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떨어져 꽃을 피웠구나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민들레
별이 떨어져 꽃을 피웠구나

산책 길을 나서서 걷다 보니 갑자기 사방이 환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주변을 휘휘 둘러 보니 발 아래 노란 민들레가 봄 햇살처럼 밝게 웃고 있다. 내 마음까지 밝아진다.

하지만 민들레를 만나니 저로 고개를 숙여 꽃을 들려다 보게 된다. 혹시 서양민들레는 아닐까. 언제나 정다운 우리꽃 민들레라고 생각하지만 이 땅에 민들레라고 부르는 대다수가 서양에서 건너온 귀화 식물인 서양민들레가 차지한지 오래이니 민들레를 만날 때 마다 그 출신을 따져보는 버릇이 생겼다. 서양민들레는 꽃들이 모인 총포라고 부르는 부분이 뒤로 젖혀진 특징을 가지고 있어 토종민들레인 민들레와 산민들레와 구별된다. 그 밖에도 서양민들레는 잎이 훨씬 깊이 갈라지고 또 봄 말고도 시도 때도 없이 피는 특징이 있다.

다행이 오늘 만난 것들은 대부분 우리 민들레들이다. 반갑게도.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봄이면 바닥에 깊은 톱날처럼 결각이 심한 잎새를 작은 방석처럼 바닥에 깔고 그 사이로 하나의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 낸다. 그 끝에 달리는 우리가 흔히 꽃 한송이로 알고 있는 있는 것이 수십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이루어진 꽃차례이다. 이 작은 꽃들은 자신을 키우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수분을 담당하는 꽃들과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꽃들로 나뉘어져 분업을 하며 효율적인 후손 번식에 열중하고 있는 지혜로운 꽃모임이다. 이내 꽃가루받이가 일어나고 공처럼 둥근 모양의 열매를 만들었다가 바람처럼 가벼운 솜털에 종자를 싣고 봄바람을 타고 살랑 살랑 멀리 멀리 퍼져 나간다. 더욱 강인한 민들레의 모습은 뿌리에 있는데 민들레를 한번 캐어 본 사람은 얼마나 깊게 뿌리가 박혀 있는지 알고 있을 터이다. 일편단심 민들레란 노래가 있는데, 한자리에서 곧게 깊이 뿌리를 내려 옮겨갈 수 있는 이 모습 때문에 붙은 비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민들레는 예전에는 미염둘레였는데 민들레로 변해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외에 드냥 들레라고하기도 하고, 앉은뱅이, 안진방이, 문들레라고 한 곳도 있다. 금잠채, 고체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민들레를 포공영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댄딜라이언(dandelion). 사자의 이빨이란 뜻이 있단다. 결각이 심한 잎새의 모양에서 붙은 이름이려니 싶다.

민들레는 예전부터 항상 옆에 있던 꽃이어서 꽃을 따서 반지도 만들고, 시계나 화관을 만들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때는 둥근 솜털열매를 송이채 따서 하나씩 떼어 내며 마지막이 남을 때까지 “오늘은 운이 좋다”, “운이 나쁘다”를 반복하며 하루의 운세를 점치며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유럽에서는 그 솜털을 한숨에 날려 버리면 새 옷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어 아이들이 민들레 열매를 보면 열심히 불며 다닌다고 한다.

민들레는 그저 바라보기만 좋은 것은 아니다. 쓸모도 요모 조모 많다. 예전에는 이것을 포공영이라 부르며 약용을 하기도 혹은 먹기도 하였다. 한방에서는 이 식물이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하고, 이뇨, 소염, 건위, 발한 및 담즙의 분비에 효력이 있다고 한다.

민들레는 잎은 물론 꽃과 줄기와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는데 그늘에서 자란 연한 것을 나물로 무치거나 혹은 국거리나 튀김을 해도 좋으며 물에다 쓴맛을 우려 내어야 한다. 또한 뿌리를 잘게 썰어 말려서 볶은 후, 물에 다려서 꿀을 타서 마시면 좋은 차가 된다. 민들레 잔뿌리를 그냥 무쳐 먹으면 쌉싸름한게 입맛을 높이기도 한다.

민들레는 신에게 원망을 품은 한 왕이 ‘하늘의 별이여 다 떨어져라’라고 원망을 해서 별들이 내려앉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나. 우리는 발아래 피어나는 미천한 민들레에게서 별에게서 읽은 밝음과 희망을 읽는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4-04-28 16:55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