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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애정사, 겹삼각의 덫에 걸린 드라마
금과옥조된 겹 삼각관계, 다양한 장르개발 필요

월화 드라마 ‘불새’에서부터 주말극 ‘작은 아씨들’ 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일일 홈드라마, 트렌디 드라마, 사극, 시대극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들의 겹 삼각관계 구도다. 거의 모든 드라마가 겹삼각 관계를 드라마의 바탕에 깔고 있다. 만약 이 구도에 벗어나면 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근래 들어 겹삼각 관계 구도는 드라마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드라마 구성 방식이다.

그 동안 우리의 모든 드라마를 가로지는 굳건한 공식은 바로 남자 두 사람 여자 한 사람, 또는 남자 한 사람 여자 두 사람 사이에 벌이는 ‘삼각관계’였다. 드라마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하나의 삼각 관계를 찾아볼 수가 없다. 남자 두 사람 여자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물리는 겹 삼각관계가 주종을 이룬다.




불새



- 예외없는 드라마 구성방식

월화 드라마를 보자. 우선 MBC ‘불새’. 이은주를 놓고 이서진과 에릭, 그리고 이서진을 놓고 정혜영과 이은주의 겸 삼각관계가 드라마의 이야기와 갈등을 조율해 가며 전개되고 있다. 또 SBS ‘신 인간시장‘은 박지윤을 놓고 김상경과 김상중이, 김상경을 놓고 박지윤과 김소연이 겹삼각 관계를 이뤄 사랑의 전쟁을 벌인다. KBS ‘백설공주‘는 김정화-연정훈-오승현, 연정훈-김정화-이완의 두 삼각 관계가 드라마를 끈다. 방송 3사 월화 드라마 모두 겹삼각 관계를 구사하고 있다.

수목 미니 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 는 유준상-명세빈-이현우, 명세빈-유준상-이태란의 겹삼각 관계가, KBS ‘4월의 키스’는 조한선-수애-이정진, 수애-이정진-소이현의 두 개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된다.

주말 드라마도 마찬가지. MBC ‘장미의 전쟁’ 에선 최수종-최진실-김병세, 최진실-최수종-신애, KBS ‘애정의 조건’은 지성-한가인-박용우, 한가인-지성-조여정, SBS ‘작은 아씨들’은 김호진-박예진-김정현, 박예진-김호진-유선이 겹 삼각관계를 구축하는 주연으로 등장한다.

이밖에 MBC ‘귀여운 여인' 등 전통 홈드라마 장르 영역으로 인식된 일일극마저 겹 삼각관계가 예외 없이 등장하고 있다.

1961년 KBS 개국으로 시작된 TV방송 드라마 분야에서 전형은 하나의 삼각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멜로물이었다. 삼각 관계를 구성하는 내용은 변화가 있었지만 큰 골격은 바뀌지 않았다.

고도 성장과 유흥 산업이 급성장한 1970~1980년대 드라마는 ‘청춘의 덫’처럼 남자 한 사람과 여자 두 사람이 벌이는 삼각관계가 주류였으며 그 내용도 가난하지만 착한 여성과 조건만 좋은 여성 사이에서 가난한 여성을 사랑하다 자신의 야망과 미래를 위해 배신하고 조건이 좋은 여성으로 가는 남성이 스테레오 타입식으로 등장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심화 속에서 오는 황금 지상주의와 사랑보다는 조건을 쫓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나아가 여성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위한 장치였다.

신 인간시장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90년대 들어 단일 삼각 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한 여자가 두 남자와 벌이는 삼각 관계다. ‘엄마의 바다’처럼 조건을 대변하는 남자와 착한 심성을 대변하는 남자, 그리고 그 사이에 선 한 여자가 삼각 관계를 형성하는 타입이다.

사회가 더욱 다원화하면서 하나의 삼각 관계에서 오는 갈등의 주조는 식상해졌다. 남녀 네 명의 주인공이 얽히고 설킨 겹 삼각 관계가 드라마의 주조를 이루기 시작한 이유다.

물론 이유는 또 있다. 겹 삼각관계는 우선 하나의 삼각관계를 구사했을 때 올 수 있는 극적 단순함과 작위적 상황 설정을 피해갈 수 있다. 나아가 겹삼각 관계에서는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겹 삼각관계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두 축에서 이뤄지는 갈등의 폭과 내용을 조절해 드라마를 신축적으로 끌어가는 이점이 있다. 만약 시청자들이 하나의 삼각 관계에 식상함을 느끼고 다른 삼각 관계에 관심을 보이면 관심을 보이는 쪽의 갈등 정도를 이완시켜 가며 시청자의 관심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쿨’에서 ‘스토킹’까지 젊은이들의 사랑 방식이 다양해지고 싱글족, 돌싱족(이혼 또는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 동거 커플, 싱글마더(결혼하지 않고 아기만을 갖는 여자) 등 전통적 가족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해 남녀 관계를 단순한 하나의 삼각 관계로 喚냘求?데 한계가 드러난 점도 있다.

- 자의적 진행, 현실감도 떨어져

그러나 겹 삼각관계 중심의 드라마 전개 방식은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자극적이고 갈등 증폭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니 겹 삼각을 구축하는 사람들의 구성이 지극히 자의적이고 현실감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특히 ‘작은 아씨들’처럼 한 남자(김호진)를 놓고 두 자매(박예진과 유선)가 벌이는 사랑이나, 두 형제(연정훈과 이완)가 한 여자(김정화)를 놓고 사랑을 벌이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백설공주



또한 왜곡된 여성상이나 스테레오 타입식의 인물의 잦은 등장도 겹 삼각관계가 만들어낸 문제다. ‘불새’의 이은주와 정혜영의 캐릭터처럼 겹 삼각 관계를 이룬 여성 캐릭터들은 한 사람은 가난하지만 착하고, 또 한 사람은 부자이지만 성격이 못된 여성을 항상 대비시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겹 삼각관계를 지향하는 드라마에서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재벌 2세나 엄청난 부자의 아들 등 획일적이다. 과거 이들은 거의 사랑보다는 하루 섹스에 치중하고, 인간 성격 파탄자로 조건만 갖춘 인물로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재력과 외모, 사랑에 전부를 거는 완벽한 남자 캐릭터로 변모해 천편일률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인기를 끌었던 ‘천국의 계단’ 에서의 권상우, ‘가을동화’의 원빈에서부터 요즘 방송되고 있는 ‘불새’의 에릭,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이현우 등이 대표적으로 이 범주에 속한다.

드라마의 장르도 다양해져야겠지만 드라마의 구성 방식도 다채로워야 한다. 그래야 신선한 캐릭터 개발도 이뤄지고, 드라마의 전개도 새로워진다. 하지만 우리 방송은 하나의 구조가 인기를 끌면 그게 금과옥조로 작용한다. 손쉽게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제작진의 심리에서 비롯된다. 우리 드라마가 모두 겹 삼각관계 구조로 가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5-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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