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터키로 떠나는 미각여행

[맛이 있는 집] 케밥 전문점 <이스탄불>
한국 속의 터키로 떠나는 미각여행

한 때 퓨전 바람이 불더니 요즘은 다시 ‘정통’이다. 한 가지를 만들더라도 나라와 지방색이 도드라진 곳이 승부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잘 만든다고 자부를 해도 현지인이 아닌 이상 본토 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각국 음식을 주제로 한 레스토랑 등이 현지 출신 주방장을 고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때문에 각 나라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을 때 현지인의 손길이 닿는 지를 체크하는 것도 한 가지 요령이 될 수 있다.

대학로에 자리한 이스탄불(Istanbul)은 우리나라에서 터키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레스토랑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한 규모다. 그렇지만 내부는 터키에서 가져 온 특색 있는 장식품으로 꾸몄고 테이블마다 터키 여행정보를 담은 브로셔도 준비했다. 조만간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찾아가 볼 만하다. 주방도 오픈 되어 있어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이스탄불의 대표 메뉴는 케밥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케밥을 ‘밥’과 관련된 음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터키를 대표하는 서민 음식인 케밥(Kebab)은 유럽이나 대양주 등에서는 간편한 한 끼 식사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럽배낭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들에게 케밥이 얼마나 반가운 존재였는지.

밀가루 전병 위에 얇게 저민 고기와 양상추, 토마토, 칠리, 특제 소스 등을 넣어 돌돌 말아 손에 쥐고 먹는데, 햄버거처럼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파는 것이 아니라 주문에 따라 넣을 건 넣고, 뺄 건 뺀다. 주문을 한 후 만들어지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고기가 돌돌 말려져 있는 원통형의 브로일러 때문인데. 브로일러를 살살 돌려가며 익은 고기를 얇게 잘라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주인인 메멧(Mehmet)은 터키 사람이다. 한국인 부인과 함께 터키, 싱가포르 등에서 살다 지금은 한국에 정착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이태원에 가게를 내지 않고 대학로에 터를 잡은 것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로가 터키 음식을 알리는 데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이태원과 같은 곳은 유동 인구가 한정되어 있는 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루지만 대학로는 일반인들이 주 고객이다. 그로서는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터키 요리는 한국 음식에 비해 소스를 적게 쓰는 편이라고 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치중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손님을 맞는 곳이 한국인지라 양고기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본래, 케밥에 들어가는 고기는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가 대표적이지만 냄새가 나는 양고기는 한국인들 입맛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터키에는 케밥 외에도 독특한 요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이스탄불은 피데(Pide)라는 두꺼운 터키 피자와 라흐마준(Lahmacun)이라는 얇은 피자, 도네르 샌드위치 등을 제공한다. 선보이는 메뉴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음식이다.

여기에 음료수 한 잔만 더하면 한 끼 식사 또는 든든한 간식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에 케밥 관련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터키인의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스탄불에 가면 터키엔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음식 하나로 대리 만족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 메뉴 : 케밥 3,000원, 도네르 샌드위치 3,000원, 피데 7,000원, 라흐마준 5,000원, 음료 700원.
■ 위치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하차, 3번 출구에서 나와 서울대학병원 반대 방향, 24시간 편의점 쪽(소나무 길)으로 좌회전 한 후 직진. 02-744-9790

서태경(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5-04 21:01


서태경(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