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에 바뀌는 인생정신적 상처로 버거워진 삶시공간을 처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오가는 운명

[시네마타운] 나비효과
순간의 선택에 바뀌는 인생, 정신적 상처로 버거워진 삶
시공간을 초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오가는 운명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잘 알려진 카오스 이론을 영화의 전제로 가져 온 독특한 스릴러 영화다. ‘북경에 사는 한 마리의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 대륙의 허리케인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 이론을 가져다가 영화는 그것을 인생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어린 시절 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 혹은 그와 관련된 주위 사람들까지의 인생을 얼마나 다르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영화가 내세우는 주제다. 주인공이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설정이 있으므로 SF의 장르에 속한 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영화는 제목에서 주는 느낌처럼 전형적인 SF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선택과 기회에 대한 드라마다.

- 기억의 흐름이 끊긴 어린시절

주인공 에반(애쉬튼 커쳐)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을 미술 시간에 그려 선생님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 소년은 그림을 그린 당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소년의 삶에서 이 같은 기억의 흐름이 종종 끊기는 일이 생긴다. 그것은 언제나 자신에게 성적인 착취의 위기가 다가오거나 의도하지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되는 사건에 휘말리거나 할 때처럼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게 될 때 꼭 나타난다.

정신과 의사는 그에게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의 기록을 일기로 남겨보라고 권유한다. 20세가 되어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사랑하던 여자 친구의 불행한 현재를 보면서 과거를 돌이킬 수 없음과 그 불행을 결정지웠던 어린시절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일기장을 보던 그는 갑자기 자신이 현재의 모든 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과거로 되돌아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현재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당시의 선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꾼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 현재에서 그는 그 과거의 또 다른 선택 때문에 또 다른 불행에 맞닥뜨리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를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과거로 들어가 다른 선택을 반복한다.

한 순간의 선택이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우하고 그것의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에 누구나 쉽게 공감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런 현실을 절묘한 팬터지의 소재로 바꿔 놓은 이 영화의 전제는 상당히 흥미롭다. 하지만 이 영화가 빛나는 건 그런 흥미로운 전제에 대해 주인공이 깨닫는 초반부의 몇 십분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자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그래서 처음으로 자신의 정신적인 상처로 남아있던 우발적인 인명 사고나 여자 친구 아버지의 아동 포르노 촬영 시도같은 것을 막으려고 하는 부분까지는 운명과, 그것에 맞써 싸우려는 인간 의지의 대립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현실에서 또 다른 불행이 일어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주인공의 과거 여행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영화는 중량감을 확 잃어버리며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폭발물로 인한 인명사고의 충격으로 정신적 장애를 일으킨 친구를 구하기 위해 돌아간 과거에서 자신이 폭발물을 몸으로 막아내자, 잠시후 깨어난 현재에서 두팔과 두다리가 없는 자신을 보고 놀라는 주인공의 모습 같은 것이 그렇다.

영화속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 같은 것은 그보다 더 가볍다. 과거의 선택이 에반을 비롯한 주요 등장 인물 다섯 명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주인공의 현재의 모습들은 지나치게 극단을 오고 간다.

주인공 에반이 사랑하는 여자 켈리의 경우만해도 처음?老璿?식당 여급으로, 다음엔 정숙한 여대생으로, 다음엔 마약 소굴에서 헤매는 창녀로 각각 바뀌는데 각각의 상황에서 그려지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불행하거나 지나치게 행복에 넘치거나 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현실감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 논리적 일관성과 리얼리티 부재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그 이야기의 근거로 삼고 있는 논리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나의 인생뿐 아니라 내 주위의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논리로 쭉 이어지면서, 주인공과 그의 친구 네 명의 인생이 휙휙 바뀌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다섯명 외에는 다른 주변 인물들의 인생은 그다지 바뀌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군데 군데 플롯의 허점을 드러낸다. 영화가 비현실적인 논리에 근거를 두면서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 그것을 관객에게 설득 시키기 위해서는 좀더 치밀하게 그 논리가 영화속 세계의 구석구석 어디에서나 먹혀들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TV 시트콤 스타로 연기자로서보다는 스타 데미 무어의 어린 애인으로 더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애쉬튼 커쳐는 처음으로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진지한 얼굴의 주인공을 맡았다. 그러나 아직 그의 연기는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상처와 그 때문에 삶의 무게가 훨씬 무거워진 사람의 절절한 내면을 표현해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윤정 영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11-10 14:50


이윤정 영화평론가 filmpoo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