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네들이 즐기던 전통 상차림과 맛

[맛집멋집] 공덕동 <안동국시>
양반네들이 즐기던 전통 상차림과 맛

많은 사람들이 국수 또는 칼국수를 부담 없이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지방에서 국수는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에 속한다. 만드는 방법도 일반 국수와는 다소 다르다. 재료와 면을 한데 넣어 끓이는 것이 아닌 면을 따로 삶는 건진 국수를 대접한다.

국물 종류도 다양하다. 들깨가루, 양지머리, 은어, 멸치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종류의 국물을 준비하는 것. 삶은 국수에 국물을 붓고 대여섯 가지 고명을 얹는데 황백 지단은 물론 호박이나 고추장에 버무린 무장아찌 등 보기 좋고 맛도 좋게 하기 위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국수라고 하기엔 보통 정성이 아니다.

서울 공덕동에 자리한 ‘안동국시’는 경북 지방의 전통 상차림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낮에는 국수를 먹고자 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저녁엔 한정식 손님이 주를 이룬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안동국시가 대표적인 메뉴다. 좀 더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싶다면 녹두전, 양지수육, 문어, 낙지볶음 등이 나오는 한정식이 좋다. 2층 양옥집을 개조해 편안하고도 운치 있는 분위기다.

이 집 주인인 조차향 사장의 고향은 경북 영천. 시집이 안동이다. 어릴 적부터 보고 먹어 온 음식을 주메뉴로 내세웠지만, 타지방 사람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먼저 면을 반죽할 때 콩가루의 양은 조금 줄였다. 콩가루를 넣으면 구수한 맛은 더해지지만 과하면 쫄깃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 지금까지도 면은 일일이 손으로 썰고 간을 할 때 사용하는 간장도 집에서 직접 담근 것만 사용하고 있다. 국물은 질 좋은 멸치, 다시마, 양지머리 삶은 것을 쓰는데, 이 정도만 해도 조미료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시원한 국물 때문에 해장용으로 안동국시를 찾는 손님도 꽤 있다. 국시 하나만 시켜도 반찬이 여섯 가지나 된다. 김치와 무나물, 콩나물, 어린배추무침, 부추전 등 집에서 만든 것처럼 정갈하고 깔끔하다.

안동국시는 YWCA 환경 사랑 음식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선정 방식에도 불구하고 1호점으로 정해졌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그날 먹을 만큼의 음식만 준비하고 분리 수거는 기본이다.

일회용품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 물수건 하나까지도 매일 삶아서 낸다. 처음엔 직원들이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생활화되어 먼저 움직인다고. 너무 청소를 열심히 해 바지 무릎에 구명이 생길 정도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조사장은 젊은 사람들이 전통 음식을 등한시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한다. 진짜 웰빙이 우리 생활 속에 있는데 엉뚱한데서 찾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메뉴 : 안동국시 5,000원, 녹두전 10,000원, 문어 23,000원, 양지머리삼겹수육 25,000원, 한정식 35,000원.

영업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0시.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휴무.

찾아가는 길 : 5호선 애오개역 4번 출구, 5,6호선 공덕역 4번 출구. 서부지청 옆 S-Oil 골목으로 약 200m. 02-3272-6465

홈페이지 : www.taste.co.kr 또는 주소 창에 안동국시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1-24 15:33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