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신간안내]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外 ▲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 김동춘 지음 2004년 미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됐다. 이라크에 대한 침략 전쟁을 민주주의 해방으로 선전하는 ‘전쟁 대통령’에게 미국 국민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패권주의, 제국주의의 추한 얼굴을 백일하에 드러낸 미국. 진보적 사회학자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그 미국 사회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막대한 자본과 최강의 군사력, 헐리우드 문화산업의 엄청난 파급력으로 세계정세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 미국. 저자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두 가지 동력으로 ‘전쟁’과 ‘시장’을 꼽는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자국민의 이익을 위한 투자로서 전쟁을 벌이고 군사적 점령을 통해 자본 시장을 확대해 왔다는 것. 이라크 전쟁 또한 미국의 팽창주의에서 비롯된 ‘전쟁 비즈니스’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에서 넘어 온 시장주의, 국가주의에 물든 한국의 현실도 낱낱이 들춘다. 저자는 이제 시장에도 족쇄가 필요하며 국가 권위에 대한 맹종 대신 참된 자유 민주주의를 통해 지구촌이 화합하는 방법을 찾을 때라고 말한다. 창비 발행. 1만3,000원.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쿳시는 국가적 인종 차별 정책을 벌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식민주의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원죄로 끌어 안고 제국주의에 수반되는 억압과 폭력, 인종과 성, 휴머니즘의 문제를 일관되게 작품에 투영해 왔다. 이 소설에서도 피식민주의자, 피해자를 표상하는 정원사 '마이클 K'의 행적을 통해 식민주의의 실체를 드러내며 개인의 존재론적 자유를 독특한 세계관으로 형상화했다. 선천적인 입술 기형을 지닌 마이클 K는 병든 노모와 조용한 농장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둘의 여정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쟁과 무정부 상태의 혼란뿐. 노모는 여행 중 죽음을 맞이하고 마이클 K는 수용소와 병원을 전전하며 끊임없이 현실 탈출을 감행한다. 마이클 K의 수동적 저항은 역사와 정치,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순수한 자유를 찾으려는 열망이다. 주인공의 선천성 기형과 무기력한 태도, 시대와 장소가 불분명한 배경 등 무수한 상징과 비유가 등장하는 작가의 대표적 알레고리 소설. 쿳시 특유의 미니멀한 단문은 술술 읽히지만 고도로 응축된 사유의 흔적이 행간에 깊이 패어 있다. 들녘 발행. 1만원.
대부분의 사회에서 왕이나 지배자들은 수많은 첩을 거느리는 것이 당연시 됐다. 허나 오늘날에는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 계층의 성적 사생활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우가 많다. 남녀에 따라서도 성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달라진다. 선박왕 오나시스의 부와 권력은 재클린 케네디라는 ‘전리품 아내’를 안겨 주었지만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의 권력 때문에 ‘처녀 여왕’이라는 정치적 전략을 선택해야 했다. 미국의 저명한 성 심리치료사 루스 웨스트하이머가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역사, 종교, 사회, 문화적으로 판이하게 달라지는 성적 규범의 변천과 사회적 맥락을 살폈다. 또 섹스 스캔들을 받아들이는 대중과 언론의 태도, 사법 제도에 대해서도 폭 넓게 언급한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공인들의 내밀한 개인사를 다루며 정치, 권력과 섹스가 결합하는 다양한 유형을 보여 준다. 더불어 역사적 인물들의 공적인 업적이 그들의 성정체성이나 성별, 사생활 때문에 부당하게 간과되지는 않는지 묻고 있다. 이마고 발행. 1만5,000원.
입력시간 : 2004-12-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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