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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국내 음반시장, 도대체 미래는 있는가
공급자 무능·소비자 실종…악순환의 늪
얄팍한 이익 몰두한 제작사들, 급속한 시장붕괴 일차적 책임


한국의 음반시장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음악시장에서 ‘밀리언셀러’라는 말이 사라져버린 지 이미 오래 되었고, ‘우연한 대박’으로 팔자를 고치게 된 제작자나 가수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수치로 나타난 데이터를 보면 시장 상황의 변화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IMF 전후 1만여개를 헤아리던 전국의 음반 소매점의 숫자는 2004년 현재 600개로 떨어졌다. 소매상에서 1장씩만 주문을 해도 기본적으로 1만장의 판매고는 올릴 수 있었던 앨범이 이제는 600장의 판매에 그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온라인 사이트들이 전체 음반 매출의 일정 부분(10% 안팎)을 담당하면서 음반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일례로 50만 장 이상 판매된 가요 앨범이 2000년 13장에 이르렀지만 2001년 7장, 2002년 5장, 그리고 지난해에는 단 1장에 불과했다.


- 음반 소매점 숫자 10분의 1 토막



외국 음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0만 장 이상 팔린 팝 앨범의 수는 2000년 21장에서 2001년 11장, 2002년 4장, 지난해에는 역시 단 1장으로 줄었다. 음반 판매 대신 ‘음원’을 통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음원 시장이나 인터넷 다운로드의 경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적법한 환경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음반 시장의 몰락은 음악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자본의 논리에 철저하게 지배되는 현대 대중음악 제작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제작비가 투자되어야 한다. 돈을 많이 들일수록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음반 판매를 통한 수익이 급감한 제작사에서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거나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소비자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 그리고 악순환이 이어진다.


- 제작사 수입급감 좋은 음악 생산 못해

좋은 음악이 유통되지 않을 때의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다.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고 판단한 소비자가 음악계를 불신하게 되어 음악에서 멀어지는 경우, 그리고 싸구려 음악만을 들어온 탓에 거기에 익숙해진 귀가 정작 좋은 음악을 가려 듣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mp3의 확산 따위의 표면적이고 단순한 문제에 있지 않다. 짜릿한 자극을 선사하는 극도로 진보한 영화기술이나 달콤한 독약과도 같은 TV,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시각적, 감정적 쾌감을 무한하게 제공해주는 인터넷은 오랜 세월 ‘감각’의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하던 음악이라는 거대한 배를 단숨에 침몰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시대는 이미, 소중하게 LP를 꺼내어 먼지를 닦아 턴테이블에 올리고는 조심스레 카트리지를 얹고 흐르는 음악의 소리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그런 순진한 시대가 아니다. 20분 만에 LP를 뒤집는 수고는 고사하고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빼는 행위 자체도 귀찮게 돼버린 그런 엄청난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때문에 그런 수고를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음악’이 아니면 굳이 앨범을 사야 할 가치를 느낄 수가 없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좋은 음악이 나와도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없는 얄팍한 귀를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 어설픈 '복제판'만 시장에 난무

우리 대중음악의 현재 모습은,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 꾸준한 발전과 진보를 이룬 끈끈한 팝 음악사의 어느 한 부분만을 들어내어 어설픈 복제를 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청자(聽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숱한 복제품, 그것도 제대로 카피되지 않은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복제품만을 접해온 탓에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 나름의 판단력을 잃은 지 오래다. 주위에서 화제가 되거나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을 하면 그건 좋은 음악이 돼버린다. 결국 ‘진정성’이 담긴 음악이 팔리지 않고 일회성 음악만이 소비되는 현실은 일회성 음악의 대량 재생산으로 이어진다. 다양성이 거세되고 획일화된 상품만이 존재하는 시장은 당연히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그리고 이제 그 악순환마저 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시장 붕괴의 일차적인 책임은 좋은 음악을 만들어 그것을 일반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음반 제작사들에 있다. 그들은 진정 가치 있는 음악을 무시하고 눈앞의 얄팍한 이익에만 몰두해 왔으며, 심지어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업계 차원에서의 어떠한 대책도 마련해놓지 않았다. 적어도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이글스 등의 전작 앨범을 구비한 레코드 숍 대부분이 아직까지 살아 남았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우리의 음악시장은 이제 만신창이가 된 채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선이 되어야 회생할 수 있을지 도대체 알 수 없을 정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좋은 음악을 찾아 들으려 노력하지 않는 한 앞으로 좋은 음악을 듣게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거라는 사실이다.

입력시간 : 2004-07-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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