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속살 "숨겨진 비경 여기 있네"바위 봉우리와 어우러진 물줄기, 물놀이·낚시터로 맞춤

[주말이 즐겁다] 홍천 내촌천
강원도의 속살 "숨겨진 비경 여기 있네"
바위 봉우리와 어우러진 물줄기, 물놀이·낚시터로 맞춤


홍천강의 상류인 내촌천(乃村川)은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과 내촌면의 높은 산악지대를 사행천으로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다. 홍천강도 맑은 편이지만, 그 상류인 내촌천은 더욱 맑다. 또 바위 봉우리와 어우러진 물줄기 경관이 제법 아름답고, 물길을 따라 아이들의 물 놀이터 겸 낚시터가 아주 많다. 게다가 다슬기가 서식하고 있는 곳도 중간 중간에 있으니 아직 여름 휴가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가족과 함께 홍천의 내촌천으로 떠나보자.

- 가족 여름 휴가지로 적합한 강변

수도권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을 지나 인제 방향으로 달리다 철정검문소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를 타면 곧바로 철정교를 지난다. 강원도다운 풍광이 숨어 있는 이 길은 가파른 암벽과 푸른 물줄기가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는 경관이 이어진다. 짙은 숲과 맑고 시원한 계류, 깨끗한 공기를 폐속 깊숙이 들이마시면 행복이 따로 없다.

철정검문소 삼거리에서 국군철정병원을 지나쳐 작은 언덕을 하나 넘자마자 오른쪽으로 물골안유원지를 알리는 입간판이 나온다. 삼형제바위 밑의 유원지 상류지역은 수온이 낮고 수심이 깊다. 물속엔 커다란 바위가 뒤엉켜 있어, 쏘가리, 꺽지, 메기 등이 잘 걸린다. 중류는 유속이 빠르지만 수심이 얕아 견지낚시하기에 알맞다. 피라미, 끄리, 쉬리 등이 걸려든다. 하류는 넓은 모래톱이 있고 수심도 얕아 어린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적당하다.

물골안유원지를 나와 다시 451번 지방도를 타고 지르매재를 넘으면 화상대강변. 내촌면 소재지 상하류로 물줄기를 따라 유원지가 곳곳에 있고, 물놀이와 견지ㆍ루어낚시는 물론 다슬기도 잡을 수 있다.

내촌면 소재지를 지나 만나는 와야리 삼거리는 내촌천 상류인 서석면과 인제 상남면으로 갈리는 길. 이곳서 우회전해 얼마쯤 달리면 홍천에서 보물급 문화재가 가장 많은 물걸리사지(강원도기념물 제47호)가 나온다. 절의 이름은 자세히 전해지지 않지만, 통일신라시대의 홍양사(洪陽寺)가 있던 곳이라고도 한다. 이곳엔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41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542호), 불대좌(보물 제543호), 불대좌 및 광배(보물 제544호), 삼층석탑(보물 제545호) 이렇게 무려 다섯 점이나 되는 보물이 있다. 첩첩 오지에 있으면서도 당대 유명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조각 솜씨가 빼어나다.

물걸리사지 근처의 팔렬공원은 산골 주민들의 기개가 서려 있는 곳이다. 3ㆍ1운동의 함성소리가 한반도 각지로 번져가던 1919년 4월 초순의 장날에 1,000여명이 몰려들어 만세를 외치며 동창장터를 뒤흔들었다. 공원의 주인공은 당시 희생된 8명의 열사를 기리는 동상이다. 이곳 동창마을 계곡엔 경기민요의 김혜란 명창이 들어와 지은 강원민요연구원도 있다.

삼층석탑 등 보물이 다섯 점이나 있는 내촌 물걸리사지.

물걸리에서 제일 번화한 마을을 사람들은 동창(東倉)이라 부른다. 조선시대 인근의 서석과 내촌에서 거둬들인 조세를 이곳에 보관했던 역사적 이력이 있는 것이다. 내촌천 물가에 쌓은 동창보(東倉洑ㆍ강원도기념물 제65호)는 널찍한 동창 들판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수로(水路). 길이는 서석면 수하리에서 내촌면 물걸리까지 약 1km 정도에 이른다. 200여 년 전에 만든 것으로 전하는 이 보는 내촌면 물걸리 지역 일대의 개척과 관련된 농경유적으로, 조선 후기의 수리 및 관개 시설의 형태를 비교적 잘 보여준다. 물길을 끼고 있는 암벽에는 ‘보주 김군보(洑主 金君甫)’라는 글귀가 보이는데, 김군보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털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 정겨운 시골 분위기 넘치는 서석장

동창보를 지나 444번 지방도를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촌천 최상류인 서석면으로 들어선다. 서석의 내촌천은 상류인 탓에 물놀이를 하기엔 수량이 조금 적지만 대신 다슬기를 잡을 수 있는 곳?여럿 있다. 면 소재지로 들어서는 길목의 용두안교 주변이 잘 잡힌다.

조선시대 영동과 영서를 오가던 보부상들의 모임장터로 시작되었다는 서석장(4, 9일)도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지금은 비록 규모가 작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제법 북적거렸다고 한다. 소를 팔고 사는 우시장엔 횡성, 인제, 평창 등 인근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장세가 약화되어 깊은 산골의 한적한 장에 불과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홍천까지 4차선 도로가 뚫리고 56번 국도가 포장되면서 서석장은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홍천군의 옥수수 재배 면적은 전국에서 가장 너른데, 그중 서석면의 수확량이 가장 많다. 물론 서석장날이면 진짜 ‘강원도 찰옥수수’를 실컷 맛보고 싸게 구입도 할 수 있다.

2004년 홍천 찰옥수수축제는 내촌천 최하류에서 가까운 두촌면 가리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7월30일부터 8월 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 숙식 : 내촌천 강변마을마다 유원지가 형성되어 있다. 물골안유원지, 화상대강변유원지, 솔밭유원지 등이 인기가 있다. 서석면 검산리의 두메식품(033-436-4488)에선 찰옥수수로 옛맛과 향수를 살려 만든 옥수수찐빵을 맛볼 수 있다. 구수한 찰옥수수와 팥이 어우러져 미각을 돋운다. 옥수수찐빵 25개 들어있는 한 박스에 7,000원.

■ 교통 : 서울→44번 국도→홍천→56번 국도→철정검문소 삼거리→451번 지방도→물골안유원지→지르매재→화상대강변유원지→솔밭유원지→내촌→와야리 삼거리(우회전)→물걸리 동창마을→진여울유원지→44번 지방도→서석장. 서울 상봉동과 구의동에서 홍천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10~30분마다 있다. 홍천시외버스터미널(033-432-7891)에서 내촌행(1일 12회)이나 서석행(1일 7회) 버스 이용.

글 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4-07-28 13:39


글 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