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外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 곽재구 지음

갈대와 억새가 지천으로 꽃 핀 863번 지방 도로 곁 와온마을. 저자는 그 곳에서 하늘속 찬연한 별밭을 여행하며 웃음과 눈물, 사랑과 상처, 그리움과 만남이 명멸하는 지상으로부터 따뜻한 시들을 건져 올렸다. 거기에서는 삶의 연민과 아름다움이 속살댄다.

시인 곽재구가 와온에 머무르는 동안 읽은 시 80편을 자신만의 온유한 언어를 곁들여 엮었다. 시인의 마음을 두드린 시들은 어김없이 독자들의 가슴도 촉촉하게 적시며 새삼 사는 맛을 깨닫게 해 준다.

건조한 해설이 아니라 시구(詩句)를 이어 가듯 감상을 이어 쓴 저자의 짤막한 에세이들은 우리에게 시를 어떻게 볼 것인지 살짝 조언해 주는 동시에, 우리가 묻어 두었던 추억과 잃어버렸던 희망을 시 속에 비춰 보게 한다. 삶의 결을 쓰다듬는 시들과 시의 언어를 제대로 음미하는 곽재구의 나직한 육성이 결합하여 뭉클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시집이자 에세이집. 김지하, 황지우, 정호승, 이성복, 김용택, 안도현 등 78명의 시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가서 발행. 8,900원.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 찰스 프레드 앨퍼드 지음

인간은 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죄를 짓도록 하는 악의 실체는 무엇일까. 정신 분석 전문가인 찰스 프레드 앨퍼드 교수가 1년2개월간 일반인, 재소자, 정신병 환자 68명을 만나 악에 대한 21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참여자들의 다양한 대답을 분석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 저자는 “악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에서 근원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타자에게 부과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바로 악이라는 것. 살인, 강간, 시체 유기 같은 범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싶은 작은 충동 속에도 악은 존재한다. 인간의 보편적 두려움 속에 똬리 튼 악을 제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무엇이 두려운지 깨닫고 이를 창조적으로 변형ㆍ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저자는 다양한 상징과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영화, 소설 등의 문화가 두려움을 해소해 주는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황금가지 발행. 1만5,000원.

심리학의 즐거움 / 크리스 라반 지음

심리학 전공 의사인 저자는 최소한의 맛보기용 심리학 이론과 용어만을 동원하여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건들과 사람들의 행동, 사고 방식이 모두 심리학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 준다.

나치의 유태인 배척 운동에 참여한 평범한 사람들의 동조 심리, 상품을 헐값에 잘 샀다며 자기 만족에 빠지게 만드는 한정 판매 상술, 이성에 대해 두근거리는 마음이 순전히 착각일 수도 있다는 ‘귀인 오류’ 현상, 왼손을 사용하여 잠재 능력을 계발한다거나 인간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상식은 완전한 오해라는 등 실생활에서 건져 올린 재미있는 사례들이 매우 평이하게 풀이돼 있다.

심리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심리학의 재미를 느끼기에 좋다. 저자는 이런 심리적 요인들을 실용적으로 응용하여 자기 자신과 주변의 인간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꾀해 보기를 바란다. 연애나 직장 생활 요령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 휘닉스 발행. 1만원.

입력시간 : 2004-11-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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