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맛 중시한 반가의 상차림

[맛이 있는 집] 산내들내 한식 가족레스토랑
자연의 맛 중시한 반가의 상차림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한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원래 무엇이든 나누기 좋아하는 민족인지라 종종 큰 손이 미덕으로 통하곤 한다. 담아내는 음식의 양과 정이 비례한다고 생각할 정도니 먹다 남기게 되더라도 일단 음식 대접은 서운하게 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렇지만 가짓수나 양이 많다고 해서 최고는 아니다. 음식 쓰레기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면서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재고를 하게 되었고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 또한 전과는 달라졌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적으로 따지게 된 것. 거기에 깔끔한 분위기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맛과 분위기를 표방하는 양식당은 많아도 한식을 즐길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제대로 즐기자면 비용도 만만치 않거니와 같은 돈이라면 굳이 한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로에 자리한 산내들내는 전통 반가의 상차림을 기본으로 하는 한식 레스토랑이다. 산내음 들내음을 줄인 이름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우리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요리학원 원장이기도 한 윤옥희 사장은 한식이 양식에 밀려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전통 음식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한 걱정에서 산내들내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산내들내는 여느 한식집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단 음식을 맛보기 전에 우리나라 전통 상차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통 상차림하면 푸짐하게 차려 한데 어울려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본래 잔치를 할 때도 개인상을 마련해 한사람 앞에 한 개의 상을 내 가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편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개인상은 점차 교자상으로 변했고 잔칫상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 윤 사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산내들내의 모든 메뉴는 공유의 개념을 벗어나 있을 뿐더러 상다리가 부러지는 푸짐한 차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구절판과 신선로를 빼고는 거의 개별화시켜 외국인들과 함께 찾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정갈하고 예쁘게 담겨 나오는 음식과 우리나라 한옥과 재래식 부엌을 연상케 하는 실내 장식도 돋보인다.

기본적인 반찬과 후식 등이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먹고 싶은 양만 덜어서 버려지는 음식의 양을 줄이자는 취지다. 옛날 부엌에 그릇이나 재료를 얹어 놓는 선반인 ‘살강’에서 이름을 따 샐러드바 대신 ‘반찬살강’이라는 정겨운 이름을 붙였다. 갓김치, 취나물, 고사리, 겉절이 등 10여 가지 정도의 반찬과 오미자차와 수정과 강정, 약과 등의 후식이 갖추어져 있다.

주요리를 주문하면 죽과 밥, 국이 함께 나온다. 냉채나 메밀전병 등과 같은 전채의 선택 여부에 따라 약 4,000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난다. 너비아니와 인삼닭고기구이 등은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그만이고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코스 요리로는 젊은 계층을 겨냥한 ‘연인코스’와 몇 가지 요리가 추가되는 ‘산내음코스’, ‘들내음코스’가 있다. 모든 코스에는 죽과 구절판, 모듬전 등이 포함되고 산내음코스에 한해 신선로가 제공된다.

* 메뉴 : 너비아니 1만4,500원~1만8,500원(전채 포함), 인삼닭고기구이 1만2,500원~1만6,500원 연인코스 2만원(1인 가격, 2인부터 주문 가능), 들내음코스 2만5,000원, 산내음코스 3만5,000원, 신선로 1만8,000원~3만원, 점심특선 비빔밥 7,000원, 콩비지 7,000원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 매주 월요일 휴무.
* 문의·안내 : 02-766-7374 http://www.sndn.co.kr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8-04 15:38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