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입술'엔 약효도 가득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꿀 풀
달콤한 '입술'엔 약효도 가득

꽃이 좋은 것은 아름답고, 향기롭고, 그리고 달콤한 꿀을 만들어내기 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라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신들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이지만 사람들은 그 덕을 본다. 꿀로 유명한 꽃들이 많다. 아까시나무, 피나무, 싸리, 밤나무…. 그 갖가지 식물중에 아예 이름에 ‘꿀’자를 달은 풀이 있는데 바로 꿀풀이다.

봄이 다 가고 여름이 올 이즈음이면 이땅의 산과 들에는 보라빛 고운 꿀풀이 꽃을 피운다. 먼지 나는 시골 길이나, 산길이 시작되는 숲 가장자리, 혹은 깊은 산속에서도 나무 그늘이 없어 볕이 들 수 있는 곳에서 우리는 꿀풀을 만날 수 있다. 새롭게 다가서는 여름이 무덥다가도 무리지어 피어 있는 꿀풀을 만나면 그렇게 싱그럽고 시원할 수 없다. 올망졸망 모여서 아주 작은 꽃송이를 돌돌 돌아가며 달고 서 있는 꿀풀의 모습은 그 이름처럼 정겹고 사랑스럽다.

꿀풀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 살이 풀이다. 얼마나 달콤한 꿀을 많이 만들어 내면 꿀풀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그리고 보니 유난히 꿀벌들이 많이 찾아 드는 듯도 싶다. 꿀풀과에 속하는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꽃모양은 입술모양을 닮아서 흔히 순형화관이라고 부른다. 이 작은 꽃송이들이 마치 ‘둥글게 둥글게’ 무용하듯 모여 솜뭉치 같은 꽃차례를 만든다. 한마디로 작은 꽃들이 모인 보랏빛 꽃뭉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꿀풀을 ‘하고초’(夏枯草)라고 부른다. 피고 지고를 반복하던 꽃들마저 다 져버린 이후에도 그 꽃이 달렸던 꽃차례를 그대로 남긴 채 죽는 모습이 특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외에도 음력 유월이면 꽃이 진다 하여 유월초, 보리이삭 모양의 꽃이 여름에 피고 진다 하여 맥하고(麥夏枯), 양호초, 하고구, 꿀방망이, 가지골나물, 철색초, 내방풀, 제비꿀풀 등 여러 이름이 있다.

꿀풀의 학명중 속명이 라틴어로 ‘프루넬라’ (Prunella)인데, 이는 편도선염이란 뜻의 독일어 ‘브르넬라’(brunella)에서 유래되었고 영어 이름도 스스로 치료한다란 뜻의 ‘셀프 힐’(Self-heal)이다. 이 꿀풀의 약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듯 싶다.

꿀풀은 아주 오랜 세월을 이 땅에서 살면서, 그것도 깊고 깊은 외진 산골이 아니라 사람들 가까이 터를 잡고 살아 온 우리 꽃인지라 그 쓰임새가 여간 요긴하지 않다.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봄에 나는 새순과 잎은 나물을 무쳐 먹는다. 나물로 먹을 때에는 데쳐서 맑은 물에 쓴맛을 울겨낸 다음 먹는 것이 좋다. 어린시절 들녘을 쏘다니며 꿀풀 꽃을 따서 꿀을 빨던 기억을 가진 어른들도 있을 터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용도는 약용이다. 약으로는 대게 꽃이 반 정도 마를 때 지상부 전초를 잘라서 말려 쓰며 여간을 깨끗하게 해주고 이뇨, 소종, 소염 등에 효과가 있어 임파선이나 갑상선, 폐결핵을 비롯해 고혈압, 자궁출혈, 현기증, 근골통, 눈의 통증 등에 처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이 꿀풀들을 한 무리씩 모아 화분에 혹은 정원에 심어도 좋다. 꿀풀은 꽃잎이 가지는 보라색은 신비스럽고도 은근히 화려한 꽃색이라 꿀풀이 심겨 진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그 어느 현란한 외국 꽃에 기죽지 않아서 더욱 좋다.

입력시간 : 2004-06-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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