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가 만든 매콤한 맛의 향연

[맛이 있는 집] 인도네시아 음식점 <발리 아일랜드>
마니아가 만든 매콤한 맛의 향연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휴양섬, 발리(Bali). 허니무너만을 위한 여행지인 줄 알았더니 이제는 가족, 친구들끼리도 즐겨 찾는 친근한 섬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인도네시아나 발리에 가서 토속 음식을 먹어보질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나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나라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보니 각국 레시피가 혼합된 요리가 인도네시아 음식의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크게는 동남아시아 요리에 속하더라도 인도네시아 역시 그들만의 문화가 녹아 있는 전통 음식들이 많다. 날씨가 더운데다 제대로 된 냉장 시설이 미미한 탓에 볶거나 튀기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삶거나 끓인 요리는 더운 기후를 이겨내기에는 적당치 않기 때문. 예를 들어 닭요리를 하더라도 일단 삶아서 말린다. 육수는 수프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말린 닭고기는 그때 그때마다 볶거나 튀겨서 먹는다. 마치 우리의 밑반찬처럼. 그리고 좀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 향신료의 사용도 아끼지 않는다. 이 점이 인도네시아 음식 맛을 다소 강하게 기억하게 하는 요소다.

웬만한 동남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도 인도네시아 레스토랑은 단 한군데 밖에 없다. 이태원에 자리한 ‘발리’는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고 한참 동안 그 나라와 사랑에 빠졌던 황준하 사장이 손수 꾸몄다. 이태원의 한 골목, 각국 레스토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아담한 테라스가 참 예쁜 곳이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지인을 주방장으로 고용하고 기본적인 향신료는 본토로부터 공수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렇지만 국내에 워낙 전무한 분야이다 보니 고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쌀이나 채소 등 반입이 불가능한 재료들 때문에 100% 현지 맛을 내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 놓는다.

한국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되도록이면 인도네시아 맛을 내려고 노력을 한다. 한국인들이 즐기지 않는 음식도 메뉴판에서 빼지 않는 이유도 정통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발리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대표적인 인도네시아 음식은 ‘나시 고랭’. 나시는 ‘밥’을, 고랭은 ‘볶음’을 의미한다. 중국 스타일의 볶음밥보다는 훨씬 덜 느끼하고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

회교도 국가인지라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를, 섬나라인 까닭에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매콤한 소스가 뿌려 나오는 새우 요리인 우당 스페셜은 반찬 또는 술안주로 제격이다. 땅콩과 칠리가 주요 소스로 사용되는데 좀 더 매운 것을 원한다면 주문 전에 미리 말하면 된다. 참고적으로 말한다면 삼발이라는 인도네시아 칠리 소스는 상당히 매운 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한두 번쯤 보았을 꼬치 요리인 사테도 반응이 좋다. 닭고기와 소고기 꼬치에 땅콩 소스가 함께 나온다.

가도 가도(Gado Gado)라는 샐러드도 독특하다. 세계적으로는 꽤 유명하지만 일반적인 샐러드와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일단 모든 야채를 살짝 데친 것이 그렇고, 드레싱마저 뜨거운 것을 사용해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조금 덜 맞는다고. 그렇지만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샐러드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메뉴라고 한다.

* 메뉴 :나시 고랭 시푸드 8,000원, 나시 고랭 깜뿡 7,000원, 사테 스페셜 13,000원, 우당 스페셜 30,000원, 미 고랭(볶음면) 8,000원, 바왈 고랭(병어 요리) 19,000원. 열대과일주스 4,000원~8,000원 선.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 매주 월요일 휴무
* 위치 :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KFC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 좌회전한 길 끝 지점 2층. 02-749-5271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6-16 14:14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