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하게 또는 똑똑하게 그린의 대반란로맨티시즘 필드 점령, 현란한 색채·우아한 스타일링 "넘실"더 가볍고 더 짧게, 비타민·대나무 등 기능성도 봇물

[패션] 2004 S/S 골프웨어 트렌드
현란하게 또는 똑똑하게 그린의 대반란
로맨티시즘 필드 점령, 현란한 색채·우아한 스타일링 "넘실"
더 가볍고 더 짧게, 비타민·대나무 등 기능성도 봇물


바야흐로 필드의 계절이다. 그린이 잠을 깨고 골퍼들에게 초록의 손짓을 유혹한다. 이번 봄여름 골프웨어의 특징은 밝은 이미지의 컬러와 여성 골퍼들의 증가에 따른 페미닌&로맨틱 스타일, 그리고 다양한 기능성 소재가 사용된 점이다. 일상복과의 경계가 사라진 한 벌 세트보다는 셔츠 따로 바지 따로 섞어 입을 수 있는 믹스매치가 가능한 단벌이 많이 출시된 골프웨어. 여러 가지 아이템을 맞춰 입는 패션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그린 위의 패션짱은 이제 당신의 몫이다.

초창기 여성골퍼들은 높은 깃의 칼라, 소매가 긴 블라우스, 긴 치마, 페티코트 차림이었다. 이 당시의 패션은 형식이 무엇보다 중시됐고, 운동복이라고 따로 입지 않았다. 전쟁을 거치면서 여성복도 실용주의의 길을 걸었다. 긴 장화와 패티코트와 거들을 벗고 바지를 입게 됐고 60년대에 들어 성의 혁명이 필드를 강타한다. 여성들은 무릎 위까지 오는 짧은 바지나 짧은 치마를 소매 없는 블라우스와 함께 입어 팔다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밝은 색조와 대담한 무늬의 옷이 유행했고 ‘골프패션’이 시작된다.

현재와 같이 골프웨어가 일상복과 구별이 없어진 시기는 80년대. 경제부흥과 함께 가격과 디자인 면에서 다양한 상품이 다량 출시됐고 기술적인 면도 다양성에 기인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골프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스포츠 시대의 영웅적 여성들이 나타났는데, 낸시 로페즈 같은 여성골퍼가 골프패션의 새 물결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

이제까지 골프웨어는 운동복이 아니었다. 재킷과 타이만 벗은 정장이라고 할까? 남성 중심 비즈니스 웨어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필드의 양복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골프는 더 이상 중장년층 또는 남성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신감각 골프웨어는 지금까지 트렌드 수용이 늦었던 골프웨어가 최신 유행 경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확실히 변화된 모습이다. 대형 쇼핑몰 골프웨어 코너에만 나가봐도 그 변화를 눈으로 실감할 수 있다. 분홍색, 연두색의 눈부신 색채와 현란한 프린트, 샤넬룩과 같이 우아한 스타일까지 가벼운 외출복으로 입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 이거 외출복이니 운동복이니

필드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하는 일반 고객과 젊은 감각,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하는 여성 고객의 증가로 스포티한 제품과 로맨틱한 스타일이 인기다.

빈폴골프의 김덕미 디자인실장은 “봄 골프웨어에는 링, 포켓 등 스포티한 장식이 더해져 한층 활동적이고 젊어 보이는 스타일과 보다 얇고 가벼운 소재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골프웨어에 부는 로맨티시즘에 대해서 아스트라 이선희 디자인 실장은 “복고적인 이미지의 점박이 패턴과 현대적인 느낌의 줄무늬 패턴이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느낌의 열대지방의 꽃무늬, 야자수 패턴 등도 인기”라고 덧붙였다.

활동적인 스포티즘에서부터 여성스러운 복고풍의 로맨티시즘까지 공존하는 올해 봄여름 골프웨어의 경향은 몸에 달라 붙는 피팅감으로 더욱 슬림해 보이는 것이 전반적인 특징이다. 전체적인 길이는 긴 것보다는 다소 짧은 듯한 느낌이 선호된다. 바지의 경우 무릎길이 버뮤다팬츠에서 8부, 10부 길이까지 다양한데 이중 7부 팬츠가 베스트 아이템. 지퍼나 줄무늬로 바지의 옆선을 장식해 스포티즘을 반영한 트레이닝룩 스타일도 다수다. 티셔츠의 길이가 짧아져 상의를 억지로 바지 안에 넣어 입지 않아도 된 것도 특징.

