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환상 옥빛바다와 꽃구름이 부른다돌과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절묘한 풍광

[주말이 즐겁다] 제주도 해안여행
봄의 환상 옥빛바다와 꽃구름이 부른다
돌과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절묘한 풍광


섬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안 여행만큼 즐거운 게 있을까. 특히 풍광 아름다운 제주에서라면 그 즐거움은 곱절이 된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까만 갯바위에 쉬지 않고 부딪치는 하얀 파도, 그리고 남태평양 유명 해안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옥빛 바다가 빚어낸 때깔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 반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운전하기 편해

승용차든지 자전거든지 제주 해안을 일주할 때는 흔히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서쪽으로 먼저 간다. 우측 차로를 타고 가다가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고 가던 해안으로 접근하기가 수월해서다.

공항을 빠져 나오면 길은 12번 국도를 서쪽으로 이어진다. 경관이 아름다운 도두봉 지나면 얼음처럼 차가운 용천수가 있는 도두마을에 도착한다. 시가지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해수욕장은 제주 사람들과 시내서 묵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 구엄마을 해안 암반에 있는 돌염전이 눈길을 끈다. 길이 400m의 평평한 암반에서 생산했던 돌소금은 맛과 농도가 뛰어나 인기가 높았다. 구엄ㆍ중엄ㆍ신엄리의 옛 이름인 ‘엄쟁이’는 소금을 만드는 장인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하귀-애월 해안도로 지나면 한림의 협재해수욕장. 바닷가에 자라고 있는 앙증맞은 비양도가 떠있다. ‘날아온 섬’이라는 이름처럼 화산 활동으로 생겼다. 고려 때 태어난 서기 1002년생으로, 제주의 새끼섬 가운데 생태적으로 가장 안정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재굴, 황금굴, 쌍용굴 등 용암 동굴군을 들렀다 나오면 월령리 해안에선 선인장 자생지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어 두모리에선 마을을 수호하는 방사탑(防邪塔)이 반갑고, 곧 자구내 마을이다. 이젠 제 기능을 못하는 선창가 도대(등대)를 기웃거리면, 제주에서 '성산 일출'과 쌍벽을 이루는 '차귀 낙조'의 포인트인 수월봉이 손짓한다. 수월봉에서 모슬포항 해안도로를 타면 대정읍. 조선 최고의 서예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왔던 추사적거지를 안 들를 수 없다. 복원된 초가의 돌담 아래엔 추사가 사랑했던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상모리 백조일손지묘에선 4ㆍ3사건의 슬픈 역사를 되짚어보고 송악산 오르면 가파도와 마라도가 코앞이다. 우리나라 남단인 마라도에 들어가고 싶으면 송악산 아래에서 유람선(064-794-6661)을 타면 된다. 이 일대는 선사시대 유적 출토, 일본군의 해안 진지동굴과 군사시설 흔적까지 다양한 역사가 펼쳐진 지역이다. 송악산에서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최근 사람 발자국 화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산방산 바위굴 들렀다 하멜기념비 지나면 제주 제일의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쉬리’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인 ‘쉬리의 언덕’은 연인들에게 인기 높다. 제주 해안 최고 절경인 중문대포 주상절리는 조물주가 만든 작품이다.

숙식 : 제주는 별미가 많은 섬이다. 육지에서 난 것 중에는 흑돼지와 꿩고기가 유명하다. 또 겨울에 잡아 꼬들꼬들하게 말린 옥돔구이는 맛이 담백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다. 성산 일출봉 근처의 곰바위식당(064-782-5123), 구좌읍의 해녀식당(064-783-4158)이 잘한다. 옥돔구이(1인분) 7,000~12,000원.
제주는 숙박시설이 많다. 일단 12번 국도와 해안도로엔 고급 펜션이나 깔끔한 민박집 같은 숙박시설이 있다고 보면 된다. 서귀포 중문단지를 중심으로 한 대포동에 고급 호텔과 콘도, 펜션들이 즐비하다.

교통 : 김포공항→제주공항=수시 운항, 60분 소요. 요금은 73,400원~82,400원. 부산ㆍ광주ㆍ대구공항→제주공항=각각 하루 5회 운항. 배편은 인천항→제주항=오하마나호(월, 수, 금)가 19:00에 출항. 13~15시간 소요, 46,000원~165,000원. 부산항(11시간 소요), 목포항(4시간 30분 소요), 완도항(3시간, 5시간 소요), 여수항(6시간 30분 소요)에서 제주항까지 운항. 통영항(3시간 50분 소요)에서 성산포항(화요일 휴항) 매일 10:00에 출발. 제주공항 안에 렌터카 회사가 많다.

시내엔 제주로 피난 왔던 천재화가 이중섭 살던 집이 남아 있다. 서귀포 앞바다엔 이중섭의 화폭에 등장하는 섶섬 외에도 설문대할망이 한라산 정상을 뽑아 던지는 바람에 생겼다는 전설을 지닌 문섬과 범섬이 있다. 유람선을 타면 둘러볼 수 있다.

서귀포시를 지나 남원읍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지, 남원리의 신영영화박물관과 큰엉 해안 풍광도 좋다. 성산 일출봉이 가까워지면 제주에서 인간시대를 연 삼성녀 표류지와 혼인지가 발목을 잡고, 드라마 '올인' 촬영장으로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섭지코지가 손목을 잡는다. 여기서 보는 성산 일출봉 조망이 일품이다.

유채꽃 만발한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이튿날 서쪽으로 길을 잡는다. 성산포에서 하도리로 이어지는 해안선도 예쁘다. 바다 건너엔 우도가 손짓하는데, 몇 굽이 휘돌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문주란이 자생하는 토끼섬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제주 동부해안의 방어를 담당했던 별방진과 한동리 바닷가의 환해장성을 둘러보다 보면 북제주군이다.

구좌읍 행원풍력발전단지는 바람 많은 제주의 특성을 살려 1997년 처음 세운 풍력발전소. 휙휙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동복 관광체험어장과 북촌 마을 입구의 환해장성, 함덕 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신흥리 방사탑은 제주 해안이 자연경관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는 제주의 다양한 돌문화 중 하나다.

용천수로 유명한 신촌과 삼양동 지나면 화북동. 옛날 제주 목사나 유배당한 이들은 물론 외부인들이 제주로 들어올 때 관문으로 이용되던 화북포구 유지 지나 공항으로 가는 길. 조선시대 목조건물인 관덕정에 들어서면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이 ‘왜 이제 오냐’며 퉁방울눈으로 반긴다.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4-03-31 21:08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