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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
시적인 아름다움 혹은 명상
섬세한 영화적 시선으로 씌어진 블루스 음악의 시


빔 벤더스 감독은 <사물의 상태>(1983)와 <파리, 텍사스>(1984)가 연속으로 베니스 영화제와 깐느 영화제에서 각각 작품상과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벤더스에 대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그의 대표작 중 독일 자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유일하게 <베를린 천사의 시>(1988) 뿐이라는 점이다. 특히 90년대 이후 그의 작업을 보면, 그를 더 이상 독일 감독이라고 칭하는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벤더스가 현존하는 최고 감독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더 이상 그의 작업에서 ‘ 독일’ 혹은 ‘ 독일 사회와 미국 영화와 문화의 관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할리우드의 제작자가 자신이 관여한 폭력영화에 대해 성찰하는 <폭력의 종말>(1997)이나 로스엔젤레스의 다운타운 호텔을 배경으로 다양한 호텔 투숙객을 통해 밀레니엄을 관찰한 <밀리언달러 호텔>(2001) 같은 최근 영화들은 벤더스가 할리우드라는 용광로에서 거대 자본과 안정적 배급 망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다른 할리우드 감독들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독일의 어떤 감독보다 미국 영화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벤더스는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을 감독하기 전에도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니콜라스 레이 감독에 관한 다큐리멘타리<물위의 번개>(1980)나 컨츄리 음악에 관한 다큐멘타리 <윌리 넬슨- 테아트로>(1999)를 감독했다. 그 이외에도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대한 <됴코가>(1985)와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를 소개하는 <도시와 옷에 관한 노트>(1989)라는 독특한 다큐멘타리를 만든 적도 있다. 물론 가장 성공적이었던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타리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1999)다.

벤더스의 영화나 다큐멘타리에서 어떤 일관적인 특성을 찾는다면 음악보다는 ‘ 시’다. 그의 대표작들은 다루는 내용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 시적인 아름다움” 혹은 “ 시적인 명상”등이 발견된다. 동서로 갈린 베를린에 천사를 등장시켜 상처를 안고 있는 도시에 대해 시적인 대사를 읖조리게 만들었다든지(<베를린 천사의 시>), 광활한 미국 서부 사막에 놓여진 주인공의 심리를 너무도 인상적인 모노로그로 처리한다든지(<파리, 텍사스>), 다큐멘타리의 소재가 일본이나 쿠바이거나 도시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에는 시적인 섬세함이 담겨 있다. 이 작품에 대해서도 벤더스는 “ 블루스가 미국에 관한 어떤 책보다 미국에 관한 진실을 담고 있으며 다큐멘타리적이라기 보다는 블루스를 시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 블루스>는 마틴 스코세지의 제작 총지휘(<고향에 가고 싶다>편의 감독도 겸함)로 만들어진 블루스 음악에 대한 7편의 다큐 연작 중 하나다 (따라서 벤더스의 작품의 정확한 명칭은 <소울 오브 맨>이다). 블루스가 미국 음악의 원류라고 알려져 있듯이 6명의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마이크 피기스처럼 상업영화로도 잘 알려진 감독을 포함, 인디펜던트 흑인 감독인 찰스 버넷, 백인이면서도 랩과 흑인 사회의 문제를 다뤄 온 마크 레빈, 주로 텔레비전 연출로 잘 알려진 리처드 피어스 등 미국 태생 감독들이다. 하지만 스코세지가 블루스 음악이 현대 미국 음악의 뿌리라고 믿고 있고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음악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벤더스가 바라보는 유럽적인 시각이 필요했다고 보여 진다. 또한 벤더스의 <소울 오브 맨>이 블루스의 역사와 형식에 대한 분석 혹은 대표적인 인물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다큐멘타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스코세지를 포함한 감독들의 의도였다고 한다.

