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황태골에서 맛보는 진미

[맛집 멋집] 용대리 <설화가든> 황태찜
본토 황태골에서 맛보는 진미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맵고 자극이 강한 음식이 인기라고 한다. 최근 맵게 만든 갈비찜이나 매운 닭고기 요리 등이 붐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맞는 얘긴가 보다. 매콤한 찜요리는 요즘처럼 경기가 힘들 때는 물론, 경기가 좋을 때도 인기 만점이다. 아구찜, 꽃게찜, 대하찜 등 찜 종류도 다양하다.

아구나 꽃게찜을 잘하는 곳은 많아도, 황태찜을 잘하는 곳은 많지 않다. 아니, 아예 황태찜을 취급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맛있는 황태찜을 먹으려면 조금 멀다 싶더라도 강원도 인제로 가야 한다.

인제 용대리는 우리나라에서 황태를 가장 많이 말리는 곳이다.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용대 삼거리 일대는 겨울철이면 온통 황태 덕장으로 변신한다. 황태 말리기가 시작되는 것은 보통 12월 말경. 황태는 겨우내 얼고 녹기를 되풀이하면서 살이 포실포실해 진다. 겨울을 나고 다음해 3월초에 제대로 된 황태가 완성된다고.

질 좋은 황태를 생산하는 용대리에는 황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양념을 올려 고소하게 구워낸 황태구이, 구수한 맛이 일품인 황태국, 콩나물을 듬뿍 넣고 매콤하게 만든 황태찜 등 제각각 입맛 당기는 황태요리들이다.

백담사 주차장 앞에 있는 설화가든은 황태 요리 전문 식당 중 하나인데 황태찜을 기막히게 만든다. 농사일도 하면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주인 부부는 거의 대부분의 재료를 직접 생산한다. 겨울에는 황태를 말리고, 다른 계절에는 여러 곡식과 채소를 키운다. 식당 한켠에서는 겨우내 말린 황태를 잘 손질해 판매도 한다. 흔히 북어가 황태로 둔갑하는 일이 많은데 설화가든에서 만큼은 믿어도 좋다. 아니, 의심할 필요 없이 그 맛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어는 살이 딱딱한 편인데 반해 황태는 살이 포실포실하고 두툼하다. 게다가 찜으로 만들면 맛이 더욱 부드러워 진다.

매콤한 양념과 아삭한 콩나물,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있는 황태를 두루 맛볼 수 있는 게 바로 황태찜이다. 양념을 뜨거운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먹는 맛도 좋고, 동동주를 한 잔 곁들여도 제격이다. 부드러운 동동주가 매운 양념으로 얼얼해진 혀와 입 천장을 달래준다.

설화가든에서 황태찜을 맛보기 전에 짬이 난다면 백담사를 먼저 둘러볼 것을 권한다. 매표소에서 절 입구까지 셔틀 버스가 다니고 있어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버스가 없던 시절에는 왕복 3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다녀야 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편도 정도는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설악의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백담사 계곡의 절경은 휭하니 지나가는 버스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

셔틀 버스 정류장에서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절 마당에 들어서게 된다. 만해 한용운이 머물며 글을 쓰던 곳이 바로 백담사다. 주 법당 오른편에 만해 기념관과 동상이 다소곳이 서 있다.

▲ 메뉴 : 황태찜 20,000원(中), 30,000원(大), 황태구이 정식 7,000원, 황태전골 20,000원. ☎033-462-9351
▲ 찾아가기 : 양평, 홍천, 인제, 원통을 지나 한계령과 진부령으로 갈라지는 한계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46번 국도를 따라 좌회전해서 15분 정도 더 가면 백담사 입구가 나온다. 백담사 팻말을 따라 우회전해서 들어가면 왼편에 설화가든이 보이고, 오른쪽에 백담사 주차장이 나온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1-17 14:39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