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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방송가] 또 다시 부는 누드 광풍
그 본질과 마케팅 전략

또 누드 바람인가. 정신대 할머니를 주제로 해 ?S어졌던 물의로 주춤해지는가 싶었던 연예인들의 누드 광풍이 다시 불고 있다. 최근 사강에 이어 가수 디바의 비키가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전의 누드 선풍과 다른 점은 더 이상 예술이라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만은 다행이다. 가당치 않은 예술 논리로 포장했던 연예인 누드의 본질을 이제 돈으로 자본화가 가장 쉽게 되는 몸을 밑천 삼아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고 당당하게 밝히니. 하지만 여전히 충격 마케팅 전략 등은 여전하고 억지 안하무인 식의 누드 컨셉을 내세우고 있는 자세는 여전하다.

2003년 초 탤런트 성현아로 촉발된 누드 상품화는 권민중, 이혜영, 김완선, 이지현, 이주현을 거쳐 함소원에서 정점을 이루다 올 들어 그룹 투투 출신의 황혜영의 누드를 시작으로 루루, 이사비의 누드 사진이 서비스되는 데 이르렀다. 이윽고 이승연 누드 파동에 이어서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 섰던 누드 열풍은 사강, 비키 등이 누드 상품화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재개되고 있다. 이 과정 중 누드 사진의 성상납 조작 의혹 법정 공방으로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미스 코리아 출신 연예인 이정민도 누드 작업에 가담했다.

이승연 파동으로 주춤했던 누드 열풍의 불을 지핀 것은 4월 17일 SK텔레콤과 KTF 등을 통해 모바일 서비스 된 탤런트 사강의 누드였다. ‘ 왕의 여자’ 출연 도중 누드 사진 촬영 의혹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사강의 누드 사진이 이날 서비스된 직후인 26일, 누드 사진의 당사자인 사강은 “ 최근 휴대전화 서비스로 공개된 누드 사진은 사기며 이로 인해 명예 훼손을 당했다”며 검찰에 소속 기획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사강 소속사 대표는 곧 “ 사강이 누드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누드 사진의 합성은 없다”며 반박한 뒤 누드 사진 서비스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강에 이어 페미니즘 누드를 표방하며 7개 테마로 1만여장의 누드 사진을 촬영한 그룹 디바의 비키가 누드 프로젝트 ‘르네상스’ 누드 쇼 케이스를 4월 26일 연 뒤, 4일 뒤인 30일부터는 모바일 서비스에 들어갔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비키의 부모가 암에 걸렸으며 어머니 치료를 위해 누드 사진을 촬영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스포츠지를 비롯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밖에 탤런트 박탐희에게 남녀 누드모델 거액 제의가 들어 왔으나 거절했다는 등의 연예인 누드와 관련된 뉴스가 급증하고 있어 비키의 누드 컨셉처럼 누드 광풍이 다시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몸은 곧 돈이다라는 인식이 심화되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성의 상품화 판로가 급증하면서 대대적으로 일고 있는 우리 연예인의 누드 상품화의 광풍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들여다보면 현재 일고 있는 누드 광풍의 본질과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인기 정상의 톱스타가 아닌 대중의 시선에 비켜 서 있는 연예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스캔들 등으로 연예인으로서 어려움에 직면했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마약복용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고 연예인의 생명에 지장을 받았던 성현아, 결국 비디오의 등장인물은 자신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지만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H양 비디오 파동’의 함소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연예인들의 누드 프로젝트를 유심히 지켜 보았죠. 식상한 누드가 아닌 저만의 색깔이 담긴 의미 있는 누드집을 내고 싶어서 기획 회의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제 생각을 주장했죠” 비키가 언론에 밝힌 자신의 누드에 대한 견해다. 자기만의 독특한 컨셉과 예술성을 내세우는 것은 비키만이 아니다. 누드 상품의 변별점이 거의 없음에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로 누드 작업의 명분을 내걸고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이 누드 상품화 연예인에게 나타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여성의 시선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누드를 강조한 비키(페미니즘에선 성의 상품화를 가장 비판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컨셉을 내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포즈 누드를 선보인 함소원, 귀여움을 드러냈다는 큐티 누드의 황혜영, 예술 누드를 표방한 이혜영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심지어 역사의식마저 망각한 이승연의 정신대 할머니를 소재로 한 누드 작업이 진행된 것은 누드 작업이 이제는 논란을 상품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누드 상품의 마케팅 전략이 일정한 패턴과 경로를 밟고 있다는 점도 누드 상품화 광풍에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선 누드 작업을 하기 전 연예인에 관련된 이슈를 스포츠지 등을 통해 드러내고 누드 상품을 판매할 즈음에는 스캔들, 동정을 살 수 있는 소재,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이벤트를 공개해 최대한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켜 누드 상품을 유포시킨다. 이정민의 성상납 조작, 현행법으로 금지된 헤어 누드 강행과 관련한 함소원의 기자회견(결국 헤어누드는 말만 했지 판매는 되지 못했다), 부모의 암투병 사실을 알린 비키, 국내 처음으로 플레이보이에 모델로 나섰다는 이사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누드 작업을 알고 있었는 지의 여부, 사진 합성 의혹 등을 둘러 싸고 사강이 벌이고 있는 기획사와의 법정 공방이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마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논란으로 대대적인 보도가 있은 직후 반드시 수많은 사람들의 서비스 신청으로 거액의 수입을 올렸다는 기사가 중계 방송되듯 전해진다. 비키의 누드 사진 서비스를 시작한 지 3일만에 일부 스포츠지는 누드 상품화의 경로를 증명이라도 하듯 ‘ 하루 5만건 접속 비키 누드 대박’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언론에서 누드 상품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엄청난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도하지만 누드 상품 서비스가 끝나갈 즈음에는 누드 상품을 낸 연예인 당사자들은 정작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는 주장을 펴는 점도 누드 대열에 참여한 상당수 연예인들에게서 한결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기를 당해 돈을 벌지 못했다는 이지현, 누드로 기획사와 법정 공방으로 경제적 곤경에 처했다는 김완선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또 누드 작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성현아를 제외하고는, 연예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미지 고양에서는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도 누드 연예인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물신화돼 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의 상품화를 막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인터넷, 모바일 등 새로운 미디어는 ‘ 몸에 의한, 몸을 위한, 몸의’ 표현이 곧 돈이 되는 상황을 심화시켜 더 더욱 그렇다. 이것이 바로 요즘 예술을 빙자한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누드 표현물들이 상업주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연예인 누드의 상품화는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누드의 자본화 또는 상품화는 새로운 질곡으로 빠져들게 한다. 관음증을 충족시켜 줄 몸의 노출의 표현은 끝없는 강도의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누드의 상품화는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연예인들이 이제 더 이상 보여줄 것 없는 누드 상품화가 연예인 자신들의 돈을 버는 수단일 뿐, 결국 많은 이들의 정서를 황폐화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 사회적 공인이기도 하는 연예인들이 누드 상품화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기능을 생각할 때다.

차별화 없는 돈만을 노린 누드 상품화의 광풍이 그래도 몰아 친다면 이제 대중의 결단만이 남았다. 더 이상 연예인 누드에 눈길을 주지 않으면 이 광풍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5-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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