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높고 골 깊은 비경…더위야 물렀거라!지류 맞닿은 연인산 '용추구곡' 경관 특히 빼어나

계곡물에 '흠뻑'…숲속 '산소샤워'
[물따라 길따라] 가평천 드라이브

한북정맥의 도마치봉(937m) 부근에서 발원해 경기도 가평 고을 북부를 적시고 흐르는 가평천(加平川)은 가평 읍내를 지나면서 북한강에 합류하기까지 약 30km에 이르는 물줄기다. 높은 산 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물가 곳곳에 많은 절경지를 빚어 놓아 행락철마다 탐승객이 많이 찾아 드는데, 특히 여름철이면 무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1급수 어종 서식하는 깨끗한 물

가평천 본류 중 경관이 아름답고 인기 있는 곳은 백둔교 근처의 항아리 바위. 마치 달 표면의 분화구처럼 움푹움푹 패인 화강암 반석이 200평 정도의 넓이에 펼쳐져 있다. 도대리 관청마을 부근의 용소와 가마소 등 계곡의 풍광도 좋다. 이곳엔 1급수에서만 사는 어름치를 비롯해 쏘가리, 꺽지 등 많은 어종이 서식한다.

가평천의 지류인 승안천은 연인산에서 흐르는 물줄기인데, 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추구곡은 가평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계곡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름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용추폭포를 비롯한 용추구곡을 시작으로 와룡추-무송암-탁령뇌-고실탄-일사대-추월담-청풍협-귀유연-농완개 아홉 군데 비경을 일컬어 옥계구곡이라고도 한다. 가평 군청 앞에서 75번 국도를 타고 북면 방향으로 2km쯤 간 다음, 좌회전해 4km 더 들어가면 승안리 용추구곡에 이른다.

가평천의 중상류를 이루는 북면 지역은 산도 높고 골도 깊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1,468m)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후백제의 불운한 영웅 궁예가 말년에 도망 다니다 빼앗긴 나라를 망연히 바라보았다는 전설이 서린 국망봉(1,168m)을 비롯해 명지산(1,250m) 촉대봉(1,125m) 등 가평천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산들은 모두 해발 1,000m를 훌쩍 넘는다.

이 골짜기에 묻혀 사는 이들은 산에 불 놓아 밭을 일궈 옥수수와 감자 부쳐 먹고, 약초 캐고, 나물을 뜯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강원도 화전민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1973년께 정부가 화전정리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나 둘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했고, 더욱 인적이 드문 산골로 변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물 맑고 공기 깨끗한 이곳이 피서지로 명성을 얻으면서 수도권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6km에 걸쳐 이어지는 석룡산(1,155m) 조무락골은 가평천의 최상류에 해당하는 가장 깊고 험한 계곡이다. 늘 새들이 조잘(조무락)거린다고 해서 붙은 재미있는 이름이다. 경관 좋은 계곡을 걸어 오르다 보면 바위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파란 소(沼)를 연달아 만난다. 석룡산 정상까지는 왕복 3~4시간 소요된다. 그러나 이 깊은 계곡은 일제시대 사이비 종교의 대명사요, 연쇄살인의 악명을 떨쳤던 백백교(白白敎)가 터를 잡고 활동했던 곳이다. 지금도 계곡 안엔 당시 백백교 신자들이 머물던 집터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 역사와 전설의 현장도 곳곳에

가평천을 끼고 달리는 75번 국도는 이마에 맺힌 땀이 쏙 들어갈 정도로 시원한 길이다.

조무락골 초입의 적목리 삼팔교 상류부터는 도로 변에 철망을 설치해 놓아 계곡에 들어갈 수 없다. 시원한 계류를 훔쳐보며 조금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신앙유적지 안내판이 보인다. 일제시대에 전국 각지에서 징용을 피해 모여든 사람들이 움집을 짓고 공동생활을 했던 곳이다. 이들은 신사참배, 창씨개명, 종교탄압과 강제징용 등을 피해 은신하면서도 신앙심을 지肌都? 현재 이곳엔 교회터 1개소, 관솔불터 1개소, 가옥 및 숙소터 8개소 등이 남아 있어, 일제시대의 거주 형태와 생활문화 등 당시의 어려운 생활상 및 종교와 풍?등을 엿볼 수 있다.

적목용소와 신앙 유적지를 둘러본 뒤엔 반드시 도마치 고갯마루까지 올라보자.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을 잇는 이 고갯길은 ‘도와 도를 넘나드는 높은 고개’라 해서 지어진 이름. 주민들은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면서 넘은 고개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전설을 더 믿는다.

예전 가평의 적목리 주민들은 먼 가평장보다는 고개 너머의 강원도 땅인 화천 사내면의 사창리로 장을 보러 다녔다. 당시 주민들이 쉬어갔을 고갯마루엔 현재 잣막걸리, 산채 등 산골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간이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잣막걸리 한 잔에 산채나물도 좋지만, 고갯마루에서 솟아나는 맛 좋은 샘물을 한 모금만 들이켜도 땀이 쏙 들어간다. 고갯마루의 높이는 해발 719m. 웬만한 폭염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는 높이다.

■ 여행정보

* 교통 서울(강북)→46번 국도→구리→남양주→마석→외서→가평(좌회전)→75번 국도→가평천→도마치. 서울(강남)→올림픽대로→팔당대교→6번 국도→능내리→45번 국도→새터삼거리→46번 국도→가평→75번 국도→가평천→도마치.

* 숙식 가평천 주변엔 숙박시설이 아주 많다. 사람이 들어가 쉴 수 있는 냇가는 모두 유원지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다. 방갈로 시설 등을 갖춘 민박집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보통 1실에 2만~3만원쯤 하지만 성수기엔 조금 더 비싸다. 용추구곡엔 용추휴양림(031-582-3889), 용추파크(031-582-3685) 등 숙박시설이 있고, 민물고기 매운탕을 내놓는 식당도 여럿 있다.

글 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4-07-07 10:24


글 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