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눈의 호사 어때요?

[맛이 있는 집] 프랑스 레스토랑 <델리스>
입과 눈의 호사 어때요?

“아름다운 것과 맛있는 음식은 서로 나눠야 합니다. 기쁜 일은 함께 했을 때 그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처럼 좋은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한 프랑스 레스토랑 이승남 대표의 말이다. 언뜻 쉬운 이야기 같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꽤 의미 있게 들린다. 잘 살고 돈 있는 사람만 좋은 음식을 먹으라는 법은 없는 법. 누구나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델리스의 요리만큼은 정통 프랑스식을 추구하지만 격식을 차릴 필요도, 큰 돈을 들일 필요도 없는 아주 편안한 곳이다. 프랑스 가정에 초대를 받아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오붓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플라워 데코레이션 베이커인 이승남 대표(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꽃장식 케익을 소개했으며 현재 ‘이승남의 꽃과 빵’을 운영하고 있다)를 비롯한 플로리스트,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뜻 맞는 사람 일곱 명이 공동의 아이디어와 자금을 출자해 만든 곳이 바로 지금의 델리스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다니는 미식가 모임으로 출발했지만 큰 욕심 없이 그저 함께 나누는 것이 좋아서 레스토랑 운영을 하게 되었다.

델리스는 독특한 모양의 꽃 장식 케이크며 아름다운 꽃 등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공간이다. 서로 잘났다고 튀는 것이 아닌 은근한 개성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테이블 개수에 욕심내지 않아 안정감 있고 편안한 분위기다. 벽을 따라 놓여 있는 자주색 소파는 잠깐이나마 호사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0~30명 정도의 소모임을 하기에도 적당한 규모다.

제공되는 음식은 그 양과 정성스러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특히 점심에 제공되는 샌드위치 종류에는 음료와 과일 디저트가 따라 직장인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요즘 물가와 비교해 의아할 정도로 저렴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부담이 없는 선에서 정했다.

요리사가 프랑스의 명문 요리학교인 꼬르동 블루 출신인 것만 보더라도 최상의 음식을 맛볼 수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대부분의 메뉴는 식용 꽃으로 장식되어 나오는데 그렇잖아도 보기 좋은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프랑스 음식에 예쁜 꽃 장식이 더해지니 감동이다.

음식을 주문할 때 특별한 격식은 따지지 않아도 된다. 코스 메뉴가 없어 각자 원하는 요리를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저녁 식사 후 가볍게 와인을 즐기러 오기에도 좋다. 메뉴는 고정적으로 제공되는 것 외에도 매 주 6~7가지 메뉴가 번갈아 소개된다.

주말에만 운영되는 브런치로 기분 전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아침과 점심을 겸한 느긋한 식사는 적은 돈을 들이고도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는 아침과 점심 식사를 겸한 간단한 메뉴가 소개되며 과일과 쥬스, 케??등은 뷔페로 운영된다.

* 메뉴 : 샌드위치(런치 메뉴) 6,500원 선, 그린 샐러드 6,000원, 수프 6,000원, 생강, 라임, 버터, 와인이 들어간 종이에 싼 도미 19,000원, 닭가슴살 커트렛 20,000원, 비프 스테이크 22,000원, 포크 안심 스테이크 17,000원, 브런치 7,000원~16,000원. 음료 3,500원~5,000원. 와인 30,000원~40,000원.

* 영업 시간 : 오전11시 30분 ~ 밤11시. 오후 2시 30분 ~ 5시 30분은 잠시 문을 닫는다. 매주 일요일 저녁만 휴무.

* 찾아가는 길 :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5분. 제일기획 바로 옆 건물 1층. 02-795-7865 www.deliceseoul.co.kr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8-18 11:42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