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진주를 가슴에 품고절정의 가을 속으로 달린다해안쪽 외변산과 내륙쪽 내변산 모두 버릴 것 없는 절경

[주말이 즐겁다] 변산반도
서해의 진주를 가슴에 품고
절정의 가을 속으로 달린다
해안쪽 외변산과 내륙쪽 내변산 모두 버릴 것 없는 절경


개암사

부안 고을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변산반도는 칠산 앞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 나와 이뤄진 반도다.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풍광과 정겨운 해안 마을이 펼쳐지며, 안쪽에 솟은 산봉우리들과 그 사이의 계곡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바다와 접한 해안 쪽을 ‘ 외변산’, 산봉우리들이 첩첩 쌓인 내륙 쪽을 ‘ 내변산’이라 하는데, 안팎을 가릴 것도 없이 서해에서 최고의 절경을 이루고 있는 땅으로 꼽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산반도를 일컬어 ‘서해의 진주’라 즐겨 부른다.

부안 읍내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면 ‘ 바람 모퉁이’라 불리는 해안이 나온다. 이 곳을 돌면 이내 거센 바닷바람과 함께 서해가 달려 들면서 널따란 갯벌이 눈길을 붙잡는다. 이어 해안의 크고 작은 포구에 둥지를 튼 아담한 어촌들을 지나다 보면 변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솟은 채석강(採石江)이 나온다.

- 황홀한 채석강의 일몰

닭이봉 아랫도리를 감아 돈 모양새의 해안 단층인 채석강은 마치 수만 권의 고서적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모습이 장관이다. 썰물 때면 파도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든 채석강의 너른 갯바위를 거닐며 파도가 빚은 자연 동굴을 구경할 수 있다. 닭이봉 정상에 서면 핵폐기장 건설 문제로 시끄러웠던 위도 너머, 조기로 유명한 칠산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길을 돌려 채석강 북쪽의 적벽강(赤壁江)으로 간다. 이 곳은 채석강에 비해 인파가 적지만 채석강에 뒤지지 않을 만한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적벽강 꼭대기에 있는 수성당(水聖堂)에는 ‘ 서해를 거닐면서 풍랑에서 어부를 보호하는 여신’인 개양할미가 살고 있다.

내소사

개양할미는 아홉 딸을 낳아 전국 팔도에 나눠준 뒤, 막내딸만 데리고 이곳 수성당에 살면서 서해 바다를 지키고 있다 해 서해의 수호신이 되었다. 그녀의 여덟 명의 딸은 각각 팔도를 지켜주는 신이 되었고.

다시 채석강으로 돌아와 역시 오른쪽 옆구리에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가면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항구인 이다. 항구 끄트머리에는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억새가 지천이다.

그러나 변산반도 골수 애호가들에게 은근한 사랑을 받던 도 사람들의 모진 손길을 피하지 못했다. 억새 가득했던 바람 부는 그 언덕에 몇 년 전 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소박한 항구 풍광이 많이 상했다.

에서 곰소만을 끼고 가는 길은 아주 멋진 드라이브코스다. 고창 땅이 건너다 보이는 해안 풍광에 넋을 잃고 돌아가다 꿈처럼 문득 만나는 천년고찰 (來蘇寺).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아름드리 전나무와 키 큰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길이 매력이다.

단풍 질 무렵이거나 낙엽이 휘날리는 계절에 이 길을 거닐면 경내에 들어서기 전에도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정갈해 진다. 특히 나무의 향내가 아직 뿌리 근처에서 눈 비비고 있을 이른 아침이라면 더 없이 좋다.

나지막한 돌담이 정겨운 경내에 들어서면 950살쯤 먹은 ‘ 할아버지 당나무’가 반긴다. 이 나무는 일주문 앞의 ‘할머니 당나무’와 짝을 이룬다. 나지막한 돌담과 삼층석탑도 정겹다. 화려하면서도 소탈한 멋으로 잘 알려진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연꽃, 국화꽃 새겨진 꽃문양 창살도 늦가을에 핀 꽃송이가 된다.

- 천년고찰 ·

모항

아쉬운 마음으로 를 빠져 나오면 오래 전부터 염전으로 유명했던 곰소마을이다. 해질 무렵 햇살이 염전에 비치면 한겨울에 함박눈이라도 내린 듯 온통 새하얗게 반짝인다는 마을이다.

변산반도 여행의 마무리는 변산동쪽의 (開巖寺). 와 함께 변산의 이름난 는 백제 유민들의 한이 서려 있기도 한 곳이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자, 복신과 도침은 일본에 있던 의자왕의 넷째 아들 풍(豊)을 받들어 주류산성에서 최후의 항전을 했다. 나당연합군은 663년 백강을 따라 내려가 주류성 공략에 나섰다.

이미 한 달 전 백강의 어귀에 도착해있던 일본의 지원선단은 이 싸움에서 신라 수군의 화공에 말려 패했다. 그 때 백제 항전군 지휘부가 최후를 맞은 곳이 바로 대웅전(보물 제292호) 뒤의 울금바위에 있는 동굴이라 한다.

울금바위를 중심으로 뻗은 울금산성에서 백제유민들이 나당 연합군을 맞이해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것이다. 하지만 주류성과 백강의 위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금강의 충남 한산, 내포, 연기 그리고 동진강의 이곳 부안이라는 설이 서로 다투고 있다.

▲ 별미 변산반도의 별미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바지락죽. 갯벌에서 채취한 신선한 바지락을 통째로 한 움큼씩 집어 넣고, 녹두ㆍ인삼ㆍ당근 등을 곁들이고 갖가지 양념으로 맛을 낸다. 변산온천 부근의 변산온천산장(063-584-4874)이 유명하다. 1인분에 6,000원.

▲ 숙식 부안 읍내는 물론 변산 해수욕장, 격포, , 궁항, 근처 등에 숙박할 곳이 많다. 변산반도 해안선을 따라 민박집과 횟집이 즐비하다. 곰소항엔 싱싱수산(063-581-4801) 등 파돗소리를 들으며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많다.

▲ 교통 서해안 고속 도로를 이용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부안IC → 30번 국도 → 부안 읍내 → 하서 → 변산해수욕장 → 채석강 → → → 곰소 → 보안면 → 23번 국도 → .

민병준 여행 작가


입력시간 : 2004-11-10 13:39


민병준 여행 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