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네팔음식점<에베레스트>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은 그래도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네팔 음식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도, 티베트 등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네팔 역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히말라야 등반에 나선 산악인들의 힘도 컸다. 네팔이 히말라야 등반의 거점이기 때문.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자리한 네팔은 인도 요리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커리를 중심으로 즐겨 쓰는 허브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인도 커리가 좀 더 진하고 향이 강하다는 것. 이에 비해 네팔인들이 즐겨먹는 커리는 좀 더 순하다. 인도 사람들이 난(Nan)이라는 빵을 주로 먹는다면 네팔 사람들은 우리네와 같이 밥을 즐겨먹는 것도 한 가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복잡하기로 유명한 동대문 인근에 네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네팔인 부부가 운영하는 정통 레스토랑인 에베레스트가 그곳이다. 인도 음식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네팔 가정집을 연상케 할 정도로 소박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비디오로 보여주는 네팔 방송 역시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다.

■ 메뉴 : 네팔정식 8,000원, 닭고기-버터 커리 7,000원, 쟈오미엔 4,500원~5,000원, 난 2,000원~2,500원, 치킨 칠리 6,000원,, 만두류 4,000원, 지야 2,000원, 라시 3,000원.
■ 영업 시간 : 오전 11시~오후 11시, 연중무휴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가 우리은행과 그린약국 사잇길로 들어간다.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꺾어지면 2층에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02-766-8850 www.everestfood.com

에베레스트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커리를 중심으로 네팔 가정식 백반이라고 할 수 있는 네팔 정식, 볶음 국수인 자오미엔과 국물이 있는 툭파가 있다. 탄두리에 구운 난도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청동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정식은 본토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자 노력했다. 네팔 사람들은 함께 음식을 공유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1인용 그릇에 밥과 반찬을 따로 담는다. 음식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종류의 음식을 만들더라도 한번에 1인분씩만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네팔 정식을 주문하면 밥과 커리, 감자요리, 달(녹두로 만든 스프), 무김치와 파퍼드, 더히(요구르트)가 함께 제공된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달이나 커리, 더히 등을 얹어 비벼 먹는데, 한 가지 재료를 첨가할 때마다 저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여러 명이 갔을 경우, 난을 주문해 커리에 찍어 먹는 것도 좋다. 고소하고 달콤한 버터・난 커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요구르트와 버터는 전통 방식으로 직접 만든다고. 속이 든든해졌다면 달콤 쌉싸름한 지야 또는 더히로 만든 쉐이크 라시가 적당하다.

메뉴가 너무 많아 초보자들은 적잖이 당황할 수 있지만 주인인 구룽(GURUNG)씨의 한국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음식에 대한 것은 물론 네팔 여행이나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음식을 맛이 아닌 문화로 이해하는 것, 에베레스트를 찾은 사람들에게 덤으로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5-27 14:34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