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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괴불주머니
뒷동산에 핀 노란 비단





봄 숲에 지천으로 무리 지어 피어 나는 봄 꽃들이 여럿 있는데, 특별히 노란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많이 있다. 산괴불주머니도 그런 식물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꽃이 더욱 정다운 것은 부러 깊은 산에 가야 어렵사리 만날 수 있는 그런 고귀한 꽃이 아니라,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뒷산에서도, 숲과 들이 만나는 계곡 어딘가에도, 지친 산행의 끝에서 다 내려 왔음을 알리는 숲 가장자리에서도 만나지는 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폄범한 자리에 자리잡고 있지만, 봄 날의 아지랑이가 스며든 듯 흰 빛이 식물의 몸체를 감싸고 여기에 은은한 노란 색 꽃들이 가득 피어 봄의 풍광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든다. 더욱이 이 꽃은 수없이 많은 식물들이 군락을 자라므로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인상적이고, 가까이 다가서 들여다보면 그 독특한 꽃의 생김생김이며 꽃이 지면 달리는 열매의 잘록 잘록 들어가는 모양 또한 재미나므로 한번 만나고 나면 더욱 궁금해지는 그런 풀이다.

산괴불주머니는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이다. 다 자라면 무릎에 조금 못 미치는 높이까지 올라오고 전체적으로 분백색이 돌지만 줄기의 속은 비어 있어 큰 힘을 받지 못한다. 꽃은 연 노란색으로 봄이 시작하여 다른 식물들이 미처 출현하기 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웬만한 봄꽃들은 다 사라지는 늦은 봄까지 오래도록 만날 수 있다. 꽃의 모양새는 매우 독특한데, 길쭉한 꽃송이는 한쪽은 뭉툭하게 막혀 튀어나오고 다른 한쪽은 물고기 입처럼 벌어져 있다. 꽃이 지고 나서 생기는 열매도 염주같이 잘록하게 10~15개 정도의 마디가 있어 개성적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산에서 나는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괴불주머니여서 산괴불주머니일 것이다. 또 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은 그 유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친절하게 연락을 주셨다. 오색의 비단 헝겊을 이용하여 여러 모양의 수를 놓아 만든 노리개를 괴불주머니라고 한다고. 그래도 아직 꽃모양을 가리킨 것인지, 잘록한 열매를 연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자로는 구슬같은 열매가 달리면 뿌리가 붉다는 뜻의 주과황근(珠果黃菫)이며 지방에 따라서 암괴불주머니, 특히 북한은 산뿔꽃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스세시어스 콜리달리스(specious corydalis)로 쓴다. 종달새란 뜻이라는데, 꽃의 모양이 노래를 부르며 입을 벌리고 있는 새의 모습을 닮기도 했다.

용도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꽃밭에 봄을 장식하는 우리 꽃으로 무리 지어 심고 기르는 것이 최고 일듯 싶다. 이른 봄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나는 산괴불주머니의 노란 꽃무리는 누가 봐도 아름답다. 화단용으로, 특히 경사 지고 낙엽진 낙엽수 아래에 키우면 최적이고, 더욱이 웬만한 환경에는 어렵지 않게 적응하므로 가로변이나 사면지의 지피식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군식을 해야만 미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전초를 말려 혹은 뿌리를 약으로 쓰기도 한다. 생약명은 국화황련(菊花黃連)이라 하여 열이나 독이 생길 때 생기는 염증, 진경, 진통,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나 널리 쓰이는 약재는 아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이 식물의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지만 유독 성분이 있으므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

봄 비가 또 내린다. 이 비도 이내 봄과 여름이 섞여 버릴 듯 하여 마음이 급하다. 이 봄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코 앞에 다가섰으니. 아직도 산자락 어딘가에 피어 있을 산괴불주머니라도 만나러 봄 산행을 준비해야 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4-05-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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