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경계선 위의 여인



■ 제목 : 하얀 의상의 여인 ; 화이트 심포니 1번
(The White Girl ; Symphony in White, No.1)
■ 작가 : 제임스 맥닐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2.15m x 1.08m
■ 제작 : 1862
■ 소장 : 위싱턴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현대미술이란 말 그대로 현재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술의 양상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영원한 현재가 없듯이 새로운 미술은 어느덧 구시대의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기준 삼아 미술 양상을 구분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실주의나 인상주의와 같이 한 시기에 나타난 미술사조는 표현 방식과 주제에 있어서 기존의 형식과 내용이 변화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더니즘 미술이란 일상에서 흔히 현대적인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모던하다’는 말과는 다르며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미술 성향을 나타낸다.

미국의 미술 비평가 그린버그에 따르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모더니즘 미술의 시초라 보는데 과거와 달라진 평면적인 묘사법과 사회적 실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주제의식에 그 초점을 두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 역시 리얼리즘이 성행하던 시기에 사실성을 무시한 형식과 내용으로 미국 모더니즘 미술의 선두 역할을 했다.

작품 ‘하얀 의상의 여인’에서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과 백색의 의상과는 대조적으로 짐승의 가죽을 밟고 선채 흐트러진 머리와 의미 없는 표정의 여인은 현실에서는 휘슬러의 정부지만 작품 속에서는 신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미술 작품에서 의기양양하게 포즈를 취하는 귀족 여인의 모습과 같이 고귀한 환상에서 실재하는 현실세계로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또 다른 작품 ‘블랙과 골드의 야상곡’이 한 비평가로부터 마치 관객의 얼굴에 페인트 통을 끼얹는 것과 같다는 혹평을 들었지만 독특한 색조를 자유롭게 구사했던 휘슬러는 외롭지만 열정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갔던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3-18 15:4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