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 부재로 캐릭터 소화에 역부족, 체계적 교육·훈련 절실

[배국남의 방송가] 모델출신 연기자들 겉도는 색깔, 흉내내기 급급
연기력 부재로 캐릭터 소화에 역부족, 체계적 교육·훈련 절실

, , …이들의 공통점은?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다. 그것도 인기가 높은 특히 젊은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연기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높은 인기만큼이나 연기자로서의 평점은 후하지 못하다.

탤런트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일반적 통로는 방송사 공채 외에 여자의 경우는 미스코리아를 비롯한 미인 대회였다. 남자는 영화나 연극, 광고로 데뷔한 후 브라운관으로 옮기는 경우와 가수를 하다 연기자를 겸업하는 경우, 감독과 연출자가 개인적 인연으로 연기자로 데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방송사들이 탤런트 공채를 중단하면서 스타 시스템의 지각 변동이 일었다. 방송사가 연기자를 발굴하고 교육시켜 데뷔시키는 기능을 연예 기획사들이 온전히 떠 안은 것이다. 이때부터 연기자 충원의 대부분은 연예 기획사들이 배출한 사람들로 대부분 채워졌다. 연예 기획사는 자사 직원을 통한 길거리 발굴, 오디션, 인터넷 공모 등의 통로를 통해 다양한 인적 자원을 발굴해 왔다. 최근 연예 기획사들이 모델계로 눈을 돌리면서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모델들은 연예인으로서의 성공과 스타로의 부상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인 외모를 갖춘데다 무대에 서는 경험도 가져 연기자로의 전환이 다른 직종 보다 용이해 기획사들의 발길이 모델계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모델출신으로 드라마나 영화로 연기자로 데뷔해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가 바로 , , 등이다.


- , 불분명한 발음 등 문제점 노출

강동원

요즘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권상우를 제치고 인기 1위에 오른 연기자가 바로 이다. 귀여운 외모와 중성적인 분위기 그리고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맡았던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해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연기자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불분명한 대사 발음, 극중 상황에 맞는 분위기 연출력의 부재 등으로 연기력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SBS 주말 드라마 ‘매직’에서의 은 그가 주로 맡았던 포근하고 감성적인 캐릭터와 달리 표면적으로는 차갑고 야비한 캐릭터인 강재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상당부분 이전의 캐릭터와 거리가 있다. 단선적인 이전의 캐릭터와 달리 차갑고 야비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상당 부분 내면 연기에 의존해야 하고 대사나 표정, 액션이 세밀해야 하기 때문에 에게는 사뭇 부담스러운 캐릭터다. 하지만 강재와 은 아직 밀착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강재가 아닌 배우 의 냄새가 대사나 표정에서 짙게 배어 나온다. 아직까지 강재의 색깔보다 의 색취가 더 강하다는 말이다.


- , 안정감 없는 캐릭터로 불안

김민준

역시 2003년 MBC 퓨전 사극 ‘다모’ 한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델출신 연기자다. 이후 후속작인 ‘폭풍 속으로’에서 주연을 맡아 각광을 받았던 은 요즘 작가주의 색채가 진한 인정옥 작가의 MBC ‘아일랜드’에서 서른 세 살의 백수 양아치 재복역을 연기하고 있다.

“이 아직 연기가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다. 만들어진 이미지보다 비어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색깔을 칠해 나갈 수 있다”는 ‘아일랜드’의 김진만PD의 말처럼 의 연기가 안정되지 않았다. 아니 부족하기 그지없다. 김PD의 지적처럼 의 비어 있는 공간에 색깔을 칠할 수 있지만 ‘아일랜드’는 설명도 과감하게 생략되고 사건이나 배경이 주가 되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기대어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고 거북스러울 수도 있다는 어려움이 내재된 드라마다.

이러한 드라마가 살려면 캐릭姑?분명 감정, 대사 등을 상황과 분위기를 완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초반부에서의 의 안정되지 않은 연기가 캐릭터를 죽이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인정옥 작가의 전작인 ‘네 멋대로 해라’에서의 양동근이 맡았던 복수처럼 심리적으로 복잡미묘하지만 개연성을 갖는 캐릭터를 살려내기 위해 눈빛에서부터 표정은 물론 대사의 톤과 단어의 높낮이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에 맞는 감정과 분위기를 실어야한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아요. 대사도 입에 착착 붙고 오히려 새로운 연기가 좋은데요”라는 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과 달리 드라마 속에선 단순한 양아치의 문양만 흉내내는 대사 연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캐릭터의 겉모양 흉내만으로 내면의 심리가 외적인 연기로 살아 움직여야 하는 특수한 캐릭터를 소화하기는 역부족이다. ‘다모’에서나 ‘폭풍 속으로’에서의 은 출중한 외모 덕으로 버틸 수 있어 눈길을 끌었고 연기력 부족를 감출 수 있는 드라마의 스타일과 분위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아일랜드’의 재복은 그렇지 못하다.


- , 단조로운 연기색깔로 한계

김남진

은 8월 끝난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차태현과 함께 남자 주연을 맡았다. 또 10월 시작되는 MBC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도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두 달 사이로 주연을 맡을 정도로 은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천년지애’ ‘회전목마’ ‘황태자의 첫사랑’ 등에서 캐릭터의 분위기는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연기의 색깔은 단조롭기만 하다. ‘황태자의 첫사랑’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주연들 특히 , 성유리의 연기력 부재가 한몫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차승원이나 변정수처럼 모델출신이지만 연기력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연기자들도 있다. 하지만 , , 처럼 연기력이 부족한 모델출신 연기자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앞으로 방송사가 이전처럼 탤런트 공채를 본격적으로 재개하지 않는다면 모델의 연기자로의 전환은 더 가속화 할 것이다. 모델과 연기자는 상당부분 작업의 속성상 유사점이 많지만 연기자는 고도의 연기력이 필요한 전문직이다. 연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금 브라운관과 스크린은 인기만 믿고 연기력이 부족한 가수출신 연기자들과 외모에만 의존하는 모델 출신 연기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 콘텐츠는 완성도에 있어서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있다.

스타로 부상한 , , 은 연기자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연기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스타라는 신기루는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09-15 13:31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