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세계] 틈새시간 공략하기


대장금, 야심만만, 개그 콘서트, 부부 클리닉, 해피 투게더, 발리에서 생긴 일…. 그야말로 둘이 보다가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들이다. 재미있는 공중파 프로들은 TV홈쇼핑 채널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필자도 주로 저녁에 방송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방송이 있는 날, 인기 프로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을 하면 죽을 맛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채널을 돌릴 생각 자체를 안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내마저도 인기 TV 프로를 보느라 내가 방송을 했는지도 모르고 집에 늦게 들어온다는 바가지를 긁을 때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회사의 각 제품별 상품 기획자(MD)들은 이 시간을 피하기 위해 편성팀과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기도 한다. “이 제품은 대박은 아니더라도 최소 체면을 지킵니다. 그런데 월요일 저녁 10시라니요. 제발 ‘대장금’ 만은 피하게 해주세요.” “그럼 11시에 들어가시죠.” “안돼요! 요새 ‘야심만만’, 그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보는데요.” 이런 대화는 5개 TV 홈쇼핑 회사 모두 공통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피할 수 만은 없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다친다. 맞붙긴 하되 약간 삐딱하게 붙는다’이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얘기, 그렇다면 그 프로 전후 CF시간대에는 성격 급한 사람들이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여기 저기 채널을 돌린다. 바로 그 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대장금이 10시에 시작한다면 9시40분쯤 들어가자. 10분 정도 상품 설명을 하고 그 이후 10분 동안 매출을 올리는 거다. 9시50분부터 10분 동안의 CF타임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다음 상품도 마찬가지다. 앞 상품이 10시30분에 끝나고 나면 그 다음 상품에 배정된 50분 정도의 시간 중에서 초반 20~30분은 그냥 버릴 수 밖에 없다. 왜? 사람들이 안보니까. 하지만 ‘대장금’ 끝나고 나면 시청자가 많이 유입된다. 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PD는 PD대로, 쇼호스트는 쇼호스트대로 모든 방송 스태프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실질적으로 이 짧은 시간 승부에 실패하게 되면 그날 농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3월1일(월요일) 대장금 시간에 mp3플레이어 방송을 했는데, 하필 그날 대장금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드라마가 시작한 후 30분쯤 지난 절정의 상황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필자는 아예 초반 30분은 포기하고 미주알 고주알 제품에 대해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짚어가면서 천천히 진행했다. 초반 주문 콜 상황은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참담했지만, 그래도 참았다. 대장금이 끝날 때를 기다리면서. 마침 PD로부터 들리는 한마디. ‘대장금 끝났네요, 자 갑시다’ 이 때부터 필자는 제품의 가장 큰 특징 중 가장 좋은 몇 가지를 추려서 직접 실연을 해가며 설명을 곁들였다. 결과는? 대성공. CF타임 10분 동안 받은 주문 매출로만 그날 제품에 부여된 매출 목표 90% 이상을 올렸다. 하지만 그 시간이 끝나고 각 TV 채널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무서운 특집 영화를 방영하는 바람에 다음 상품은 CF타임 한 번 받지 못하고 그냥 힘 한 번 못 쓰고 주저 앉고 말았다.

이렇게 CF타임은 TV홈쇼핑 채널에 관계된 모든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인기 프로에 맞물려 방송을 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이다.

통계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TV 홈쇼핑 채널을 1주일 동안 평균 6번 이상 시청할 정도로 자주 보지만 시청 시간은 한 번에 3분이 넘지 않은 정도로 짧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달하느냐가 능력 있는 쇼호스트의 기준이 된다. 한가지 좋은 정보를 알려드리면, TV홈쇼핑마다 이런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하는 제품들은 프로모션이나, 제품력이 우수한 것들로만 편성한다는 것. 그래야만 타 TV홈쇼핑 채널 대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제품을, 특히 가전이나 IT제품을 구입하려는 분들은 이 시간을 잘 이용하면 알뜰 쇼핑이 가능하다.

문석현 쇼호스트


입력시간 : 2004-03-18 21:09


문석현 쇼호스트 moonanna@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