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신화와 세속의 아름다운 랑데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의 여신 비너스는 오랜 세월 동안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쓰여져 왔다. 미술사에서 비너스를 대상으로 한 많은 작품 가운데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회화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도 기업 상품과 각종 광고 및 홍보에 그 이미지가 패러디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에 의한 관점이 아닌 인간 중심의 문학과 예술이 성행한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대 신화의 신비로움과 세속적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비너스의 탄생'을 완성시킨 산드로 보티첼리는 사후에야 그 진가를 인정 받았다. 화가 뿐만이 아니라 조각가, 자수가, 판화가, 금세공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아 회화에서 얻을 수 없는 기법과 묘사력을 키워냈는데, 그러한 배움의 영향으로 섬세한 선묘와 감각적인 색채 표현, 정교한 장식적 묘사에도 탁월한 솜씨를 드러내고 있다. 보티첼리는 고대 신화를 바탕으로 한 비너스의 탄생을, 당대의 새로운 문화적 변화를 겪었던 르네상스적 시각으로 표현했다. '비너스의 탄생'에서 가운데 서 있는 비너스의 아름다운 자태는 육감적인 고대 여신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유연한 S자 곡선의 몸매와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실어 비스듬히 서 있는 자세는 고대 조각상에 나타나는 콘트타포스토 포즈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작품 왼편의 ‘서풍의 신’과 그의 아내 클로리스는 바람을 불어 비너스로 하여금 키프로스 섬으로 이동하게 하고, 오른편에 있는 ‘과실나무의 요정’ 호라이는 순수와 순결을 상징하며 비너스를 감싸려 한다. '비너스의 탄생'은 당대 권위있는 이탈리아 메디치가에서 결혼 기념으로 주문ㆍ제작되었던 작품으로, 신화를 주제 한 폴리티누스의가 시에서 내용을 다 왔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절정으로 표현되는 고대 여신상의 우아미와 인간적ㆍ세속적인 관능미 모두를 감싸 안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수줍은 듯 빛나는 비너스의 자태가 눈부시다.


입력시간 : 2004-04-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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