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관능적 매력


어떤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특유의 말투와 성격처럼, 소설을 쓰는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화가 역시 그 사람만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존재한다. 피카소와 고흐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애호를 받는 까닭은 단지 미술사적 호평이나 이미 문화 안에서 공인된 유명세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과 상이하게 구분되는 강렬한 아우라(어떤 예술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모방할 수 없는 특유의 기운)를 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들이 가지지 않은 물건을 소유하고픈 욕구와도 같이, 미술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화풍과 사조가 탄생해 온 것은 언제나 기존 세대의 매너리즘에서 벗어 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의 목표는 절대로 모방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과 색채를 표현하고자 갈망했던 화가, 타마라 드 램피카는 그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당당함과 빛나는 개성처럼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진보적 여성이었다. 폴란드 태생의 램피카는 파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출발로 이탈리아와 미국을 오가며 상류층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세기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닮은 미모를 지닌 램피카의 고혹적인 눈매는 그녀의 작품 속 인물에게서 가장 큰 매력을 발산하는 부분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을 두고 1925년 장식미술 양식인 아르데코의 기하학적인 반복과 입체파 화가들의 작품에서 자연이나 사람과 같은 대상물을 모두 원통, 원추, 입방체로 그린 것과 같은 느낌으로 설명하는 일부 여론을 향해 그녀는 자신의 독창성을 강조하곤 했다. 작품 ‘안드로메다’ 에서 볼 수 있듯 날카롭게 끊어지는 선묘, 차갑고 단순한 형태, 유리처럼 반짝이는 색조가 나타내는 관능성은 램피카만이 지니는 독특한 조형적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 수갑에 채워진 여인이 비록 상대에 대한 의존성과 자학적 고통을 즐기는 마조키즘적 환상으로 오인되더라도 램피카 자신이 말했듯 “ 백 점이 넘게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에서도 자신의 작품은 금방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매력적인 아우라가 발산되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4-2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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