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습관과 건강


지난 주에는 테니스 선수 이형택 씨의 전화를 받고 ‘전 한국 테니스 대회’를 보러 갔었다. 물론 게임도 보고 싶었지만,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실전을 보면서 이 선수의 최대 운동 능력을 어떻게 증강시킬 것인가 생각을 정리하려는 뜻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선수의 운동 능력을 개선 시키는 작업은 간단하게 어느 곳이 아픈 것을 고치는 것 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물론 이형택 선수는 처음 진료할 때부터 타고난 신체 조건(근력과 탄력), 선수로서의 정신력 그리고 자기 몸에 대한 관리하는 것이 이미 ‘세계 랭커’ 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운동 능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근육의 힘이나 관절의 이상을 조절하는 것 만이 아닌 ‘운동 동작’ 전반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선수 개인의 ‘경기특성’을 살펴야 한다.

‘운동 동작 분석(motion analysis)’은 선수가 게임을 하는 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경기 특성’이라는 것은 예를 들면 어떤 선수가 백핸드 플레이를 못한다고 할 때, 단순히 습관 문제가 아닌 분명하게 힘을 쓰지 못하는 어떤 이상을 찾아내는 것이다. 선수의 ‘동작 특성’과 ‘경기 특성’을 분석하면 치료에 들어간다. 치료는 단순하게 뼈대나 근육을 조정하여 신체 밸런스만을 잡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의 오장육부의 기능 개선, 이상적인 동작 훈련, 습관의 교정 등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 있는 사실은, 특히 야구나 테니스 등의 원정 경기는 수면과 식생활 패턴이 엉망이 되기 쉽고 이런 것들도 같이 조절하지 않으면 좋은 경기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선수는 운동 능력뿐 아니라 식이 패턴과 수면 패턴 등도 철저히 관리해야 만 최상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원정 경기하는 선수들은 자주 식습관에 문제가 있어서 경기력이 떨어지거나 소화 흡수 능력이 문제가 생기면서 지구력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치료 외에도 이런 문제들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선수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식사처방과 식이패턴 처방까지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운동 선수로서 적절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승리를 하도록 하려면, 근육을 강화시키고 힘을 세게 하는 운동만 할 것이 아니라 근육의 탄력을 찾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 선수는 당연히 힘도 있어야 하지만 탄력이 있어야 스피드를 낼 수 있고, 고난이의 동작도 무리가 가지 않고 가능한 것이다. 운동의 기능은 한의학적으로 ‘간장(肝臟)’과 ‘비장(脾臟)’의 경근(經筋)과 특히 관련이 많이 있다.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으면 운동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힘이 약해지는데 이것은 한의학에서 ‘비주육(脾主肉)한다‘ 하여 비위(=소화기)가 좋아야 근육의 질감과 세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간주근(肝主筋)한다’고 하였는데 이 때의 근은 오늘날의 근육이 아니라 인대와 근건막 가깝다. 주로 스트레스나 음주 또는 운동 후 피로 회복이 더딘 경우 근건막과 관절 주위 인대가 뻣뻣하고 탄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경기력도 떨어지고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 쉽다.

따라서 운동 선수는 당연히 한의학적으로 간과 비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으로 음식물의 소화 흡수 능력과 적절한 영양의 공급을 통해서 비위(=소화기)계통의 경락 기능이 좋게 되며, 과다한 운동과 스트레스에 대한 부하를 최대한 줄이고 한약 등으로 적절하게 보강하여 간경락의 기능을 좋게 하면 운동력도 증강시키고 손상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전에 보스턴에서 온 김병현 선수의 요통 및 어깨 통증이 미국 프로 야구 구단내의 능력 있는 의료진을 통해서도 개선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은 그 증상들이 단순하게 요통(어깨 통증)으로만 표현되고 치료되어 왔기 때문이다. 오장육부의 기능적인 균형이 깨어진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선수가 더욱 좋은 경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운동의 능력 만이 아닌 먹는 문제와 자는 문제를 포함하는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사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팔자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 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습관의 문제는 단순하게 선수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근 골격계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 문제이다. 만약에 자신이 어떤 부위가 아프거나 움직임이 좋지 않다면 그런 증상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동작이나 자세에 관심을 갖고, 또한 자신의 섭생(먹고 자는 것 등)이 정상적인지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1-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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