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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뮤지컬 <판타스틱스>
작은 것에 대한 감동과 재미
환상적인 즐거움 선사하는 어쿠스틱 로맨틱 뮤지컬


‘ 더 판타스틱스’란 ‘ 판타스틱’이란 형용사의 명사적 전용으로 그런 종류의 사람이나 사물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철부지들’이라는 번역으로 여러 차례 공연된 바 있는 뮤지컬이다. 그런데 왜 ‘철부지들’일까? 연극열전 다섯 번째 작품인 이 공연은 정말 ‘판타스틱’ 하니 말이다.

아마 극에 나오는 두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듯한데, 이 공연을 본다면 오히려 ‘멋진 사람들’이란 제목이 더 어울릴 듯하다. 뮤지컬 <판타스틱스>는 1960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한 소극장 무대에서 시작되어 2002년에 이르기까지 42년간 60여 개국에서 1만7,000여회의 공연을 펼쳐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 작품은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을까?


- 평범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공연

등장 인물로는 딸 루이자와 아들 마트를 각각 자식으로 둔 이웃 사촌 허클비와 벨로미, 해설자이자 극중 악당 역할을 하는 엘가로, 그의 도우미인 인디언 차림의 두 극중 배우 헨리와 머티머, 그리고 끝으로 벽 또는 담으로 등장하는 뮤트, 그리고 라이브 반주를 맡은 세 명의 연주자들이 전부이다. 극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마음껏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바로 이 작품이다.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한 이 소박한 공연에서 너무 거창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쿠스틱 로맨틱 뮤지컬이란 장르가 말하듯 연주자들이 퍼쿠션과 피아노, 기타를 연주하며 극에 생동감을 더한다.

줄거리는 하나의 우화와도 같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사이인 마트와 루이자의 아버지들이 극중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게 하는 이야기다. 등장인물이 이루는 세 계층은 마치 16-18세기 이태리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등장하는 아버지, 연인, 하인이라는 세 인물 군과도 유사하다. 두 아이가 자라나 사랑에 빠지는데 이들을 결혼시키고자 두 아버지는 서로 나쁜 사이를 자처한다. 아이들의 사랑에 의도적 장애물을 만드는 셈이다.

아버지들은 마트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배우들을 동원해서 루이자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마트는 싸움에서 져주는 악당들(엘가로, 헨리, 머티머)을 물리치고 루이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이 일을 계기로 두 아버지는 공식적으로 화해할 핑계를 얻는다. 그런데 후에 이런 사실을 허클비가 발설하자 두 사람의 사랑도 시들해진다. 세상에 나가 시련을 겪던 마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그를 기다리던 루이자와 행복한 재회를 한다. 극의 전반부가 사랑의 형성과정이라면 극의 후반부는 환상의 파괴와 사랑의 재확인을 다룬다.

아이들의 사랑을 돕기 위해 아버지들이 배우를 불러 계략을 꾸민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멋진 뮤지컬이 되는가에 대한 대답은 바로 ‘상상력’이다. 모든 연극이 결국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먼 간소한 무대와 소박한 의상에도 불구하고 공연 내내 무대를 채우는 연기자들의 애교 만점인 연기, 그리고 멋진 아이디어들은 이 공연을 환상적인 것으로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약간 여러 가지 면에서 조금씩 부족한 듯 한 것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가창실력이나 춤 솜씨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연기력이 출중한 것이 아닌데도 공연이 시종 관객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단연코 마술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지는 젊은이들, 그들을 아끼는 아버지, 악당을 연기하는 극중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의 폭넓은 호응을 얻고, 관객의 호응도는 공연의 완성도에 톡톡히 한몫을 한다.

- 관객의 공감 이끌어내는 뛰어난 연출력

이 뮤지컬의 재미는 루이자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자 아버지들이 부른 극중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무대 한 쪽에는 극중 배우와 연기에 필요한 소품들이 들어 있는 마술 상자가 있다. 의외의 장소인 상자에서 출현하는 이 배우들이 극에서 얼마나 기대 밖의,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는지는 공연을 보아야만 한다. 흔히 젊고 유능한 배우들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이들은 그 기대를 저 멀리 벗어난다. 너무도 허름한 차림에 떨리는 다리 때문에 제대로 단상 위에 오르지도 못하는 부실한 배우인 대머리 헨리(서현철 분)가 간신히 무대에 올라서 갑자기 청산유수로 연극 대사를 읊을 때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와 감탄사는 모두 극의 분위기에 동조하고 극의 상황에 몰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무대에 대한 관객의 기대의 지평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들이 등장하여 “ 채소를 심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을 부르며 나이에 비해 과장된 몸짓과 춤동작을 할 때 이 앙증맞은 아버지들(최용민, 한성식 분)을 좋아하지 않을 관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공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 Try To Remember’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등 여러 가수들이 불러서 널리 알려진 곡이다. ‘ 돌이켜 보세요’라고 번역하여 불리는 노래는 마치 관객에게 그들 모두가 가졌던 순수하고 기쁨으로만 가득하던 시절에 대한 추억을 환기시키며 그런 시절을 보여주는 극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어 들인다. 극을 구성하는 14곡의 노래는 극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앙상블을 연출한다. 엘가로와 마트가 부르는 ‘ 난 볼 수 있어’에서 두 사람의 가사가 시작 부분에 담고 있던 대조적인 내용과 상대적인 음색은 세상의 시련을 겪고 삶을 배우겠다는 하나의 목소리와 화음으로 합쳐지면서 멋진 앙상블을 보여 준다. 마트가 시련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을 노래를 통해 그려 내는 것.

극 전체를 이끌어가면서 등장 인물에 대한 해설을 하거나 극중 이벤트도 연출하고 극중 악당으로 등장하는 엘가로의 존재는 독특하다. 그와 극중 배우들의 존재가 말하듯 이 뮤지컬은 연극에 대한 연극, 즉 메타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가, 또는 배우의 조그만 동작 하나가 어떻게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를 말하려고 한다. 헨리와 오래 동고동락 해 온 머티머(이현철 분)는 죽는 장면 전문배우로써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죽어가는 장면은 관객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배우들 자신에 대한 언급을 하는 극중 배우의 존재는 관객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모든 연극인들에 대한 애잔한 공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루이자(김희원 분)와 마트(최재웅 분)의 이미지도 배역과 어울려서 좋았다. 이들의 사랑이 얼마나 관객의 낯을 간지럽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공연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 때: 2004년 4월16일-5월30일, ■ 곳: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작ㆍ작사: 톰 존스, ■ 작곡: 하비 슈미트, 연출: 김달중, 출연: 최용민 조승룡 추상록 한성식 등



송민숙(연극평론가 ryu1501@kornet.net


입력시간 : 2004-05-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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