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담은 편지로버트 코언 편저/ 나선숙 옮김/ 크림슨 펴냄

[Books] 헬로우 미세스 루스벨트
꿈을 담은 편지
로버트 코언 편저/ 나선숙 옮김/ 크림슨 펴냄


모르긴 몰라도 현재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보다 바로 전의 퍼스트 레이디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는 남편 만큼이나 유명했다. 그녀는 대통령의 아내라는 배경 없이 홀로 서기가 가능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유능한 변호사요, 빼어난 정치인이었던 그녀는 온전히 독립적인 존재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 또한 힐러리 못지 않는 유명한 퍼스트 레이디였다. 그녀는 세계인권선언 탄생에 크게 기여했고,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최초의 여성 유엔인권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평생 소외 계층에 뜨거운 관심을 쏟았기에, 역대 그 어떤 퍼스트 레이디보다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은 당시 미국 국민의 어머니로 여겨졌던 엘리너 루스벨트가 10대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받았던 편지를 모은 것이다. 당시는 대공황의 피해가 참담했던 시절. 엘리너는 빈곤층에 속하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 칼럼과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이들에게 ‘내게 편지를 쓰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엘리너는 수십 만통의 편지를 받았다.

책에 소개된 편지들은 이 가운데 200여 통을 추린 것.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의 아이들, 갑자기 빈민으로 추락한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의 편지가 대부분으로, 대공황기 청소년들의 근심과 문젯거리, 소박한 꿈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버지가 일을 못해 학교에 갈 형편이 안돼요. 백악관 다락에 안 입는 옷들이 넘친다면서요. 정말 그런 거면 그 중 몇 개만 보내주세요. 제가 고쳐서 입을게요.” “추수감사절날 엄마는 하루종일 울기만 했어요. 남들이 튀긴 닭고기를 먹을 때 우리는 목뼈를 빨아먹어야 했어요. 틈틈이 소설을 써 둔 게 있어요. 이게 돈이 되길 바래요.”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집이 너무 가난해서 올해는 산타클로스가 오지 않을 거래요.”

다른 나라의 일이지만, 힘들었던 과거를 통해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키우게 하는 힘이 있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4-06-04 14:26


최성욱 기자 free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