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로큰롤 스타들의 앨범 재발매

[문화비평]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화려한 빛으로 거듭나다
50년대 로큰롤 스타들의 앨범 재발매

“재즈는 머리에서 나왔고 로큰롤은 바짓가랑이 사이에서 나왔다.”는 말은 록 음악의 성격에 대한 명쾌한 개념 정리라 할 수 있다. 흑인들의 음악으로부터 탄생된 새로운 변종 음악, 이후 반세기 동안 세계의 대중들에게 사랑 받으며 수많은 이들의 이성과 감정을 사로잡은, 그리고 이후 록으로 진화하여 세계 대중음악의 중요한 바탕을 이루게 된 로큰롤이 탄생 5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미국에서는 올 초부터 척 베리(Chuck Berry)나 빌 헤일리(Bill Haley) 등 50년대 로큰롤 스타들의 앨범이 새롭게 리마스터 되어 재발매되고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는 등 다양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로큰롤의 탄생’이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일까? 거기에는 20세기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는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라는 이름이 자리한다.


- 세계 대중음악의판도를 바꾼 혁명

1954년 1월 4일, 멤피스의 한 녹음실에서 19살의 젊은이가 4달러를 들여 자작 싱글을 녹음한다. 그 녹음실의 소유자였던 샘 필립스(Sam Phillips)는 이 젊은이의 재능을 알아채고 자신의 레이블인 ‘선(Sun)’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시킨다. 당시 풋내기에 불과했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후 ‘로큰롤’이라는 음악의 대중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꾸게 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리듬 앤 블루스와 컨트리 앤 웨스턴, 가스펠, 그리고 블루스와 팝 등의 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리고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출함으로써 (흑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로큰롤 음악을 백인들의 세계, 즉 ‘주류’에 진입시킬 수 있었다. 그의 첫 싱글 ‘That's All Right’이 발표되고 전에 없던 노골적인 몸 동작과 목소리 등 섹시함으로 가득한 무대를 선사했던 1954년 여름은 말 그대로 ‘로큰롤의 본격적인 탄생’을 이룬 때로 기록된다. 이후 1977년 42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4억 8천만 장의 앨범 판매고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10장의 앨범과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45곡을 포함한 각종 차트 기록 등을 세우며 로큰롤과 대중문화의 강력한 아이콘으로서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엘비스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출연한 여러 편의 영화들이 DVD로 발매되어 그의 팬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슴 설렘을 전해준 것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역사적인 TV 쇼와 가장 유명한 공연을 담은 2장의 DVD (’68 Comeback Special)과 (Aloha From Hawaii)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일 것이다. 그가 1961년 본격적인 공연 활동을 멈추고 영화에 전념하며 평범한 히트곡들만으로 명성을 이어간 지 7년이 되는 해인 1968년, 엘비스는 미국의 국영 방송 NBC-TV가 마련한 컴백 스페셜에 출연을 하여 ‘황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1968년 12월 3일 방영되어 무려 42%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에서 엘비스는 인상적인 까만 가죽 재킷과 가죽 바지를 입은 채 로큰롤과 발라드, 가스펠 히트곡들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초기 시절 그와 함께 연주했던 기타리스트 스카티 무어(Scotty Moore)와 드러머 디제이 폰타나(DJ Fontana)의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3장으로 구성된 DVD 세트에는 TV로 방영되었던 오리지널 편집 본을 비롯하여 미공개 잼세션, 방영되지 않은 다양한 테이크 등 여러 볼거리들이 昇?있다.


- 최고의 팝스타 각인시켜준 콘서트

대중음악 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콘서트이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백조의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닌 ‘Aloha From Hawaii’는 1973년 1월 14일 하와이에서 펼쳐진 대규모 공연이다. 이 공연은 당시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태국,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을 포함하여 10여 개국에 위성 생중계 되었고 4월에는 미국과 유럽에 녹화 방송이 되었다. 이 공연이 미국에 방영되었을 때 방송은 51%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적으로 이 공연을 본 시청자 수는 15억에 달했다. ‘Aloha From Hawaii Via Satellite’라는 제목의 더블 라이브 앨범으로도 공개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 공연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는 자신의 탁월한 재능과 화려한 쇼맨십, 그리고 최고의 팝스타로서의 카리스마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엘비스의 사진과 의상들은 대부분 이 공연에서 촬영된 모습일 것이다) 2장의 DVD 세트에는 본 공연과 그 이틀 전 행한 리허설 콘서트 장면, 하와이에 도착한 엘비스의 모습, 공연 후 5곡의 추가 곡을 연주하는 모습, 그리고 1973년 4월 4일 NBC-TV를 통해 방영된 버전 등 이 공연에 관련된 다채로운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방영된 지 30년 이상 되는 공연 모습들과 서플먼트 영상에서 칼날 같은 화질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 두 DVD 세트에 담긴 화질은 호화로운 패키지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음질 또한 5.1 서라운드를 지원하긴 하지만 그 효과를 확연하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황제’의 굵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까맣게 그을린 그의 모습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두 작품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입력시간 : 2004-09-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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