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그녀의 영혼이 당신 몸 속에 스며든다면되살아난 모녀의 원혼과 버림받은 인형의 섬뜩한 복수

[시네마 타운] <분신사바><인형사>
한 맺힌 그녀의 영혼이 당신 몸 속에 스며든다면
되살아난 모녀의 원혼과 버림받은 인형의 섬뜩한 복수


여름 공포영화를 대표할 영화 두 이 나란히 소개됐다. 먼저 <분신사바>(8월 5일 개봉)는 <가위> <폰>등의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자리잡은 안병기 감독의 새 작품이다. <여고괴담>의 주인공 김규리가 다시 주연을 맡아 흥행작으로 기대를 받았다. 신인 정용기 감독의 <인형사>(30일 개봉)역시 구체관절인형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관심을 모았다.

<분신사바>는 학교의 깡패그룹에 괴롭힘을 당하던 이세은이 ‘분신사바’라는 주문을 건 뒤 학생들이 검은 비닐 봉투를 뒤집어 쓰고 스스로 머리에 불을 붙여 죽어나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최근 부임한 미술선생 김규리는 수 십년 전 이 학교에서 왕따에 시달리다 죽은 한 학생의 기억을 학교에 불러일으킨다. 결국 이세은과 김규리는 한 세대 전 이 마을에서 따돌림과 동시에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한 무당 모녀의 원혼이 되살아 난 것으로 밝혀지고 마을은 그들의 복수로 처참하게 무너진다.

-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공포여행

영화 <분신사바>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잇단 죽음과, 그 죽음의 한 가운데는 원한에 맺힌 영혼이 있으며 그 원한은 ‘우리’와 다른 ‘그들’을 배척하고 따돌림하는 집단의 이기적인 심성의 희생으로 생겨났다는 과거의 이야기를 밝혀나간다는 점에서 공포영화의 기본정석을 충실히 따르려 함을 알 수 있다. 최근 공포영화의 공식처럼 돼 버린 영화 막바지에 깜짝 놀랄만한 비밀을 공개한다거나 하는 식의 노림수 보다는 오랜 세월 전 벌어졌던 사건을 통해 귀신의 원한이 어떻게 차곡차곡 쌓여왔나를 밝혀내며 그 속의 슬픔에 주목하려 하는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왕따에 시달리던 한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학원공포물로 출발한듯한 영화는 중반이후 무대를 마을 전체로 확대해나가며 두개의 이야기가 서로 잘 맞물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주인공을 누구로 내세우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초반 여고생 역을 맡은 이세은은 분신사바라는 주문을 걸고 자신이 미워하던 친구들이 잇달아 죽음을 맞이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초능력이 몸 속에 들어와 있음을 괴로워한다. 여기까지 이세은은 관객의 시점을 대변하며 사건의 중심에 서서 영화의 핵심적인 비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관객은 이 주인공이 스스로가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고 그 위기에서 벗어나길 원하며 누군가가 주인공의 영혼 속에 스며든 그 귀신과 빨리 소통해서 그 귀신의 비밀을 밝혀내 자신의 누명도 벗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귀신과의 커뮤니케이터로 등장한 듯 보이던 미술선생 김규리가 실은 자신 역시 귀신이 쓰인 존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다시 김규리의 귀신이 펼치는 마을에 대한 복수와 그에 얽힌 이야기로 방향을 틀어버리며, 영화는 앞서의 이세은의 시점에서 김규리의 시점으로 바뀌어 버린다. 때문에 이세은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던 관객은 주인공이 빠졌던 위기를 극복하는 쾌감을 느끼지 못한 채 미로로 빠진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머리에 검은 비닐 봉투를 쓰고 불을 붙여 죽는 여고생의 모습과 수 십년 전 머리에 복면을 두르고 모녀의 집에 불을 붙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등 섬뜩한 이미지를 곳곳에서 선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관객에게 일관된 시점을 제시하지 못함으로 주인공과 관객을 감정이입 시키는데도 실패, 화면 속에서는 무서운 일이 계속 벌어지지만 관객에게는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영화로 머무르고 만다.


- 구체관절 인형들의 슬픔과 복수

영화 <인형사>

<인형사>는 사람의 관절과 똑같은 구조의 구체관절인형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일단 신선감을 안겨주는 영화다. 영화는 구체관절인형을 만드는 작가가 새로운 인형을 만들기 위해 모델로 몇몇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뒤 이들이 잇달아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게 되면서 이 비밀을 밝혀내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고립된 공간에 우연히 모인 사람들이 알고 보면 하나의 끈으로 묶일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그 비밀 때문에 하나씩 죽어나간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식의 이야기 구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인형들로 둘러싸인 기괴한 배경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김유미는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이 잇단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데 그 비밀에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인형들이 저마다의 영혼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들로부터 버림 받을 때의 슬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슬픔’들이 복수의 에너지로 연결될 때 얼마나 무서운 ‘공포’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영화는 초점을 맞춘다.

비교적 참신한 아이디어와 함께 그로테스크한 공간적 배경, 인형과 아주 흡사한 임은경의 캐스팅 등 돋보이는 점이 많은 는 그러나 보다 등장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chacha하게 엮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 이 영화 긴장감의 핵심은 복수를 펼치고자 하는 인형들이 초대한 이 다섯 명의 인물들이 도대체 어떤 비밀들을 가지고 있기에 초대 받아 죽어나가야 할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피해자들이 초대 받은 이유에 대해 영화 초반 프롤로그처럼 제시한 ‘인형이 사랑하던 주인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의 후손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을 제시하면서 비밀이 밝혀진 뒤 오히려 긴장감을 잃어버린다. 가해자끼리의 갈등 역시 치밀하게 설명되지 않은 채 넘어가 버린다. 소재의 참신함이나 시각적인 효과, 이야기의 기본틀에서 두 영화는 한국공포영화의 기본기가 많이 향상됐음을 실감케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치밀한 이야기 짜임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네마 단신
   

■ 임권택 감독 <하류인생> 베니스 영화제 초청

9월1일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과 ‘쓰리 몬스터’가 초청됐다. 30일 영화제 사무국은 메인 경쟁부문‘베니치아 61’에 임 감독의 작품과 함께 대만 후샤오 시엔의 ‘커피 시광’,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국 지아장커의 ‘쉬지에’등이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과 홍콩, 일본의 합작영화 '쓰리 몬스터'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섹션에 초대 받아 베니스를 찾는 한국 영화는 두 편이 됐다.

■ 서울아트시네마 존 포드 감독 작품 상영

서울시네마테크는 다음달 6∼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존 포드(John Ford, 1894~1973) 감독의 작품 14편을 모아 상영한다. 1940∼60년대 할리우드의 서부영화 전성시대를 이끈 존 포드는 140여 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해 여섯 차례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역마차’ ‘수색자’ ‘리버티 발란스를 쏜 사나이’‘'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등 30∼60년대 대표작들이 상영된다.02)3272-8707, www.cinemathequeseoul.org


입력시간 : 2004-08-04 15:5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