-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에 대한 헌정사: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B.르느와르

그런 의도는 원래 블루스가 노예로 핍박받던 흑인들이 자신들의 심정과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했던 매우 자서전적인 음악이라는 점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벤더스의 다큐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스킵 제임스’와 ‘J. B. 르느와르’의 노래 가사들도 연애 등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감정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소울 오브 맨>에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같이 나래티브적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가스펠을 블루스식으로 혹은 블루스를 가스펠로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초기 연주자겸 가수인 블라인드 윌리 존슨이 두 명의 블루스 뮤지션의 삶과 음악에 대해 보이스 오버 나래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더구나 자료 화면이 몇 장의 사진 밖에 남아있지 않은 존슨과 제임스는 배우들이 이들의 삶과 음악을 연기하도록 하고 수동식 카메라를 사용해 1920-30년대의 자료화면과 똑같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관객은 진짜 자료 화면이라 의심치 않으며 로렌스 피쉬번(<매트릭스>의 모피어스)이 명확하고 단호하게 존슨의 목소리 연기로 전달되는 제임스와 르느와르의 드라마틱한 삶에 매료되게 된다.

또한 흥미롭게도 <소울 오브 맨>은 마치 사이언스 픽션 장르처럼 광활한 우주 샷들로 출발한다. 1977년 여름 나사가 우주로 보낸 탐사선 보이저호 안에 50개 언어로 된 메시지와 지국의 다양한 사진, 음향, 음악이 실려 있었는데, 그 중 한 곡이 “다크 워즈 더 나이트”였다. 그리고 바로 그 노래가 존슨의 노래다. 그렇게 시공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벤더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블루스 뮤지션들과 음악을 얘기해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자료화면 중에는 벤더스가 우여곡절 끝에 발굴해낸 희귀한 자료도 있고, 벤더스가 학창시절 만들었던 다큐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같은 자료화면의 디지털기술보다 음악에 관한 작품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음악 자체다. <소울 오브 맨>에는 존슨, 제임스, 르느와르의 대표곡들이 그들의 목소리와 악기 연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등장한다. 하지만 캡슐에 담긴 과거 레코딩의 가치로서의 블루스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보니 레이트, 루 리드, 카산드라 윌슨, 로스 로보스 등을 포함 16명/그룹이 세 명의 대표곡들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버전으로 부르는 장면들이 블루스 음악의 뿌리와 역사,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블루스 혹은 미국 대중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상영시간 내내 흘러나오는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7편의 다큐를 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소울 오브 맨>으로만 <더 블루스>를 다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이 한 편이 다른 작품들과 연결되어 있어 한 편으로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아니라, 존슨, 스킵, 르느와르 만의 이야기로 블루스의 역사 알 수 없기 때문이고, 특히 이들이 모두 남성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초기 블루스 역사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했던 여성 뮤지션들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매니 스미스가 1920년 2월에 레코드를 취입했던 것을 포함, 블루스가 대중화되는 데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영향이 컸다고 많은 블루스 연구자들이 밝혔던 것을 상기해보면 <소울 오브 맨>이 감독의 개인적인 블루스에 대한 애정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준다.

시네마 단신
  
- 오즈 아스지로 특별전

일본의 거장 감독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영화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오즈 야스지로 특별전'이 5월8일부터 6월10일까지 부산(시네마테크 부산, 5월8일~23일)과 서울(하이퍼텍 나다, 5월28일~6월10일)에서 열린다. 이번에 상영되는 17편에는 오즈의 대표작인 〈도쿄 이야기〉를 비롯해 홀로된 아버지와 아버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계절' 시리즈의 첫 작품에 해당하는 〈늦봄〉(1949), 초기 무성영화〈태어나기는 했지만>(1932)과 이를 아이의 시선으로 리메이크한 〈안녕하세요〉(1959) 등이 포함돼 있다.

- <분신사바>일본에 수출

7월에 개봉 예정인 안병기 감독의 공포영화 <분신사바>가 일본영화사 해피넷에 미니멈 개런티 300만불과 흥행수익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선판매되었다. 이 금액은 프리세일즈 금액의 최고액에 해당하며 <실미도>와 함께 한국영화 판매액의 최고치다. 안병기 감독의 전작인 <폰>이 일본에서만 100억에 가까운 극장수입을 올려 제작이 완성되기도 전에 일본 영화사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윤정 영화평론가 blauth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5-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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