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따라 공룡 발자국이 지천으로한국의 '쥬라기 공원'촛대바위·병풍바위 등도 절경…눈앞에 한려수도 펼쳐져

[주말이 즐겁다] 고성 상족암
해안선 따라 공룡 발자국이 지천으로
한국의 '쥬라기 공원'
촛대바위·병풍바위 등도 절경…눈앞에 한려수도 펼쳐져


안킬로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요즘 아이들이 자기 집안 족보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공룡의 명칭이다. 세계 곳곳에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나라는 많다. 한반도 역시 1억 년 전엔 온갖 공룡들이 뛰놀던 ‘공룡들의 낙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지만도 전남 해남, 경북 의성, 전북 담양, 충북 영동 등 40여 곳이 넘는데, 특히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남해안은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엔 지금 같은 바다가 아닌 커다란 호수였고, 그 호수를 배회하던 공룡들의 발자국이 뻘흙에 찍히면서 화석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화석의 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주라기보다 후기인 1억3,000만~6,500만 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생존했던 공룡들이라 한다.

경남 고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다. 이 고을에서 공룡 발자국을 빼고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다. 특히 상족암 해안의 갯바위엔 공룡 발자국이 지천이다. 현재 브라질, 캐나다 지역과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중 하나로 꼽히는 상족암을 찾아오는 세계 각지의 공룡 전문가들의 발길도 잦다. 물론 현재 고성군에서 준비하고 있는 ‘2006년 경남고성 공룡 세계엑스포’도 이런 자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곳이 우리나라 최고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임이 밝혀진 지는 20여 년밖에 안된다. 상족암 해안에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수많은 전설을 잉태했던 발자국들은 1982년쯤에야 남해안 지질조사를 하던 학자에 의해 학계에 처음 보고되었다. 잠에서 깨어나는 데 무려 1억 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 것이다.

공룡발자국 화석은 상족암 부둣가에서 실바위까지 6km에 걸친 해안에 1,900여 점이 산재해 있다. 고성군 전체에서 발견된 숫자까지 합치면 무려 4,300여개나 되고, 크기와 모양도 매우 다양하여 많은 종류의 공룡들이 이곳에서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상족암에 살았던 공룡은 대체로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세 종류로 나뉜다. 크기도 다양하지만 거대한 것은 몸무게가 40~50톤 이상 되는 공룡도 있다. 얼마 전엔 길이 30cm, 너비 3cm로 완벽한 형태를 갖춘 익룡의 뼈화석이 상족암 앞바다 한 무인도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뼈화석이 네 개의 익룡 손가락 가운데 날개로 진화한 네 번째 손가락의 첫마디라고 말한다.

층암단애로 이루어진 해안선의 아름다운 풍광도 상족암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하나다. 상족암 해안은 ‘서해의 진주’라 불리는 변산반도의 채석강에 뒤지지 않는 미학을 지니고 있다. 상족암을 비롯해 촛대바위, 병풍바위 등이 절경을 가꾸고 있을 뿐 아니라 눈앞에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바다 풍광도 좋다. 꼭 공룡 발자국 화석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찾으면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썰물이 되면 상족암 동굴 바로 앞까지 들어왔던 바닷물이 빠지면서 널따란 암반에 공룡 발자국이 나타난다.

해식동굴이 뚫린 상족암 바위 틈새는 멀리서 보면 밥상다리모양 같다 하여 ‘상족암’이라 불렀다. 마을 사람들은 발자국이 여럿 있다고 해서 ‘쌍족암’이라고 했고, 그냥 ‘쌍발이’라고도 한다. 공룡 발자국을 따르면서 작은 몽돌해안을 지나면 20~30분쯤이면 상족암 해식동굴까지 갈 수 있다.


- 공룡이 숨어있는 듯한 해식동굴

해식동굴 안에 들어서면 바깥세상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오랜 세월 파도에 의해 이리저리 미로처럼 뚫린 굴속을 거닐다 보면 바깥 세계의 무더위쯤은 단숨에 사라진다. 전설에 의하면 태고에 선녀들이 내려와 옥황상제에게 바칠 금옷을 짜던 곳이 상족굴이며 굴 안에 있는 욕탕 같은 웅덩이는 선녀들이 목욕하던 선녀탕이라 한다. 이외에도 온갖 기묘한 형태의 바위가 많고 동굴 바닥에도 공룡의 발자국이 있어 마치 저 어두운 구석 어디선가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 공룡이 날카로운 눈을 끔뻑거리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물이 들면 발자국 화석을 구경하기 어려우므로 가기 전에 물때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썰물이 되면 촛대바위에서 아담한 몽돌 해안을 지나 상족암까지 거닐면서 공룡발자국과 어우러진 바다 풍광을 ㈏?있게 즐길 수 있다. 고성군 홈페이지(www.goseong.go.kr)에 접속하거나 하이면사무소(055-670-2491)에 문의하면 공룡 발자국을 관찰할 수 있는 물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여행정보

- 숙식 : 상족암군립공원 입구에 쌍발횟집(055-834-5745), 공룡횟집(055-834-5646) 등 민박집을 겸한 횟집이 여럿 있다. 공원 입구 언덕의 용모텔(055-834-6225) 주변엔 용가든(055-834-5778)레스토랑도 있다. 해수욕장 백사장에선 야영도 가능하다.
- 교통 : 남해고속도로 사천 IC→3번 국도→사천(구 삼천포)시가지→77번 국도→9km→상족암군립공원. 사천IC에서 상족암까지 40~50분 소요.

글 사진 민병준


입력시간 : 2004-07-01 15:30


글 사진 민병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