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세련미의 극치 가을色에 젖은 절집을 보라나라 안 최고의 미학을 자랑하는 목조건물소백산 연봉의 숨막히는 경관

[주말이 즐겁다] 영주 부석사
절제된 세련미의 극치 가을色에 젖은 절집을 보라
나라 안 최고의 미학을 자랑하는 목조건물
소백산 연봉의 숨막히는 경관


가을이 조금씩 깊어 가는 중인지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알싸하다. 백두대간을 끼고 있는 경북 영주는 늦봄의 소백산 철쭉으로 유명하거니와 가을 풍광도 빠지지 않는 고을이다. 특히 봉황산 기슭에 자리잡은 부석사(浮石寺)의 가을 풍광은 나라에서 명성이 드높을 정도로 빼어나다.

- 최고의 미학을 자랑하는 목조건물

부석사 사하촌을 지나면 완만한 경사의 길 좌우론 은행나무가 줄을 잇는다. 가을이 깊어 가면 샛노란 이파리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길이다. 또 은행나무 뒤로 펼쳐진 산비탈 과수원에선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사과가 유혹한다. 나라에서 가장 예쁘며 웅장한 절집으로 꼽히는 부석사는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렇게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은행나무 덮인 일주문 지나 천왕문 오르는 길. 왼편엔 절에서 깃발을 게양하던 당간 지주가 우뚝 서 있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절집의 당간지주 중 가장 세련되게 다듬은 명작"이라고 평가 하는 작품이다. 여기서 무량수전에 이르는 아홉 개의 거대한 석축은 극락에 이르는 구품정토(九品淨土). 계단을 하나 오를 때마다 고통의 사바 세계는 점차 멀어진다. 무량수전 처마와 석등이 보이기 시작하는 안양루(安養樓) 계단을 올라 뒤돌아 보면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들이 영남 땅 아담한 분지들을 껴안은 풍경이 펼쳐진다. 김삿갓이 여기서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볼까나"하며 읊조렸다던 풍경이다.

고개 돌리면 드디어 무량수전(無量壽殿). 창건연대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건물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래된 무량수전은 한 미술사학자로부터 '더하고 뺄 것 하나 없는 완벽함'을 자랑하는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랫 중간 부분이 불룩한 배흘림기둥과 사뿐히 고개든 추녀의 어울림은 현대 건축가들도 탄복할 정도.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감탄은 이어진다. 보통 불전(佛典)은 내부 정면에 불상을 놓지만 이곳의 주불(主佛)인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은 왼쪽 벽에서 오른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무량수전의 건물이 남향이므로 불상은 동향인 것이다. 이는 불국정토의 올바른 정진을 바라는 불교 정신의 발로라 한다. 왼쪽 끝에 불상을 배치하면 정면에서 볼 때보다 먼 거리의 공간 감각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불상 앞의 기둥들에 의해 장엄함까지 더해 진다. 거기에 천장도 막혀 있지 않으니 웅장함까지 표현되는 것이다. 또 길이와 굵기가 제각기 다른 부재들은 뛰어난 절제미를 자랑하고, 기둥 – 대들보 -서까래의 조화는 고저장단(高低長短)의 음률을 자아낼 정도로 빼어나다는 평가다.

그리고, 무량수전에서 조사당(祖師堂)으로 가는 언덕길의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좋다. 안양루에서의 그것에 빠지지 않는다. 소박하고 간결한 미를 지니고 있는 조사당은 1377년에 건립된 건물. 내부의 입구 좌우에 보살상, 사천왕상 등 고려말에 그려진 벽화가 있었는데 벽면 전체를 떼어서 보존하고 있다. 역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스승 같은 탄산수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쳐 온 오전약수는 부석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샘솟는 탄산 약수로서 보통 부석사 탐방과 한 코스로 엮인다. 백두대간 박달령에서 발원한 계곡의 암반에서 솟아나므로 물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도 수려하고 공기도 맑고 깨끗하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엔 잡수가 끼지 않아 더욱 진한 물맛을 선사한다.

오전약수는 조선시대 물맛이 가장 뛰어난 약수를 뽑는 대회에서 최고의 약수로 뽑혔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를 주세붕(周世鵬ㆍ1495~1554)은 "이 약수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고 자랑했다. 약수터 옆 바위엔 주세붕이 찾아 왔다가 썼다는 친필 휘호 '人生不老(인생불로) 樂山樂水(요산요수)'가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도 소문이 나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명성은 21세기인 요즘에도 여전하다.

주민들은 약수가 신경통, 신경허약증, 선후풍,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고 자랑하는데, 특히 위장병과 피부병에 큰 효험이 있다고.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약수터 주변엔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묵는 초가집이 수십 채가 있었다. 지금은 현대식 건물에서 묵는다. 약수로 요리한 닭백숙은 쫄깃쫄깃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한편, 매년 가을이면 부석사 가는 길목의 풍기읍에서 인삼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10월 6(수)일부터 10(일)까지 닷새간 펼쳐진다. 이 기간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인삼캐기 체험을 비롯해 인삼요리 시식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풍기 인삼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영주시 홈페이지(www.yeongju.go.kr)참조.

▲ 숙식 부석사 입구에 명성식당(054-633-3262) 등 산채정식, 산채비빔밥이 잘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대부분 민박을 겸한다. 또 오전약수 주변에도 숙박할 수 있는 민박집과 약수탕 닭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약수백숙 1마리(1인분) 15,000원.
▲ 교통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우회전)→931번 지방도→ 8km →소수서원→10km →부석면 삼거리(좌회전)→3km →부석사 주차장. 오전약수는 부석사 입구에서 승용차로 20∼30분쯤 걸린다. 부석면 삼거리→931번 지방도→8km→물야면 삼거리(좌회전)→915번 지방도→5km→오전약수.

민병준 여행 작가
'이 땅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저자


입력시간 : 2004-10-05 16:19


민병준 여행 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