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감기 예방


요즈음은 기온 변화가 심해지면서 주변에 감기 걸려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많이 본다. 감기에 대한 다양한 속설이 있지만 가끔 술꾼들 중에는 “소주에 고춧가루 풀어서 먹으면 감기가 나간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틀리지만 때로는 효과를 볼 수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뭐라고 답해야 하나 망설이면서 빙긋 웃게 된다.

어떤 병이건 한의학적인 치료법은 한(汗), 토(吐), 하(下), 화(和)의 4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汗)이란 땀을 내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며, 토(吐)란 구토를 하도록 하여 치료하는 방법이고, 하(下)란 설사를 시켜서 치료하는 방법이고, 화(和)란 몸을 조화롭게 보함으로써 치료를 하는 것이다.

토(吐) 법은 음주를 과다하게 하거나 급체를 하였을 때 토하고 나면 몸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며, 하(下) 법은 질병 원인이 장내에 있을 때 배설을 시켜서 병을 치료하는 원리이다.

한(汗) 법이란 땀을 내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밖에서 찬 기운이 몸에 들어와서 생기는 ‘감기’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병이 체표에 머물러 있으므로 땀을 배출하게 하면 몸이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근거로 위의 술꾼의 ‘속설’은 어떤 의미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감기가 들어오게 되는 나의 허약증(면역기능 저하)이 고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운 말인 것이다.

평소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자기의 생활에서 식사 패턴은 정상적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적절한 수면과 휴식은 취하고 있는지도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집이나 직장에서 실내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밖의 온도와 차이가 크면 감기에 잘 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조적으로 목에 스카프나 목이 올라간 옷을 입는 것도 감기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지만 일단 감기가 들면 적절하게 쉬어야 하며 술, 담배를 삼가며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 중 추천할 만한 것은 평소 세수할 때를 이용하여 자주 목을 비벼 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목의 정중앙에서 바깥쪽으로 귀 뒤까지 가볍게 비비듯이 마사지해주는 것으로 좌, 우 각각 30회 이상 마찰시키는 것이 좋다. 방법이 간단하니 하루 중에서 아침, 저녁 세수할 때 잊어버리지 않고 할 수 있으니 좋다.

또한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약간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게 된다.

감기의 치료법 중 가정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땀을 적절하게 내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땀을 내는 방법으로는 콩나물국에 파의 뿌리 쪽(흰 부분, 한의학에서는 총백이라 한다)이 많이 들어가게 썰어서 먹는 것도 좋다.

파의 양은 대파인 경우는 한 뿌리나 두 뿌리 정도, 쪽파인 경우는 5~6뿌리 정도가 좋다. 이때 파의 수염을 포함한 흰 부분이 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고, 파란 부분이 많이 들어가면 땀을 내는 효과가 덜하고 맛이 비리기만 하다. 몸이 많이 찬 사람은 간단하게는 생강차나 계피차를 끓여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감기에 걸리게 되면 칡이 좋다. 칡은 감기뿐 아니라 속도 편하게 해주면서 술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은 칡차를 진하게 다려서 마셔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리는 방법은 주전자 등에 칡을 100그램 정도 적당히 썰어서 넣고 물 2대접 정도를 부어 끓인 후 마시도록 한다. 칡차는 마실 때 약간의 설탕이나 꿀을 넣어도 좋다.

최근 40대 중반의 어떤 아주머니께서 감기가 걸린 지 2주가 넘고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고 치료를 받으러 방문하셨다. 이 분의 경우는 갑자기 새벽기도를 시작하면서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기도를 시작하게 된 때가 월경이 끝난 바로 뒤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었으며, 더욱이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 한의학적으로 감기는 증상이 같아도 치료법이 다를 수 있고 증상은 달라도 치료법이 같을 수 있다. 그것은 감기 치료도 질병의 원인을 살펴서 원인에 따른 처방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분은 우선적으로 당분간 새벽기도를 중지하도록 하였으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쌍화탕이라는 약을 드시도록 하였다. 쌍화탕은 피가 부족한(혈허증) 사람이 속까지 차가워지면서 오는 ‘허증(虛症) 감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몸이 좋아지면서 다시 새벽에 일찍 기도하러 가신다면 나가시기 바로 전에, 마치 자동차를 예열하듯이 국민체조 같은 것이라도 해서 몸에서 약간의 땀이 나는 정도로 움직인 후 적당히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가시도록 하였다. 이 환자는 결과적으로 아주 빨리 감기가 낫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였다.

입력시간 : 2004-11-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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