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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프렌치 팝의 '요정' 엘자
마법같은 몽롱한 아름다움
미학적 세련미 풍기는 새 앨범, 삶의 깊이 담긴 사운드가 매력




엘자 랭기니(Elsa Lunghini)는 1973년 5월 20일 이탈리아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작곡가인 동시에 사진 작가인 아버지 조르주 랭기니는 딸에게 커다란 음악적 재능을 물려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은 가수가 아닌 영화 배우로서 였다.

1979년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클로드 밀러(Claude Miller) 감독의 ‘ Garde A Vue(엄중한 감시)’로 데뷔한 엘자는 이후 여러 영화에 출연을 하며 아역 배우로서 경력을 쌓는다. 그녀가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엘자의 목소리에 반한 영화감독 레지 바르니에의 제의로 제인 버킨과 함께 출연한 ‘ La Femme De Ma Vie(내 인생의 여인)’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그 해 10월에 발매된 이 영화의 주제곡 ‘ T'en Va Pas(떠나지 말아요)’는 엄청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 곡은 프랑스 내에서 130만 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했고 9주 동안 차트 1위에 머무르며 엘자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불과 13살의 소녀였던 그녀에게 ‘골드 레코드’는 커다란 부담일 수 있었고 이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로 접어 든 엘자는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된다.

- 최연소 올랭피아 매진가수

1988년 발매된 첫 번째 앨범 ‘Elsa’는 글렌 메데이로스와 함께 부른 ‘ Un Roman D’Amitie’(이후 ‘Love Always Finds A Reason’이라는 영어 버전으로 발표하여 인기를 얻었다) 등을 포함한 여러 히트 싱글들과 더불어 어렵지 않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1990년 작 ‘ Rien Que Pour Ça(오직 그것만을 위해)’에 수록된 동명의 싱글 곡은 그녀가 처음으로 작곡에 참여한 작품이고 엘튼 존, 데이빗 보위 등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거스 더지온이 지휘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의 인기는 완전 매진을 기록한 11월의 올랭피아(Olympia) 공연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났는데, ‘ 최연소 올랭피아 매진 가수’라는 영예와 함께 4개월간의 장기 투어를 전개하며 자신의 역량을 한껏 펼쳐 보인다.

이어 92년 ‘ Douce Violence(달콤한 폭력)’를, 96년 포크 스타일의 서정성으로 가득한 ‘Chaque Jour Est Un Long Chemin(매일 매일이 기나긴 여로)’을 발표하며 뛰어난 가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왔다.

그리고 2004년 봄, 엘자는 8년 만의 새 앨범 ‘De Lave Et De Seve(용암과 활력)’를 통해 전과 다른 짙은 향기를 머금은 멋진 음악을 선사해 주었다. 기존의 예쁘고 달콤하고 에너지 넘치는 엘자의 음악에 익숙한 귀에 이 앨범은 사뭇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 온다.

이 작품은 다분히 21세기 프렌치 팝 계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의 하나인 ‘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되는 세련미’를 담고 있다. 독특한 앨범 타이틀을 통해 엘자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컨셉트를 보여 주었다. 제목의 ‘ lave(용암)’는 여성의 내면을 채우는 감정의 복잡함을, 그리고 ‘seve(활력)’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본능을 의미한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괴로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인간 관계, 명암이 뚜렷한 남녀간의 연애 등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의 희미한 윤곽을 그려 보였다. 아이돌 스타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 30대의 성숙한 여성이 된 엘자가 삶의 의미를 깊게 고찰한 흔적을 담아 낸 것이다. 그녀의 이러한 내면의 변화는 보다 심각하고 무거워진 사운드를 통해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엘자는 소위 ‘ 탁월한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다. 이는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광범위함을 의미한다. 여러 탁월한 뮤지션,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한 이 결과물에서 엘자의 목소리는 더욱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전개되는 각 곡들의 매력은 멜로디나 ‘예쁜 목소리’ 같은 요소(최근의 영국 모던 록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처럼)가 아니다.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 주는 연주 패턴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보컬 역량, 그리고 모던함이 강조된 편곡은 깊이 있는 음악이 되어 앨범의 색깔을 분명하게 해 준다. 크레디트를 통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이름과 더불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 뛰어난 보커르 모던한 편곡

우선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과 색채를 단숨에 드러내 주는 첫 싱글 커트 곡 ‘ Mon Amour(내 사랑)’와 한 번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탁월한 후렴구를 지닌 ‘Ne Dis Pas Que Tu M’aimes(날 사랑한다 말하지 마)’는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싱어 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벵자맹 비올레의 작품들로, 앨범 최고의 곡들로 손꼽을 만한 곡들이다.

엘자와 동갑내기인 그는 독특한 탐미적 아름다움을 특기로 한 몇 장의 앨범들과 케렌 안, 코랄리 클레망 등과의 작업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바 있는 인물이다.

그 외에 역시 프렌치 팝 계의 스타인 에티엔 다오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영국인 재즈 기타리스트 나이젤 클라크가 작곡에 참여한 ‘L'Or Et La Poussiere(황금과 먼지)’나 몽롱하고 나른한 전자적 음악 ‘Connexions(관계들)’, 팝적인 감수성이 담긴 ‘A Quoi Ca Sert(무슨 소용이에요)’와 ‘Un Bel Ete En Enfer(지옥에서의 멋진 여름)’, 그리고 키 보드 연주가 전면에 나서며 꿈결 같은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Pour Une Vue Du Paradis(천국의 풍경을 위해)’ 등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다.

한편 이 CD에 부가된 독특한 기능은 음반과 웹이 하나로 맞물려 돌아 가는 현재 음악계의 추세를 잘 반영해 주는 바, 특히 엘자의 팬으로서는 꽤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 준다. 컴퓨터에 CD를 넣은 후 간단한 등록을 마치면 바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결이 되는데, 거기에서 우리는 앨범에 포함되지 않은 싱글 ‘Desir(욕망)’을 들을 수 있다. 또 ‘ Mon Amour’의 뮤직비디오와 그 제작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김경진 팝 칼럼니스트 arzachel@seoulrecords.co.k


입력시간 : 2004-11-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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