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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드라마 ‘영웅시대’ 논란 속 첫발
사실과 허구의 모자이크 맞추기
사건 묘사·등장인물 등에 당사자·시청자들 함께 촉각
제작진은 "실존 인물 모델로 한 픽션으로 봐달라" 주문






방송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방송 1, 2회분이 나가자 시청자, 기업, 검찰, 정치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바로 MBC 월화 드라마 ‘영웅시대’다.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현대와 삼성, 그리고 그 회장가를 모델로 해 드라마화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들도 고 정주영 현대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회장 등이 어떻게 그려질까에 관심을 쏟았다.

방송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영웅시대’는 연출자 소원영 PD가 밝힌 대로 사실과 픽션을 혼합해 그린 다큐 드라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시급한 것은 올 하반기에 이순신, 장보고 등 역사적 실존 인물을 내세운 대하 드라마들이 본격적으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웅시대’의 제작진의 입장부터 보자. 송원영 PD는 “두 재벌을 모델로 한 다큐 드라마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뉴스 자료화면도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적 구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픽션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작가 이환경씨도 MBC 가이드에 기고한 작가의 변을 통해 “‘영웅시대’는 한국의 대표적 기업가 두 사람이 중심 모델이다. 다행스럽게도 인물들에 얽힌 이야깃거리는 많다. 사건도, 남아있는 기록도 많다. 문제는 재벌 미화에 대한 일부의 우려일 것이다. 모든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미화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는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써온 많은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역경을 이기고 목적을 이루지만, 바로 그 목적 때문에 회한과 인생의 무상함속에서 자신을 자책하는 것으로 종결짓는다”고 밝혔다. 작가 역시 현대가와 삼성가의 소재를 드라마의 주요 얼개로 활용하고 재벌의 미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 재벌 미화 우려에 바짝 신경써

출연 연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촬영장에서 만난 청장년의 천태산(정주영 회장)역을 맡은 차인표는 “천태산이 가공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내 자신이 해석한 인물로 연기하겠다”는 밝힌 반면 국대호(이병철 회장)역을 맡은 전광렬은 “가급적 실존인물에 기반을 두고 사실적으로 연기하겠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노년의 천태산역을 맡은 최불암은 정주영 회장과의 정치행보를 같이 한 일화 등을 소개한 뒤 “20%는 실제인물을 그리고, 80%는 내 나름대로 해석한 픽션적 인물을 혼합해 만든 캐릭터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7월 5~6일 방송된 1, 2회분에서 극중 천사국 회장의 투신자살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자살 사건을 연상시켜줬다. 또 드라마에서 천태산 회장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합성사진, 천 회장의 국정감사 발언 모습, 검찰의 수사 장면, 검찰과 정치인 회동 등이 그려졌는데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 회장을 수사한 안대희 검사, 이명박 현 서울시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을 곧 바로 극중인물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방송 직후 시청자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실존 인물들의 평소 행적과 현재의 상태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양극단으로 치닫으면서 관련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방송 1, 2회의 평균 시청률이 20.5%에 달할 정도로 높았지만 극중 상황과 인물들의 배경을 알고 있는 중장년층들은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인 반면 드라마의 캐릭터의 배경을 잘 모르는 젊은 층에서는 낮은, 시청률 양분화 현상을 보였다. 관련 업체들은 방송직후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만 재벌의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일부 일간지를 통해 보도된 검찰의 반응은 “수사 검사가 호텔에서 유력 정치인을 만나 수사진행중인 안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 드라마 내용이 상당 부분 검찰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상황 설정”이라는 부정적인 것이 주류였다.

최불암, 임채무, 김갑수, 이용범 등 중견 연기湄湧?열연과 실제 인물과의 분위기가 비슷해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을 모델로 한 박대철역을 맡은 유동근의 경우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혼란스러운 대중버스체계의 문제, 서울시봉헌파문 등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극도로 좋지 않은 데다 이 시장의 신체나 외모, 어투가 유동근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영웅시대’ 소원영 PD가 밝힌 다큐 드라마는 1970년대 초부터 미국TV 방송사들에 의해 개발한 포맷으로 기법과 형식면에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합성한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실제사건과 사물 그리고 사람들을 이용하여 현실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다큐 드라마는 뉴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필름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자료 등을 이용하여 실제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건, 상황 등을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실에 바탕한 드라마적 재창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영웅 시대’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소를 몰고 북한을 방문하는 뉴스장면 삽입하는 등 기법상 다큐 드라마이다. 하지만 내용과 캐릭터의 상당 부분이 허구적 픽션인 데다 작가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적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본질적인 다큐 드라마인 아닌 셈이다. ‘영웅시대’는 다큐 드라마라기 보다는 단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영웅시대’ 처럼 실제 상황이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거나 뉴스 화면 등을 간간이 활용하는 드라마는 사실과 허구의 양면적 성격 때문에 많은 논란이 따른다. 완전 픽션인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허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해석해서 보지만, 뉴스 화면등과 실제 인물을 연상시키는 상황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허구라는 부분보다 사실이라는 부분에 인식의 무게중심을 두고 픽션 부분을 사실로 믿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명박이 그렇게 훌륭한 인물이 아닌데 매우 미화한다” “정몽헌 회장의 고뇌가 다시 한번 느껴진다” 등 방송사 사이트에 올린 ‘영웅시대’의 시청소감들은 이같은 시청자의 인식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극중에서 대상자가 미화되거나 긍정적으로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노출될 때에는 법적 대응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환경 작가가 이전에 집필한 ‘야인 시대’를 방송할 때 배우 최민식이 극중에서 아버지 최무룡를 왜곡되게 그려졌다며 법정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런 반응의 단적인 사례이다.

실존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활용한 드라마의 제작진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사건과 인물의 재현, 소재의 해석에 있어 최대한 왜곡과 과장을 피하고 사실에 기반을 두고 드라마를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청자와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거나 단순히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 화면이나 자료 화면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픽션인 드라마 내용 전반을 사실로 환치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역시 ‘영웅시대’는 픽션임을 전제로 드라마의 전반적인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의 전제하에 시청하는 태도와 드라마의 내용에서 자신의 삶과 정서에 유익한 측면만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7-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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