바지나 셔츠에 아웃 포켓이나 지퍼, 견장, 라이닝을 매치, 블랙&화이트 코디에 큰 단추 장식이나 옆선, 어깨선 등에 배색 장식(샤넬풍 룩)을 많이 사용했다. 기능성과 스포티즘을 강조하기 위해 티셔츠에 미니 아웃포켓과 지퍼 장식, 소매선에 라이닝 배색 장식 등 수납공간과 장식을 과감히 적용했다. 조끼 아이템이 줄어든 대신 미니 아웃 포켓이 달린 티셔츠, 가볍고 광택이 있는 민소매 블루종 등 조끼 대용 아이템이 많아졌다. 방수, 방풍 기능을 하는 민소매 블루종은 여름 시즌까지 착용이 가능하다. 허리선에 탄력 있는 고무밴드를 단 블루종은 하체가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필드의 필수 아이템, 모자는 야구 캡이나 벙거지 스타일 외에도 면이나 밀짚 ?가벼운 소재가 많다.

색은 크루즈룩이나 샤넬룩을 연상시키는 블랙&화이트를 기본 색으로 베이지나 회색을 바탕으로 화사한 분홍, 노랑, 연두색을 포인트로 사용하고 있다. 파랑, 빨강과 같은 강렬한 색도 젊은 층에게는 인기 있다. 원색 포인트는 보다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필드에서 눈에 띄는 골프패션 연출을 돕는다. 패턴은 진부한 로고타입의 활용보다는 귀여운 모티브 패턴, 역동적인 옵아트 패턴, 경쾌한 줄무늬나 점박이 패턴이 화려한 색감과 함께 필드를 수놓는다.

- 웰빙 바람, 그린을 넘보다

올해 골프웨어 신상품의 특징은 기능성 소재가 유난히 많이 쓰였다는 점이다. 이는 골프가 스포츠이며,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제일모직 아스트라는 비타민C, 알로에, 대나무 등 섬유를 사용한 제품을 내놨다. ‘V-UP’은 비타민C를 원단에 배합한 니트 소재. 피부에 닿으면 비타민으로 변하는 프로 비타민제를 사용, 피부에 비타민을 공급한다. 비타민C는 피부 건강을 뿐 아니라 체내 멜라닌 발생을 억제, 햇볕에 타는 것도 완화해 준다. ‘아로마블’은 알로에 엑기스가 첨가됐다. 저자극성 피부 보습 작용과 항균, 방취기능으로 청결함을 유지한다.

이밖에 대나무 펄프를 사용한 소재 ‘밤부(BAMBOO)’는 중국 자생 대나무 펄프를 원료로 항균, 소취 작용으로 세균과 냄새를 억제하고 땀을 신속히 흡수하여 방출하는 자연 소재. 청량소재로 대나무 특유의 시원함과 뛰어난 형태안정성을 자랑한다.

LG패션 애시워스는 키토산 섬유, 카프리, 풀맥스 소재를 사용했다. 키토산 소재로 만들어진 조끼는 항균, 방취 기능이 뛰어나 착용감이 우수하다. 외부의 찬 공기와 습기를 차단하는 기능이 뛰어난 방수소재 ‘카프리’는 점퍼로 선보인다. 신축성이 뛰어나면서 통기성도 좋아 여름소재로 인기 높은 ‘풀맥스’소재는 바지에 사용됐다.

FnC코오롱 엘로드는 섬유와 피부 사이 공기층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여름 소재 ‘써머메이트2’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이 소재로 제작한 ‘넥 쿨러(neck cooler)’와 ‘헤드 쿨러(head cooler)’ 등의 제품은 물에 적셔 목뒤에 두르거나 머리에 쓰면 이상적인 체온상승을 막아 주고 햇볕에 피부가 그을리는 것도 방지한다고.

슈페리어는 남성용 쿨링 소재 외에 여성용으로 감각적인 기능성 소재를 선보인다. 방수성에 빠른 습기 제거, 온도 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온도 적응기능’까지 갖추면서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여성 골퍼들이 필드 밖에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아웃웨어를 내놓았다.

이제 골프웨어도 패션트렌드와 따로 떨어져서는 생각할 수 없다. 고급스러움에 기능성까지 더해진 일상복으로도 손색없는 골프웨어. 스포츠와 평상복이 만났듯이 이제 골프웨어와 캐주얼웨어의 믹스&매치가 필드의 패션리더를 완성하지 않을까.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4-22 16:09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