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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방송가] 원칙없는 출연, 슬픈 스타 마케팅
범법 연예인들의 방송출연
들쭉날쭉 잣대·형평성 놓고 논란




송승헌
이유진
성현아

누가 봐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에 대해 지루한 논란이 계속되더니 이제는 대중 조작의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법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국회에서 범법을 저지른 연예인에 대해 한류를 고려, 입대를 연기해 드라마 출연을 추진하는 등 연예인 병역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바로 드라마 ‘슬픈 연가’ 의 송승헌 출연을 둘러싼 논란이다.

김종학 프로덕션, 포이보스 등 외주제작사가 공동으로 제작해 MBC에서 내년 1월 방송할 예정인 ‘슬픈 연가’는 권상우, 김희선, 송승헌 등 스타들을 대거 포진시키고, 일본 등 해외 투자를 유치한 뒤 뮤직비디오 발표회, 드라마 기자간담회 등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 방송 전부터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슬픈 연가’에 문제가 생긴 것은 드라마의 주연 중 한 사람인 송승헌의 병역비리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송승헌은 명백한 불법을 자행한 범법자라는 사실이 일시에 수많은 대중에게 각인됐다.

여론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이르자 곧 바로 송승헌의 심경고백 편지가 대중매체에 공개됐고 송승헌이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면서 당연히 드라마에서 빠지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송승헌과 함께 병역 비리에 연루된 한재석이 촬영 중이던 KBS 대하사극 ‘해신’에서 즉각 빠진 것처럼, 송승헌 역시 당연히 ‘슬픈 연가’에서 퇴진할 것이 기정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의 드라마 출연 후 입대 분위기 조성, 대만 등 중화권 팬들의 출연을 부탁하는 편지 공개, 일본 등 해외투자사의 투자 철회 및 거액의 위약금, 그리고 한류 스타라는 점을 들어 일부 대중매체에서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 동정론을 조성했고, 송승헌의 기획사 포이보스는 급기야 병무청에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송승헌은 ‘슬픈 연가’ 출연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런 시점에 병무청은 원칙에 따라 송승헌에 대해 조기 신체검사와 입대 방침을 밝혀 김종학 프로덕션 등은 주인공 교체를 신중하게 고려했고 송승헌 대신 투입할 연기자를 물색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었다. 국회 문광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한류를 고려해 송승헌의 군 신체검사와 입대시기를 연기하는 협조공문을 병무청에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연히 그 같은 발언은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다행스러운 점은 방송 예정인 MBC가 송승헌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방송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익성과 공정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방송사로는 당연한 결정이다.

드라마 출연을 둘러싼 송승헌 논란은 그동안 방송사의 문제 연예인 출연 여부에 대한 기준 마련과 원칙 없고 형평성 없는 문제 연예인의 방송 출연에 대한 경각심과 대책 마련의 시급함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만의 하나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이 결정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영화와 달리 공익적 성격이 강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가 범법 연예인의 수입 창출을 위한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획사가 주장하듯 송승헌이 한류에 기여하고, 대중문화 발전에 일조 했으며, 그리고 일본 등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하더라도 송승헌의 방송 출연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다른 것을 차치하더라도 송승헌은 한류의 열기에 동참하기 전 불법으로 병역 면탈을 받았기에 어떠한 변명으로도 그의 범법 행위가 합리화되지 않는다.

그리고 병역 비리를 저지르고도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현재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또 송승헌 등 불법병역 비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에게 분노와 함께 상실감을 안겨줄 것이다.

- 공인의식 결여·준법의식 약화

송승헌 뿐만 아니다. 최근 연예인들의 공인 의식 결여와 준법 의식의 약화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연예 기획사의 스타 마케팅과 위기관리 전략이 고도로 지능화되고 무분별한 팬클럽의 준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방송 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매니저의 음주 측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몸싸움으로 인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탤런트 이유진은 방송사의 아무런 제재 없이 출연중인 SBS 아침 드라마 ‘선택’ 에 계속 나가고 있고, 폭행사건으로 지난 2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윤다훈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방송에 복귀했다.

이러한 범법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데에는 방송사내에 비리 연예인에 대한 방송 복귀 및 출연 기준이 없고 연예기획사가 뛰어난(?) 복귀 전략을 구사한 탓이 크다.

엑시터시 복용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연기자 겸 가수 성현아는 이같은 방송사 원칙부재와 기획사의 놀라운 전략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성현아는 구속된 뒤 2002년 4월 2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얼마 안 있어 영화 ‘보스상륙작전’ 에 복귀하는 등 곧 바로 연예 활동을 재개하고 누드집 발간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뒤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출연했다.

또한 그녀는 A-one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 가수로 데뷔해 자연스럽게 KBS 가요프로그램 등에 출연, 복귀가 이뤄졌다. 요즘 그녀는 방송사들의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까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범법 행위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무기한 방송 복귀 금지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시청자와 대중이 수긍하는 객관적인 기준과 방송사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문제 연예인의 방송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범법 행위를 해 장기간 방송복귀를 하지 못하고, 어떤 연예인은 곧 바로 방송 복귀가 이뤄지는 것은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된다.

병역 비리를 저지른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 여부는 문제 연예인의 방송 복귀나 방송 출연에 대한 방송사의 공정한 잣대를 수립할 수 있는지 여부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11-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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