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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극단 ‘뛰다’의 가족극 <또채비 놀음놀이>
얘들아 놀자, 한바탕 교훈이 뚝딱~
전총 설화 속 도깨비 이야기 현대적 각색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경상북도에서는 도깨비를 ‘ 또채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연극원 출신들이 만든 ‘공연 창작집단 뛰다’가 만든 <또채비 놀음놀이>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연극이다. ‘ 뛰다’가 그 간 공연해 온 <하륵 이야기>, <상자 속 한 여름밤의 꿈> 등을 보면 이들이 나름대로 독특한 색깔과 연극 정신을 가진 집단임을 알 수 있다. 지방 폐교를 찾아가서 공연을 한다거나 대바구니, 나무 수저 등 각종 환경 친화적인 생활 용품들을 재료로 다양한 가면과 소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상상력과 창의성의 면에서 뛰어나다. ‘뛰다’의 공연은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바탕 위에 공연 내내 무대에 넘쳐나는 개성 있고 독특한 시청각적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뛰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모습을 미루어 볼 때 이들이 가진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 상상력과 창의성 가득해

이 극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하륵 이야기>에는 ‘하륵’이라는 상징적 존재가 등장한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방식을 독특한 상상력과 시각적 장치들을 통해서 다루는 극이다. 하륵에게 이슬만 먹이라는 나무신의 금기를 인간이 어기자 하륵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키면서 자연의 질서가 와해되는 모습에서는 모든 것을 삼킨 강의 신이 연상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교훈, 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에 등장하는 신 말이다.

작년 여름 정동극장의 야외무대에서 관람한 <상자 속 한 여름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인형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직공들의 극중극 에피소드는 삭제되었고,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인형이 인순이의 “ 난 괜찮아”를 결혼 피로연에서 신나게 불러댄다. 미니어처 크기로 축소된 인형과 거대한 크기의 가면 인형을 동시에 등장시킴으로써 시각적 스케일의 변화를 추구한다. 이동 공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만든, 인형을 위한 사과 상자 크기의 무대는 그야말로 앙증스럽다. 극의 대단원에서 요정과 인간의 여러 사회적 계층이 우주적 차원의 화합을 이루는 원작의 의도는 약화되었다고 해도 마치 인형의 집 같은 초소형 무대에서 400년 전 셰익스피어의 유머와 웃음이 새롭게 되살아 난다.

이번 공연 <또채비 놀음놀이>는 2002년 서울 어린이 공연예술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지만 ‘뛰다’는 그에 안주하지 않는다. 공연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이들의 연극작업이 연극의 특성이 그러하듯 살아 있는 현재진행형임을 말해준다.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엮는 끈은 또채비, 즉 도깨비들의 존재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진, 인간의 성정을 닮은 도깨비들이 인간 세계와 교류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한바탕 놀이로 무대에 펼쳐진다. ‘ 혹부리 영감’같은 한국적 설화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장난기가 많고 놀기를 좋아하며 꾀바르지만 한편 잘 속아 넘어가기도 하는 친숙한 캐릭터이다. 익숙한 캐릭터를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옛날이야기를 지금의 이야기로 다시 들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바로 공연이 해야 할 일이다. 하물며 우리가 가진 도깨비 상이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니라 뿔 달리고 온 몸에 털이 난 빨갛고 파란 색을 가진 일본의 ‘ 오니’라는 요괴라면 이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우리의 도깨비는 변화무쌍하고 신출귀몰하며, 오래된 자연물이나 사람들이 오래 쓰던 물건이 변하여 된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사람의 영혼이 변해서 생긴 귀신과는 달리 도깨비는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짓궂은 장난을 치지만 결국 이들의 신통력이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착한 존재들로 이들은 결국 소박한 꿈을 이루려는 한국인의 소망과 상상력의 소산이다. 이들 도깨비의 존재 이외에도 도깨비와 인간이 만나서 이루는 관계에서 생기는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을 통해 공연을 이루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들이 더 짜임새와 재미를 가지고 어린이 관객의 호응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적 정서 함양, 환경 친화적 배려

공연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은연중에 한국적 정서를 심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공연에서 한국 전통극인 ‘ 꼭두각시 놀음’의 장단을 사용하거나 주인공 ‘진둥이’를 등장 인물로 원용한 경우가 좋은 예이다. 무대의 전체적인 색조는 흙빛에 가까운 노란색 계열의 자연색이며 천연 소재의 느낌을 주는 의상을 입고, 소품의 소재도 자연친화적인 대나무나 대바구니, 박, 조롱박, 나무 수저, 나무주걱 등이 쓰이고 있다. 보기에 편안하고 친숙하여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공연 무대이다. 게다가 각 마당마다 대나무통, 죽비, 조롱박 흔들이, 조롱박 피리, 대나무 실로폰, 나무 똑닥이 등 다양한 음향을 내는 독특한 악기를 바꾸어가며 사용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생활 속에서 숨어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이끈다. 악기 제작만이 아니라 소품들도 자체 제작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일련의 어린이극이 제작되고 있으나 완성도가 높은 어린이 공연은 사실상 만나기 어렵다. 오래 어린이극 제작에 주력해온 극단 연우무대의 공연들, 이미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극단 유시어터의 <백설 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소품 활용이 놀라운 극단 사다리의 <내 친구 플라스틱>, 작년 12월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 극단 백수광부의 <눈 속을 걸어서>, 최근에 공연된 톨스토이 원작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좋은 공연들은 드물다. 미래의 관객인 어린이들이 어려서 접하는 소중한 체험이자 무한한 상상력을 키우는 바탕이 될 어린이 연극에 물심양면의 투자와 더 많은 노력이 경주되기를 기원해 본다. 가족연극 창작에 매진하는 극단 ‘뛰다’의 공연 모습이 앞으로 어떤 외관을 가질지는 알 수 없으나, 예측을 불허하는 부단한 뜀박질을 통해 살아있음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연극 정신은 항상 살아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때:2004년 6월 18일~7월 18일 | 곳: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 작:이지선 | 연출:이현주 | 무대:인형디자인 임건수 | 출연:황혜란, 윤진성, 최재영, 박상우, 이성근



송민숙연극평론가 ryu1501@kornet.net


입력시간 : 2004-07-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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