영, 한 백화점에서는 남성복 코너에 봄 상품 디스플레이를 하면서 조인성의 스타일을 그대로 본뜬 데 이어 동대문시장 패션몰에서도 최고 화제다. 팬 카페에는 조인성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올 때마다 구입처 문의가 쏟아지고, 패션 잡지마다 ‘조인성 따라 잡기’가 인기 의상 연출법으로 소개될 정도. 그야말로 조인성 패션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

남성에게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나팔바지와 고급스러운 정장 재킷, 캐주얼 백팩과 밝은 스니커즈, 삐쭉삐쭉한 헤어 스타일의 ‘조인성 스타일’은 무엇을 드러내는 것일까? 재벌 2세로서의 거만과 오만이 묻어난 스타일이라고 흔히 얘기 하지만, 드라마 대단원을 감안한다면 현실에서 자꾸만 어긋나는 수정에 대한 사랑을 언매치트(unmatched) 스타일로 드러낸 것은 아닐까? 권총 자살로 결말이 비슷해 보이는 ‘베르테르의 슬픔’과 비교 한다면, 베르테르가 로테에 대한 사랑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고 자살하기까지의 내면을 편지의 형식을 빌려 친구에게 고백했다면, 조인성은 그의 패션으로 내면의 슬픔을 시청자들에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애쓰지 않아도 눈에 띄겠지만, 언매치트 스타일로 배회하는 낭군 있거든, 주위 낭자들은 한번 굽어 볼 일이다. 다른 그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엠파스 순위 제공)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4-03-12 22:25


정민승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