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을 위한 묘지산책맹난자 지음/ 김영사 펴냄

[출판] 인생은 아름다워라
고단한 삶을 위한 묘지산책
맹난자 지음/ 김영사 펴냄


‘죽은 자가 삶의 희망을 준다!’ 세상살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위안을 얻기 위해 떠나는 곳은 다양하다. 호젓한 호수나 바닷가로 달려가기도 하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묘지는? 수필가 맹난자(62)는 삶이 고단할 때면 언제나 가까운 묘지공원을 찾는다. “살아있는 동안 작은 일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열심히, 성실히,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지!” 그는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묘지 산책에서 돌아온다. 집착과 욕망을 덜어낸 발걸음은 한결 가볍단다.

그런 그가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 헤르만 헤세, 괴테, 두보 등 동ㆍ서양의 내로라 하는 유명 작가 35인의 묘지 기행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가까운 일본 중국부터 미국과 유럽까지 대륙을 넘나들며 10여년 동안 습관적으로 기록해 온 묘지 여행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 그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불꽃처럼 살다 간 작가들의 일생과 작품 배경을 온 몸으로 더듬어 보았다. 낯선 이국 땅의 묘지를 직접 찾아가 한 송이 꽃을 바치면서 어떤 묘지 앞에서는 숨죽이며 아파했고, 어떤 묘지 앞에서는 위로의 기도를 했다. 그들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지만 묘지에 남겨진 영혼과 삶의 자취는 끊임없이 속삭였다. 이들 작가의 묘지를 찾아 다니면서 책에서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또 다른 삶과 진실은 야릇한 흥분을 일으키곤 했다.

‘훌륭한 죽음은 최고의 이력’ 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치열하게 살고 예술처럼 죽어 간 위대한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는 진실로 생의 진정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일년에 사계절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야말로 좋지 않은가? 인생에는 선도 악도 없다. 계절에 따르면 모두가 선”이라는 임어당의 말에 동조하면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라고 되묻는다.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4-08 13:44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